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윤채영 기자] 지난 7월 20일, 광주광역시립사직도서관은 온종일 단.무.지. 독서캠프의 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편혜영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였다. 편혜영 작가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이슬털기〉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단편소설 〈사육장 쪽으로〉로 제4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9년 단편소설 〈토끼의 묘〉로 제10회 이효석문학상을, 2012년 소설집 〈저녁의 구애〉로 제42회 동인문학상을, 2014년 단편소설 〈몬순〉으로 제3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아오이가든 (2005), 사육장 쪽으로 (2007), 저녁의 구애 (2011), 밤이 지나간다 (2013), 죽은 자로 하여금 (2018), 소년이로 (2019), 장편소설 재와 빨강 (2010), 서쪽 숲에 갔다 (2012), 선의 법칙 (2015), 홀 (2016) 이 있다.

이 날 행사 사회 및 진행은 정봉남 광주광역시교육청 시민참여담당관 사무관이 맡았다. 행사는 작가의 책 '소년이로'와 '홀'을 중심으로 한 사회자와 작가와의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정봉남 사무관. [사진 = 윤채영 기자]

편혜영 작가는 '소년이로'라는 책의 제목에 대해 주자의 책의 한 문장인 '소년이로학난성'을 언급했다. "학문을 이루기 어렵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공부하기 너무 힘들었기에 바로 이해가 되는 반면에, "소년이 늙기 쉽다"는 말이 계속 의아한 채로 남아있었는데, '소년이로'라는 말이 마치 낯선 소년의 이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 읽어보면 소년이 성장하는 중간과 사람이 변화하는 총간이 언제인지도 생각해보게 되어 제목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낯선 공간에 머무는 익명의 소년을 데려다가 이야기를 전개해봤다고 덧붙였다.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실었는데, 어떤 작품을 표제작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독자 분들이 외우기 쉬운 제목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년이로'를 표제작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소년이로' 속 수록작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작가는 책에 수록할 단편들이 어떤 테마가 되게 구성해볼까 고민하면서, 예전에 썼던 작품들을 다시 보며 물리적으로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들과 일환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왜 이 시기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썼을까 생각이 들었고, 당시에는 사람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어떤 질환을 앓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단 아프게 되면 실존적인 존재로 바뀌는 것, 즉, 자기에 대한 질문도 가장 많이 하게 되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살아왔던 삶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기도 하고,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런 의아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8편 속에 담아봤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그 중 '식물애호'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주인공 '오기'의 섬세한 감정을 통해 아무리 관찰한다 해도 그 내면의 깊이까지 가기 쉽지 않은데, 섬세하게 잡아내는 작가의 감각을 탁월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것에 대해 오히려 주변에 아픈 사람이 없었고, 간병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만약에,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면 고통스러워서 그러한 주제를 가까이 두기 어려웠을텐데, 오히려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에 대해 상상하면서 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주인공 '오기'의 이름에 대해 일단 소설 쓰면서 제일 많이 불러야하는 이름이기에, 부를 때 발음하기 쉽고, 입에 붙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름을 달고난 후, 독자들이 이름에 대해 해석해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캐치해주는 그런 지점에 대해 감탄했다고도 덧붙였다.

'식물애호'는 '소년이로'에 수록된 소설이 원본인데, 그 단편을 쓰고 이야기로 좀 더 길게 늘려보자 생각한 건 '식물애호'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아내의 이야기가 궁금했으며, 아내와 '오기'의 여행길 중 사고의 과정에서 아내의 이야기에 대해 할 말이 더 있을 것 같고, '오기'를 자극할 만한 말을 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과연 무슨 이야기가 빠졌을까를 생각해서 아내의 이야기를 더 보충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비췄다. 하지만, 이야기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역시 화자를 '오기'로 잡으니까 거기서 누락된 아내의 이야기를 전할 수 밖에 없어서, 아내의 배역자처럼 나오는 장모의 비중을 높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모가 사실 단편보다는 좀 더 으스스해진 구석이 있는 인물이고, 단편에서는 장모가 조금 잔인하고, 어쩌면 자기의 죽은 딸 때문에 홀로 살아남은 사위에게 아량을 베풀지 못하는 인물인 것 처럼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장편에서는 굉장히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 것처럼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자는 이야기를 듣고 '식물애호'라고 제목을 붙일 때와, '홀'이라고 붙였을 때의 차이도 분명해지는 것 같다며, 한 번 째려보는 것, 아주 섬뜩하게 지켜보는 장모님의 모습에서 '오기'가 구덩이에 빠지기까지의 과정에서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생각을 말했다. 이어서, 오히려 지금 이 시대가 더 우리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이라, 점점 보이지 않는 구멍들이 벙벙 나다보니 이 작품들이 오히려 그 구멍 속에서 자신을 더 재발견하게 하는 이름 힘을 갖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편혜영 작가. [사진 = 윤채영 기자]

사회자는 작가가 받은 셜리 잭슨상에 대해 언급했다. 작가는 '식물애호'가 장편으로 되면서, '홀'이라는 작품이 미국에서 호러 소설의 선구자인 셜리 잭슨의 이름을 딴 동명의 상을 받게 되었다. 셜리 잭슨은 미국의 여성 작가로, 미스터리, 호러에 있어 어떤 하나의 장르를 구축한 작가로 칭송받고 있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국에서 만든 상이 셜리 잭슨 상이다. 이 상은 분야별로 장편소설, 단편소설 각 한 권씩 주는데, 작가는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의 전통이 깊고, 다른 나라의 작품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미국에서 작품을 인정해주니 개인적으로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소설을 쓰며 영향을 받은 작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작가는 장르문학 작가로서 '스티븐 킹'을 좋아하고, '카프카'는 소설 쓰던 초기에 닿을 수 없는 어떤 지점에 대한 얘기나, 제대로 인간을 설명하지 못하는 부조리함, 그 세계관 자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카프카'는 확실이 더 자상이 크고 세계관이 더 깊은 작가이며, 본인은 아주 일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때 그 때 읽었던 작품들 중 좋은 거 있으면, 모색하고 두리번거리기 때문에 작품들의 결이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작가 '필립 로스'의 강하지 않지만, 냉소적인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서사, 시니컬한 어투는 극단적이지만 말투가 좋아서 많이, 열심히 읽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은 되게 섬세하고, 따뜻함, 무작정 손을 내미는 건 아니지만, 낯선 존재들끼리 같이 있는 듯 한 느낌을 어렴풋이 풍기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사회자는 작가의 많은 작품에 놀라움을 표현하며, 현재 문예창작과 교수로서의 학교 수업이 있는 와중에 작품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질문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지난 19년 간 소설을 썼던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소설을 전업으로 하기 너무 힘들어서, 성실한 생활인이 되지 않으면 소설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직장과 소설을 병행해서 일을 진행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2001년부터 10 여 년 간 출판사에서 근무했으며, 이후에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소설창작 수업을 하며 소설을 써왔다고 덧붙였다.

사회자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소설에 집중하는 소설가로서의 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좋은 점과 애로사항에 대해 질문했고,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의 작품에서 소설에 대한 완고한 생각을 계속 깨치려고 하는 점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또한, 글이라는 걸 혼자서는 쓸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재확인하게 될 때, 글을 잘 소통되게 쓴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에 학생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그 글을 읽는 것이 상호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는 작품을 쓸 때 몰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연기자의 몰입과는 약간 다르다고 말했다. 소설에서의 몰입은 세상과 경계가 없고, 생활에 굉장히 간섭을 많이 받기에 그 자체가 깨지기 쉬운 조건이라고 봤고, 빠져나오기도 쉽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안 잊히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도 말했는데, 소설에서 써야할 것을 못 썼다는 게 기억에 남아있는 경우이다. 그럴 때는 비슷한 질문을 변조해서 다음 작품을 한 편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쓴 작품들이 비슷한 테마와 소재를 공유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소설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 지점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무렵에 문창과를 알게 되고, 글을 쓰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면 재밌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대답했다. 전혀 모르는 채로 입학한 문창과에서 소설을 처음 쓰고, 칭찬을 많이 받으며, 좀 더 쓰고, 재미있고, 더 잘 쓰고 싶었던 유일한 장르라고 말하며, 잘 하는 것에 대한 칭찬과 타인의 인정이 재능을 발견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한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에게 소설을 읽고, 쓰는 방법과 노하우로 작가는 가장 자유롭고 편한 방식으로 스스로 읽어보며 생각을 교정하며 읽는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되면, 자유로운 독서의 경험이 책을 억압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하고 싶어지게 되는데, 이 때 자기 생각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를 생각하게 되면, 즐겁자고 읽는 소설이 과제처럼 느껴져 책과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론은 어떤 규율이던, 배경 없이 가장 편안한 상태로 읽고자하는 방법대로 읽어야, 더 즐겁게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글 쓸 때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것 또한 일이기에 쓰기 힘들고, 싫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 억지로 쓰게 되면, 결론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잘 써지지 않을 때 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다른 일, 더 재밌는 일 하다가, 결국 해야할 때 다시 돌아오게 되기에, 억지로 쥐어짜서 쓰는 건 남들도 읽기 고통스러운 글이 되니까,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뒀다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감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시기가 있을텐데, 그럴 때는 쓰면서 조금씩 풀리기도 한다고도 설명했다.

 

편혜영 작가에게 질문하는 한 시민. [사진 = 윤채영 기자]

작가는 위 질문에 이어서, 도서관 측에서 준비한 참가자와의 질의응답을 계속 진행했고, 행사를 마친 후, 책을 가지고 온 참가자들에게 정성스럽게 사인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자에게 사인해주는 편혜영 작가. [사진 = 윤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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