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세상의 불이 된 신동엽 시인의 50주기를 기리고 문학 정신을 나누는 행사

1부 사회를 맡은 이강산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1부 사회를 맡은 이강산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28일, 신동엽 시인 50주기를 맞아 전국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동엽문학제 - 전국문학인대회’는 신동엽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충남지회가 주관했다. 해당 행사는 신동엽문학관에서 열린 가을축제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맞절할지니’에 이어 부여 삼정유스타운에서 개최됐다.

‘전국문학인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작가회의가 후원했으며 신동엽 50주기를 기리는 “금강 건너 금강산까지”를 주제로 이튿날 ‘시민과 함께하는 신동엽 문화기행’까지 총 1박 2일에 걸쳐 진행했다.

‘전국문학인한마당’ 행사 장면 [사진 = 김보관 기자]

신동엽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문인들로 한껏 붐빈 해당 행사는 이강산 작가의 1부 사회로 시작됐다. 이강산 작가는 신동엽의 사회 참여 정신과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멀리서 뜻을 보탰다. 대회사를 맡은 강병철 충남작가회의 회장은 “1960년대 엄혹한 시국, 어둠의 세상에 불을 밝힌 신동엽 시인은 저항 시인의 롤모델이다.”라며 “후배 작가들이 맡아야 할 의무와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며 평등의 세상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함순례 대전작가회의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함순례 대전작가회의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 함순례 대전작가회의 회장이 “안팎으로 어수선한 때에 먼 길 지나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더불어 신동엽이 추구했던 평화와 상생의 염원을 모으는 자리에 마음을 더한 작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격려사를 통해 대전작가회의와 충남작가회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며 해당 지역에 배출해낸 걸출한 위인과 문인들의 이름을 읊었다. 이경자 이사장은“한국작가회의는 문학 정신을 지니며 늘 깨어있고 빛을 밝히는 조직으로 문학인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말로 객석의 큰 함성을 끌어냈다.

신동엽문학제를 기념하는 여는 시로는 류지남 작가의 ‘다시, 금강에게’와 김채운 작가의 ‘누가 하늘을’이 낭독됐다. 낭독 중간 사회를 맡은 이강산 작가는 “신동엽 시인의 장편 서사시 ‘금강’이 떠오른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 = 김보관 기자]
김성동 소설가(좌)와 김영호 평론가(우) [사진 = 김보관 기자]

‘금강 건너 금강산까지’를 주제로 펼쳐진 문학 토크에는 김성동 소설가와 김영호 문학평론가가 자리했다. 장편 소설 “국수”를 출간한 김성동 소설가는 그가 지나온 한국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이후 왜곡된 우리말과 지명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통연주, 시노래, 몸짓으로 만나는 신동엽’ 무대 [사진 = 김보관 기자]
‘전통연주, 시노래, 몸짓으로 만나는 신동엽’ 무대 [사진 = 김보관 기자]

1부 마지막 순서인 문화예술공연 ‘전통연주, 시노래, 몸짓으로 만나는 신동엽’ 무대 역시 작가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박경하 시노래 가수가 신동엽 시인의 ‘산에 언덕에’, 함순례 시인의 ‘일곱 살, 우주’, 한대수 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기반으로 한 공연을 선보여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2부 사회를 맡은 이정록 작가(좌)와 김정숙 작가(우) [사진 = 김보관 기자]
2부 사회를 맡은 이정록 작가(좌)와 김정숙 작가(우)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진 2부 행사는 이정록, 김정숙 작가의 유쾌한 사회로 시작해 세 편의 시가 낭송됐다. 각각 서울, 여주, 제주에서 온 전비담 시인, 우동식 시인, 김경훈 시인은 감동적인 시편들로 장내를 장악했다. 김나무 촬영 감독이 제작한 “영상으로 만나는 신동엽”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시인을 기리는 마음, 생전 교류한 지인들의 생생한 목소리 등을 담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박구경 시인과 권혁소 시인 또한 시를 낭송하며 신동엽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데 동참했다. 

시낭송 중인 김경훈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시낭송 중인 김경훈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전국의 작가들이 모인 행사인 만큼 각 지회 소개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작가회의 강원, 경기, 경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 부산, 서울, 울산, 인천, 전북, 제주, 충북, 충남 지부 및 지회의 인원들이 차례로 소개됐다. 그중 제주에서 온 작가들은 “신동엽 시인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엔’이라는 시에는 서귀포 밖, 두만강 밖으로 총칼들을 내던져 버리는 장면이 있다.”며 “고향이자 거주지인 서귀포에서부터 발걸음을 옮겼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얼굴을 맞댄 문학인들은 인사를 나누며 화합의 마음을 다졌다. 

행사 마지막은 신기용 타악기 연주자의 대북공연과 전국문학인 부여대회의 평화선언문 낭독으로 장식했다. 선언문은 정완희 작가와 유하정 작가가 낭독했으며 신동엽 시인의 사회 참여 정신을 담아 보다 나은 나라와 정치, 문학다운 문학,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가 가득한 세상을 염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전국문학인한마당’ 행사 장면 [사진 = 김보관 기자]
‘전국문학인한마당’ 행사 장면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작년 개최된 ‘전국문학인마당’의 경우 제주 4.3사건의 70주기를 맞아 제주도에서 열린 바 있다. 내년은 한국 전쟁 발발 70주기이자 대전 산내 골령골 사건의 70주기로 충북에서 개최된다. 골령골 사건의 경우 대전뿐 아니라 충북을 포함한 전국구 피해자가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과거 한국전쟁 시기 학살된 다수의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고통이 남아있는 뼈아픈 과거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석영 대전작가회의 사무국장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역사 속 문제들을 일깨우고 이를 공유하며 연대한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며 행사의 가치를 되새겼다. 그는 이어 “신동엽의 시 정신은 화해와 상징이다. 그것은 연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매년 개최되는 ‘전국문학인한마당’은 각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문학인들의 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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