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관련 한국작가회의 긴급 기자회견 현장 [사진 = 김지현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관련 한국작가회의 긴급 기자회견 현장 [사진 = 김지현 기자]

[뉴스페이퍼 = 김지현 기자] 오늘 27일은 노조를 설립하려 했다는 이유로 삼성에서 해고된 김용희 씨가 정년을 앞두고 복직을 요구하며 곡기를 끊은 지 55일째,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48일 째다.(관련뉴스 클릭) 폭우와 뜨거운 햇볕이 교차하는 요즘 날씨 속에 현재 김용희 씨는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반신마비 증세까지 찾아와 건강이 위중한 상태이다. 

힘겨움에 몸부림치는 노동자의 절규를 대신하고자 27일, 한국작가회의는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임성용 시인은 한국작가회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문인단체지만 글은 개인 창작행위에만 머물지 않고 작가들의 정신과 목소리는 창작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과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곧 문학이기 때문이다. 한국작가회의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는 것이 작가들의 역할이라며, 김용희 씨 복직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취지를 밝히는 임성용 시인 [사진 = 김지현 기자]
기자회견 취지를 밝히는 임성용 시인 [사진 = 김지현 기자]

이어서 봉윤숙 시인이 김용희 씨의 해고 상황과 그 후 고충을 설명했다. 지난 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김용희 씨는 1991년 노조를 설립하려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1997년 복직했지만, 노조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 전에는 일할 수 없다는 삼성의 주장 때문에 출근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복직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였으나 1999년 업무방해로 구속되었고, 2000년에는 명예훼손으로 두 번이나 구속되는 등 생활이 무너진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현장 발언을 한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 이재용 씨는, 젊은 나이에 노동조합을 만들려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삼성을 떠나야 했다고 말하며,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아무런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삼성측과 행정, 사법부에 분개했다. 이재용 씨는 많은 설득에도 김용희 씨가 고공농성을 끝내려 하지 않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김용희 씨가 복직 전에는 철탑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즉각 복직시키라고 삼성에 요구했다. 

발언을 하는 이도흠 교수 [사진 = 김지현 기자]
발언을 하는 이도흠 교수 [사진 = 김지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삼성을 규탄하고 교섭을 촉구하는 발언들이 계속 이어졌다. 이도흠 문학평론가이자 한양대 교수는 김용희 노동자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20여년의 세월을 투쟁했으나, 삼성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정부는 중재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또 이도흠 교수는 지금은 삼성이 부패, 삼류. 악덕 기업에서 벗어날 기회라며, 모든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삼성에 권고했다. 행정부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노동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하며, 이제라도 공정함과 정의를 되찾아 노동자들이 자기 일을 하면서 삶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나라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서 전비담 시인이 성명서를 통해 노동을 탄압하는 삼성의 사죄와,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했으며, 삼성 해고자 문제 해결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를 촉구했다.

김용희 씨의 시를 낭독하는 김홍춘 시인 [사진 = 김지현 기자] 
김용희 씨의 시를 낭독하는 김홍춘 시인 [사진 = 김지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 순서에는 김홍춘 시인이 김용희 씨가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쓴 시를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간새

김용희

하늘을 나는 새조차

쉬어가고 싶지 않은 철탑

소음과 초미세먼지로 가득한

강남역사거리 철탑 위에서

삼성의 알을 깨고 나온 인간새

폭염과 장마 속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50일을 기다렸지만

어미새는 끝내 날 버리고 말았네

(중략)

날개 없는 인간새가 할 수 있는 것은

비통함에 둥지에 누워서 울 수 있는 게 전부다

그래도 높은 둥지라서

다행이다

소리내어 맘껏 울 수 있어서

슬프다, 고통스럽다

이 지긋지긋한 야만스런 세상의 둥지를 벗어나고 싶다

눈물 없이 고통 없는 편안한 세상을 향해

끝없이 날아가고 싶다

이날 기자회견 중 소음이 기준치를 넘어갔다고 경찰과 마찰이 있었으나,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기자회견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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