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인기념상과 표절 문제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 중인 하린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7월 11일 뉴스페이퍼 시민기자단과 서포터즈를 위한 하린 시인의 강연이 있었다. 시인은 “문학인이자 교육인으로서 뭘 가르쳐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글쓰기와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린 시인은 문학과 윤리를 다룰 때 가장 화두가 되는 문제 중 하나가 ‘친일문인기념상’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친일 문인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과 과거 시대상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흔히 친일 문인을 용서하자는 사람들은 ‘친일 행위는 실수에 불과하고 문학적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그러나 해당 문인을 기리고 기념하는 문학상이 만들어졌을 때 각종 관계와 권력 문제가 얽히며 갈등이 심화 된다.

‘친일 문학 작품들이 얼마나 효과 있었겠느냐. 미비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린 시인은 “지금 생각하는 문인의 위치와 당시의 위치는 크게 다르다.”며 당시 문인들이 대체로 지도층에 속했음을 직시했다. 서정주를 비롯한 많은 친일 문인들은 대부분 반성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으며 애초 사회 계몽에 뜻을 품고 있던 유학생 또는 지식인이 대다수였다. 

이와 관련해 하린 시인은 “단순히 결과물로 바라보기보다 해당 시대를 살아온 피해자 입장에서 거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특정 문인의 작품성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해당 인물을 찬양해서는 안 된다.”는 말 또한 덧붙였다. 

강연을 진행 중인 하린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다음으로 언급된 주제는 문학계 ‘표절’ 문제다. 하린 시인은 신경숙 작가의 사례를 꼽으며 표절 논란 초기 일말의 사과 없이 표절이 아님을 거듭 주장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무의식적인 표절이 있었을 수 있지만, 인지한 이후에는 원만한 사과와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신경숙의 문장이 명백한 표절임에도 불구하고 창작과비평이라는 거대 출판사를 비롯한 유명 평론가가 나서서 옹호한 바 있다.

하린 시인은 “작가의 윤리가 창비라는 상업적 원리에 편입되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밝히며 “과거 표절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겨우 4년이 지나고 나서 태연하게 다시 돌아왔다. 이는 그릇된 풍토를 만들어 낸다.”라고 비판했다. 

표절을 지양하기 위해서 인용 구문 또는 참고 문헌은 각주를 통해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는 비단 문학 작품뿐 아니라 기사, 사진 등의 콘텐츠 전반에서 지켜야 할 부분이다. 하린 시인은 표절이 밝혀져 당선작이 취소된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의 사례를 언급하며 개인의 윤리의식에서 나아가 주변인 또는 평론가들의 지적과 피드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친일 문인이나 표절 문제와 관련해 한국작가회의마저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등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하린 시인의 강연을 듣는 뉴스페이퍼 시민기자단과 서포터즈 [사진 = 뉴스페이퍼 DB]

현장을 찾은 뉴스페이퍼 시민기자단과 서포터즈 인원 중에는 문예창작학과 학생과 작가지망생도 적지 않아 눈을 반짝이며 강연을 들었다. 강연 끝에 하린 시인은 ‘자기표절’ 역시 윤리의식에 포함되어야 함을 언급하며 ‘모두가 아는 이야기’, ‘내가 이미 한 이야기’를 경계해야 한다며 미래의 창작가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