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문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 언론부문 KBS 탐사보도부 “밀정” 제작팀 수상

제13회 “임종국상” 관련 이미지 [사진 출처 = 민족문제연구소]

1965년 국민적 반대 속에 굴욕적인 한일협정이 체결되자 임종국 선생(1929∼1989)은 우리 근현대사 왜곡의 근본 원인이 과거사 청산의 부재에 있음을 직시하고 반민특위 와해 이후 금기시되고 있던 친일문제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1966년 “친일문학론”을 발표하여 지식인 사회에 충격을 던졌으며 그 외에도 문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역작들을 남겨 한국지성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임종국상”은 ‘친일청산’, ‘역사정의 실현’, ‘민족사 정립’이라는 선생의 높은 뜻과 실천적 삶을 오늘의 현실 속에 올바르게 계승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를 학술·문화와 사회·언론 두 부문에서 선정해 수여한다. 2005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나, 2008년과 2009년도는 사무국을 맡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주력해야 했던 사정으로 시상이 잠시 중지되었다. 

올해 수상자 후보 공모에는 학술·문화 부문 10건, 사회·언론 부문 6건, 특별상 2건 등 총 18건이 올라왔다. 지난 9월 16일 예심을 거쳐 10월 7일 열린 심사위원회 본심에서 열띤 토론 과정을 거쳐 학술부문에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를, 언론부문에는 KBS 탐사보도부 ‘밀정’ 제작팀을, 특별상에 고 노동은 교수를 제13회 임종국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하였다. 심사에는 심사위원장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과 더불어 박찬승 한양대 교수, 장완익 변호사,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조세열 내일을여는역사재단 상임이사 등이 참여했다.

학술부문 수상자인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정영환 교수
학술부문 수상자인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정영환 교수 [사진 출처 = 민족문제연구소]

학술부문 수상자인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정영환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피해자와 재일조선인 차별 문제 등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동원 책임을 추적하여 주목해야 할 성과들을 내놓은 연구자이자 한일과거사 청산의 현장에서 맹렬히 활동해온 실천적 지식인이다. 2016년에는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를 날카롭게 비판한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을 저술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역사수정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상 저서인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는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일본은 물론 한국으로부터도 외면당하였던 재일조선인의 생존 과정을 치밀하게 논구한 역작이다. 이 책은 조선족 동포 3세이기도 한 경계인으로서 저자가 ‘재일’의 정체성을 깊이 고뇌하고 싸워온 투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방대한 사료를 섭렵하고 분석한 위에 지방사와 동아시아 각국의 민중이 마주한 시대 상황까지 조명함으로써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영환 교수는 한국 정부에 의한 불법적 인권침해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있던 2009년 6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식민지기 재일 조선인사회의 형성과 단체활동의 전개” 한일공동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초청받았다가 이명박 정부의 전례를 무시한 악의적인 조치로 입국이 불허되었으며, 지난한 법적 투쟁에 들어갔으나 2013년 대법원에서 결국 패소하였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에도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 출판기념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으나 재차 불허되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8년에야 비로소 다시 입국이 허용되는 고난을 겪었다. 

언론부문 수상자인 KBS 탐사보도부 〈밀정〉 제작팀
언론부문 수상자인 KBS 탐사보도부 “밀정” 제작팀 [사진 출처 = 민족문제연구소]

언론 부문 수상자인 KBS 탐사보도부 “밀정” 제작팀은, 2019년 한 해 내내 독립운동과 반민족행위에 관한 기획 보도를 계속함으로써,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시민의 역사의식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3·1운동 계보도와 임정 초기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희귀자료를 발굴 소개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또 백산무역주식회사와 경주 지역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 등 경주 최부자의 독립운동을 심층 보도함으로써 가진 자의 사회적 도덕적 책무가 무엇인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수상작인 “밀정” 2부작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본과 중국의 기밀문서 수만 장을 입수 분석하여, 밀정 혐의자 895명을 특정하고 이들의 행태를 고발함으로써 그간 설명으로만 전해져 오던 ‘밀정’의 실체와 죄상을 처음으로 구체화하였다. 특히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 가운데서도 밀정 또는 친일 혐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학계와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장기간에 걸친 추적조사와 방대한 사료 검증을 통해 학계에서도 사각지대에 가까운 분야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끌어냈다는 점이 평가받았다.

특별상 수상자인 고(故) 노동은 교수
특별상 수상자인 고(故) 노동은 교수 [사진 출처 = 민족문제연구소]

특별상 수상자인 故 노동은 교수는 ‘민족음악’의 주창자이자 실천가였다. 고인은 한국 근현대음악사에 관한 30여 권의 저서와 400여 편의 논문을 남겼으며 특히 항일음악과 친일음악 연구에 선구적 업적을 쌓았다. 방대한 근현대 음악사 관련 자료를 수집 정리하였으며, 이를 분석해 “친일음악론”, “항일음악 330곡집”, “인물로 본 한국근현대음악사” 등 이 분야의 개척적 연구로 학문적 토대를 놓았다.

고인은 학술연구뿐만 아니라 실천운동에서도 후학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음악 분야 집필을 책임졌으며, 음악을 통한 분단극복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었다. 전국 어디라도 원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 ‘민족음악’을 논하고 노래했다. 지난 22일에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쌓은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추서 받았다.

시상식은 10월 31일(목) 오후 7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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