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설러불라!”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하는 ‘제주 제2공항’ 사업 반대한다!

 

"제주 제2공항 반대 성명서" 낭독 현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 뉴스페이퍼 = 조은별 기자 ] 지난 22일 오후 2시, 세종로 정부청사길 비상도민회의 천막 농성장 현장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중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기자회견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젊은작가포럼, 제주작가회의의 주관을 통해 진행되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젊은작가포럼, 제주작가회의가 공동 발표한 ‘제주 제2공항 반대 성명서’는 홍기돈 평론가가 대표해 낭독했다. 작가들은 “제주도가 제2의 4대강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해당 성명서를 통해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싼 여러 문제 요소를 지적하고,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계획 중단 및 공신력 있는 제주공항 활용 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장에 참석한 한국작가회의 한창훈 사무총장은 “다만 타당한 삶을 살고자 요구해왔을 뿐인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라며 “어떤 인간에게도 대자연을 마음대로 바꾸고, 부수고, 콘크리트를 처바를 권리는 없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제주 제2공항 건설 역시 우리가 마주 선 벽이라고 설명한 그는 함께 협력해 이 벽을 넘어야 할 것이라며 연대 의식을 드높였다. 

제주 제2공항 사업 개요 및 투쟁 현황을 보고 중인 비상회의 박찬식 상황실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비상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현장에서 “2015년 11월, 제주 성산읍 지역에 제주 제2공항을 짓겠다는 건설 계획이 날벼락처럼 떨어졌다.”라는 사실을 밝히며 현재까지의 투쟁 상황을 보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첫 계획 발표 후,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 비상위 등이 나서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측은 4년여에 걸쳐 제기된 제주 제2공항 사업 입지 선정의 객관성 및 타당성, 공정성에 대한 의혹에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국토부 의뢰로 사전타당성 용역을 수행한 APD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가 제시한 예측 수요는 현존하는 제주공항의 인프라를 활용ㆍ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시킬 수 있어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국토부 측은 지난 3년간 APDI 보고서 내용을 철저히 은폐하며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수립을 강행해온 상태다. 

​이어 박찬식 상황실장은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보고서’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환경부 승인은 제주 제2공항 사업 추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데, 당초 국토부 측이 제출한 전략환경영향보고서 초안이 내용 미비로 인한 재정비 의견을 받았으나 한 달 만에 재제출되었다는 것이다. 박찬식 상황실장은 “환경부는 대안 재검토, 동식물 현황 등 지역 환경 조사와 같은 보완 의견을 수렴하려면 최소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라며 현재 국토부 측이 제출한 보고서는 환경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제대로 된 보완을 거치지 않은 서류라고 고발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수립 및 고시에 필요한 국토부와 제주도지사 간 협의 도출 역시 순탄치 않다. 협의에 앞서 제주도지사 측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도지사의 독단적 추진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공론화를 요구하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나아가 국토부 또한 도의회가 추진하는 공론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서로 간 절차와 책임을 전가하는 ‘핑퐁 게임’을 통해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듯 계속되는 계획 재검토 및 적절성 검증 절차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현재 제주 제2공항 건설 기본 계획을 수립해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고시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박찬식 상황실장은 “국토부가 고지한 고시 예정 기간까지, 앞으로 한 달 정도가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연대 발언 중인 젊은작가포럼 최지인 위원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젊은작가포럼 최지인 위원장은 “제주도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외부 자본에 잠식되어 왔다.”라는 선언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는 제주도가 아름답기 때문인데, 그러한 제주도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라며 “제주도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토부와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선정한 공항 입지는 사람이 사는 삶의 터전을 빼앗는 일”임을 시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 일대의 오름과 동굴이 파괴되어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안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지인 위원장은 제주가 개발 대상이 아닌 보호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제주는 사람이 사는 땅이다. 누구도 삶의 터전을 빼앗을 수 없다."라는 결연한 태도로 국토부를 비판했다. "갈등의 섬이 된 제주도를 다시 평화의 섬으로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최지인 위원장은 끝으로 “작가로서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제주를 파괴하려는 세력들과 맞설 것이다.”라는 다짐을 밝히며 연대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정뜨르 비행장'을 낭송 중인 젊은작가포럼 이종민 부위원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하루에도 수백의 시조새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닥을 할퀴며 차오르고

찢어지는 굉음으로 바닥을 짓누르며 내려앉는다

 

​(중략)

 

​정뜨르 비행장이 국제공항으로 변하고

하루에도 수만의 인파가 시조새를 타고 내리는 지금

‘저 시커먼 활주로 밑에 수백의 억울한 주검이 있다!’

‘저 주검을 이제는 살려내야 한다!’라고

외치는 사람 그 어디에도 없는데

샛노랗게 질려 파르르 떨고 있는 유채꽃 사 월

활주로 밑 어둠에 갇혀

몸 뒤척일 때마다 들려오는 뼈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김수열, ‘낭뜨르 비행장’ 부분

젊은작가포럼 이종민 부위원장은 제주도민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빼앗고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국토부 측을 비판하기 위해 김수열 시인의 시 ‘정뜨르 비행장’을 낭독했다. ‘정뜨르 비행장’은 “수백의 억울한 주검” 위에 지어진 “시커먼 활주로”를 지목하며 ‘4ㆍ3사건’으로 대표되는 제주의 비극적 역사를 조명하고 있는 시다. 정뜨르 비행장이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측이 제주에 설립한 육군 비행장을 지칭하는 말로, 해당 비행장을 확충 공사해 세운 것이 현재의 제주국제공항이다. 실제로 공항 확장 공사 당시 4ㆍ3 사건의 학살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대거 발굴되기도 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고시 예정 기간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제주 제2공항 추진 반대를 위한 필사의 노력이 각처에서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민 노민규 씨는 세종시에 위치한 국토부ㆍ환경부 청사 앞에서 갈등조정협의회 구성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를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단식 농성을 펼치고 있고, 23일에는 제주도 내에서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 장소에 모인 작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조은별 기자 ]

'그만두어라', '포기하라'는 뜻을 가진 제주 지역 방언을 활용해 국토부 측에게 “제주 제2공항 설러불라!”라는 구호를 던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세훈 시인은 “앞날을 주시하지 못하고 무식한 자본 논리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인간 된 도리가 아니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선대와 후대, 나아가 지금 우리 세대 모두를 아울러 만인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라며 투쟁 의지를 선보인 그는 “작가들과 제주도민만이 나설 일이 아니다. 전 국민이 현재 상황을 알고 함께 참여하기를 소원한다.”라는 말로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의 아퀴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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