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죄 있는 자를 처벌하라는 것입니다”

버닝썬 공동 대표 이문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승리의 3년 전 카톡 내용이 죄가 된다면 대한민국 남성들은 다 죄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다 죄인이라고 주장한 적 없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버닝썬 게이트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죄 있는 자를 처벌하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다 죄인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처벌하면 됩니다. -제2차 페미시국광장 첫 번째 프로그램 김주희 여성학 연구자의 발언 중

제2차 페미시국광장 집회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7월 19일,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손에 든 빨간 피켓에는 “남성카르텔 공조세력 검경을 갈아엎자”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벌써 네 번의 집회를 마친 ‘페미시국광장’은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제2차 페미시국광장은 “버닝썬, 핵심은 강간문화카르텔이다. 공조 세력 검경을 갈아엎자!”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됐다. 

집회에 참여한 김주희 여성학 연구자(서강대 CGSI 연구교수)는 ‘버닝썬 게이트’를 언급하며 “각종 소문만 무성할 뿐 진실은 무엇인지, 연루자와 책임자 처벌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우리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이 강간문화카르텔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을 검찰, 경찰만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경 공조세력을 갈아엎고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여기 모여 있습니다.”라며 집회의 취지를 밝혔다.

‘버닝썬 게이트’란 작년 11월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시작돼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일련의 조직적 범죄를 통칭하는 말이다. 일반인과 클럽 가드들의 단순 폭행 건에서부터 클럽과 경찰의 유착,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매매 알선, 탈세 의혹 등으로 퍼져 나간 표면적 사건의 중심에는 버닝썬의 실소유주인 ‘승리’와 ‘YG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검경의 기소권 다툼이 아니냐는 비판도 들끓었다. 이와 더불어 남성 연예인들이 자행한 불법 촬영, 불법 촬영물 공유, 음주 운전, 경찰 청탁 등의 경황이 밝혀지며 최근까지 큰 화제가 됐다.

제2차 페미시국광장 집회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제2차 페미시국광장 집회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김주희 교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고 일상화하고 때로 장려하는 문화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도처에 스며있습니다.”라며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한 원인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혐오적 문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의 이야기가 끝난 이후 명지대학교, 서울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차례로 나와 대학 내 또는 자신의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가해와 젠더 위계, 부당 처벌 사례를 폭로했다.

두 번째 자유발언을 맡은 서울대학교 여성주의 학회 학생은 ”우리 여성들은 그 공포라는 공기를 마시며 살아갑니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보고도, ‘강간문화? 강간이 어떻게 문화야? 그냥 개인적 일탈이지 뭐, 그냥 어쩌다 한 명이 운이 나빠서 당한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반문해 참여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동시에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 교수를 언급하며 “그는 여성 제자의 치마를 기습적으로 들어 올려 다리를 만지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습니다.”라며 “그러나 학교는 4개월이 넘도록 징계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피해자가 징계위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권력을 지닌 교수로부터 가해지는 성폭력, 그리고 그 교수를 감싸는 대학본부의 모습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성폭력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공포가 바로 강간문화의 증거입니다.”라고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거듭 ‘강간문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여성혐오적 사회문화를 지적하는 동시에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버닝썬 게이트’의 확실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현재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양현석은 공소시효 두어 달을 남기고 성매매 알선 및 성접대 피의자로 입건돼 추후 강제 수사 및 구형 여부가 불투명하다. 

제2차 페미시국광장 집회 퍼포먼스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발언과 구호 제창이 끝난 후에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페미시국광장’은 첫 집회 때, 조선일보 건물에 빔프로젝터를 쏘며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제2차 집회에서는 바닥에 온갖 여성 혐오적 단어들이 적힌 현수막을 깔고 색색의 페인트를 발에 묻힌 참가자들이 이를 밟는 행위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접대’, ‘여성혐오’, ‘남성연대’, ‘유흥문화’ 등 수 많은 말들이 사라지고 그 천을 떼어내자 “성평등 세상”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제2차 페미시국광장 집회 퍼포먼스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앞으로 예정된 집회 역시 매주 금요일로 사전 예고된 7월 26일, 8월 2일, 8월 9일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