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계원예술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계원예술대학교 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원회’(이하 ‘계원예대 블랙리스트 총장 비대위)에서는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수근 전 문화체육부 차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시행한 시기에 문체부 내 실무 총책임자인 기획조정실장을 맡았었다. ’계원예대 블랙리스트 총장 비대위‘는 송수근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블랙리스트 시행에 있어 실질적 역할을 했기에 총장으로서 부적합하다며 총장 임명에 반대하여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송기영 학생은 “계원예술대학교의 구성원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예술대학 총장으로 임명된다는 것에 깊은 좌절과 실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 탄압에 앞장섰던 송수근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책임있는 사과와 성찰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 현장으로 복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신임 총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있어 총장 추천위원회나, 이사회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자를 걸러내지 못했고, 송수근 전 차관이 총장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총학생회나 교수협회에서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아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임명 반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관련 900여명의 학생과 시민 뿐 아니라 공연예술인노동조합,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대한출판문화협회,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문화인천네트워크,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예술인소셜유니온,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11곳의 단체에서 연대 서명을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임명 반대

지난 7월 30일, 학교법인 계원학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던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계원예술대학교 제9대 총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송수근 신임 총장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말경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건전콘텐츠 TF팀’ 팀장으로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예술인이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지속적인 사찰과 검열에 시달렸으며, 정부의 문화예술기금 공모사업에서 배제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그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실태에 대한 1심 판결문을 통해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송 총장은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문화예술인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검열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화예술인 탄압에 앞장섰던 송 총장은 블랙리스트의 실행자로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해야 하지만 슬그머니 예술대학의 총장으로 취임하며 문화예술계로의 복귀를 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원예술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이러한 행태가 용인되는 것에 깊은 좌절과 실망을 느꼈습니다.

학교법인 계원학원은 계원예술대학교의 신임 총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그 후보자들에 대해 여러 단계의 심사와 검증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을 계원예대의 신임 총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학교법인 계원학원이 직접 제정한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선출 규정’의 제15조 3항에 따르면,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총장 후보자의 다양한 자격 조건을 검증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총추위는 송 전 차관이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였다는 근거가 명백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송 전 차관을 총장 후보로 추천하였고, 학교법인 계원학원의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그를 총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주체인 학생을 비롯한 학교의 구성원들은 철저히 배제당했고 그 절차가 아직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계원예술대학교의 주체로서 총장 선임 과정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으며, 학교법인 계원학원은 송 총장에 대한 후보 검증 및 심사 내용과 총장 선임까지의 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은 학교의 존재 이유인 학생들이 진리와 올바름을 탐구하기 위한 배움의 장이어야 합니다. 또한, 예술대학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세계를 제대로 감각할 수 있는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을 교육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술대학 총장은 이를 위해 이바지하는 교수진 및 교직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예술대학 총장은 오로지 시장경제원리만을 존중하여 취업의 여부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존중할 줄 알아야만 합니다. 따라서 이념 편향적이라는 비민주적인 근거를 통해 예술인들에게 재갈을 물렸던 전력을 가진 공무원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예술대학 총장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술교육의 대표적인 재생산 기구인 예술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술인을 탄압하던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총장으로 선임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던 사람이 문화・예술인을 양성하는 예술대학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고 이를 방관한다면 그 결과는 훗날 우리가 또 다른 블랙리스트의 명단을 채우는 것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 계원예술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히 본 대학 구성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권이라는 명분으로 국민과 예술가를 검열하고, 배제하며, 차별하는데 가담했던 범죄자들에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우리 사회 자체에 그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블랙리스트 실행자의 문화예술계 복귀 시도를 방관함으로써 그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우리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의 교직원들과 한국 사회의 예술가들과 시민들, 그리고 송수근 총장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이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된 사안과 관련하여 계원예술대학교 교직원들의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촉구합니다.

둘째.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의 몰염치한 문화예술계 복귀 시도에 대해 문화・예술계 종사자분들,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관심과 연대를 요청합니다.

셋째. 파라다이스 재단과 학교법인 계원학원에게 송수근 총장에 대한 후보 검증 및 심사 내용을 비롯한 현 총장 선임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현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넷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은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직에서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송수근 총장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이 아닌 블랙리스트 총장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블랙리스트 총장 송수근이 총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싸움을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블랙리스트로 예술인을 탄압했던 송 총장과, 그에게 면죄부를 준 학교법인 계원학원이 이제 학생들을 탄압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의 사태는 계원예술대학교 구성원들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크나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계원예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대학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부탁드리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예술인 및 시민들에게 이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요청합니다.

2019년 9월 2일
계원예술대학교 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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