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허술한데 금배지들은 ‘나 몰라라’
법망 허술한데 금배지들은 ‘나 몰라라’
  • 이지원 기자
  • 호수 273
  • 승인 2018.01.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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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괜찮나
소상공인의 63%는 임차 매장을 운영한다.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이유다. 을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은 ‘임대인을 위한 법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법망이 허술해 임대인이 꼼수를 부릴 여지가 많아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상가 임대료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상임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서울 주요 상권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숱하다.[사진=뉴시스]
# 2016년,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7년째 족발집을 운영해온 김우식씨는 임대인이 바뀌면서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새 임대인은 나갈 수 없으면 보증금 3000만원을 1억원으로, 월 임대료 300만원을 1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요구했다. 김씨가 거부하자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통해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김씨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의 요구는 합법적이다. 계약갱신요구기간 5년이 지났으니 임대인은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고, 김씨는 불법점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한계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지난해보다 16.4% 올랐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가 임대료 인하’ 문제를 끄집어낸 이유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임대료 인하를 통해 상쇄하자는 것이다. 
 
건물을 임차해 장사하는 소상공인은 전체의 63%(2016년 기준)에 달한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임대료는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3.3㎡(약 1평)당 평균 임대료는 2016년 1분기 9만6000원에서 4분기 11만2000원으로 올랐다. 1년 새 17% 증가한 셈이다. 
 
 
정부는 2001년 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시행령을 개정, 소상공인의 권리를 더 강하게 보호할 방침을 세웠다.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1일 입법예고됐고, 오는 1월 26일 시행된다.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환산보증금을 지역별로 50% 이상 인상해 법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기존에는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서울 기준)일 경우에만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았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100)’으로 계산한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을 내고 있다면 4억원 기준에 걸리는 셈이다. 앞으로는 6억1000만원까지 확대 적용된다. 과밀억제지역은 3억원→5억원, 광역시는 2억4000만원→3억9000만원, 지방은 1억8000만원→2억7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임차인의 90% 이상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둘째,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인하했다. 임대인은 최대 5%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고, 한번 인상하면 1년 내에 다시 올릴 수 없다. 
 
하지만 이 시행령이 얼마나 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망이 허술해 임대인이 꼼수를 부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행 임대료 상한율 9%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2~15%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임대인도 숱하다. 임차인들은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 계약갱신요구 기간이 지나고 나면 임대인은 제한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사진은 갈등 상태인 서촌 궁중족발.[사진=더스쿠프 포토]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민(가명)씨는 “임대료를 못 올려주겠다고 버티면 버틸 수 있겠지만, 그러면 계약갱신요구 기간(5년)이 끝나고 내쫓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금을 들여 가게를 열었는데, 자리에 계속 장사를 하고 싶으니 임대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 개정 없이는 효과 ‘글쎄’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일대 식당과 카페의 평균 영업기간은 5년(경실련 젠트리피케이션 실태조사ㆍ2017년)이다. 법정 계약갱신요구 기간인 5년이 지나면 임대인은 재계약의 의무가 사라지고, 임대료도 무제한 올릴 수 있다. 김씨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해 안정적인 영업기간을 인정해 줘야 한다”면서 “우린 5년짜리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건물주의 꼼수로 임차인이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임차인이 임차료를 3회 이상 밀리거나 건물의 재건축ㆍ철거를 할 때에는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임대인이 임차료 계좌를 바꾸고 고지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연체를 유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환산보증금 범위를 넓혀도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2015년 서울시의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명동, 강남, 혜화 등 주요 상권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38만원이었다. 1월 말 환산보증금이 6억1000만원으로 인상돼도 이 상권의 임대인은 법망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실제로 서울 신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민구(가명)씨는 임대인이 1년 만에 월세를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하는 바람에 장사를 접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해 월세 인상 상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들은 이법의 핵심인 계약갱신요구기간 연장 없이는 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간사는 “대부분 생계형인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는 상가임대차 계약이 무기한으로 규정돼 있고,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명확할 때에만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대료 상한율도 5%로 낮아졌지만 1년에 5%씩 올린다면 5년에 25%가 오르는 셈이다”면서 “소비자물가변동률과 연동하거나 2~3년 동결해 소상공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19대와 20대 국회에 걸쳐 발의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3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9월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계약갱신요구 기간 10년으로 연장’ ‘건물의 재건축 등으로 퇴거시 퇴거보상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지만 계류 중이다. 

관련 개정안은 낮잠만 ‘쿨쿨’

앞서 7월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임대료 인상률을 소비자물가변동률의 2배 내로 제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 개정안도 같은 신세다. 공기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국장은 “소상공인들에게 임대차는 생존권이 걸린 시급한 문제”라면서 “그럼에도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로 국회 논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 국장은 “여기에는 임대인의 재산권과 임차인의 생존권이 얽혀있다”면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에 치우쳐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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