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ovie] 꿈속의 꿈, 그 끔찍한 허상
[Economovie] 꿈속의 꿈, 그 끔찍한 허상
  • 김상회 정치학 박사
  • 호수 271
  • 승인 2018.01.11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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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인셉션 ❹
인터스텔라에서도 4차원의 공간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재단하고 비틀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셉션’에서도 ‘시공’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우리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양대 축인 ‘시간과 공간’의 신비와 문제에 매료된 것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뿐이겠는가.
 
신이 존재한다면 ‘시공’이야말로 신이다. 인간 존재의 기본을 묻는다면 ‘시간’이 곧 존재이고 ‘공간’이 곧 존재일 뿐이다. 놀런 감독의 아이디어 일부는 아마도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시간과 공간(Time and Being)’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듯하다. 하이데거에게 시간은 곧 존재다. 시간이 없다면 공간도 존재할 수 없다. 
 
“과거의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허상일 뿐일까. 미래의 ‘나’라는 존재는 뭘까. 그렇다면 현재의 ‘나’라는 것도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0.1초 전도 ‘과거’라면 ‘현재’라는 시간 자체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나’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고 모든 것이 불분명해진다. 모든 것이 불분명할 때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영화 ‘인셉션’에서 ‘꿈 도적떼’ 코브 일당이 쳐들어가는 꿈속 무의식 세계도 3단계로 구성된다. 매 단계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 머무를 수 있는 시간들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계산해서 무의식 안으로 들어갔다 빠져나와야 한다. 가장 귀한 보물은 가장 깊은 곳에 숨기듯 인간들은 더 깊은 무의식 속에 더 많은 죄와 약점을 감추어 둔다. 난공불락의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2중3중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 
 
영화에서 무의식이 쉽사리 해킹당하지 않는 강적들은 2단계, 3단계로 끌고 내려간다. 1단계 꿈의 세계라는 현실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2단계 꿈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가고 ‘과거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또다시 ‘대大과거’로 들어가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가 전개된다.
 
▲ 꿈속 현실을 바꾸려면 또다시 꿈을 꿔야 한다. 꿈은 공허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속에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당은 러시아 거대 에너지 기업 상속자 로버트 피셔(실리안 머피)의 무의식 속에 자신의 기업을 해체해야겠다는 ‘인셉션’을 심기 위해 그의 꿈속으로 잠입한다. 비 오는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피셔를 쫓아 자동차 추격전을 벌인다. 미국 영화에 거의 ‘강제조항’처럼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시퀀스에서 코브 일당의 자동차는 현대차 제네시스다.
 
놀런 감독이 영화 제목과 ‘인셉션(시초)’과 ‘제네시스(천지창조ㆍ기원)’라는 이름이 조화로워서 선택했는지 현대차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네시스를 출연시켜 자동차 홍보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네시스는 흔히 자동차 추격신에 등장하는 BMW나 벤츠와 같은 슈퍼카의 위용은 보여주지 못한 채 허무하게 박살 난다. 아쉽다. 
 
피셔의 경호원들과의 거친 추격전과 총격전 속에 제네시스가 박살 나는 과정에서 동승했던 사이토 회장(와타나베 켄)이 심각한 총상을 입는다. 꿈속에서 죽어버리면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꿈속이라고 마음 놓고 함부로 죽으면 안 된다. 꿈속에서 죽으면 ‘림보’의 세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꿈속 세계에서 죽거나 제시간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영원한 꿈속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영혼이 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구천九天을 헤매는 영혼’이 되는 셈이다. 사이토 회장이 꿈속에서 죽어버려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면 코브 일당의 모든 수고는 물거품이 된다. 코브 일당은 사이토 회장이 총에 맞는 ‘꿈속 현실’을 바꾸기 위해 ‘꿈속의 꿈’인 2단계 꿈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이상에 머무르면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힘들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단테가 그리는 지옥도地獄道에서 지옥의 가장자리에 있는 첫번째 감옥이 ‘림보(limbo)’다. 단테는 「신곡神曲」에서 이 곳을 세례 받지 못하고 죽은 유아의 영혼 그리고 ‘바른생활’에 충실했으나 기독교에 귀의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리로 설정한다. 결국 ‘깨닫지 못한 자’들의 공간이 림보다. 단테는 깨닫지 못했다는 것도 지옥의 가장 근접한 곳에 떨어지는 죄로 설정한다.
 
분명 꿈을 꾸고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은 소중한 덕목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구원받지 못하면 영원한 림보의 세계에 떨어진다. 공허한 꿈과 이상의 세계 속에 멈춰 버리면 다시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한다. 머리는 하늘 높이 두되 두발은 현실이라는 땅을 굳건히 딛고 서있어야 한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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