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학은 다양한 외부 변인들과 함께 미래 가치를 획득해나가야”

이승하 중앙대 교수, 한국문예창작학회 전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승하 중앙대 교수, 한국문예창작학회 전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제37회를 맞은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가 중앙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총 4년의 임기를 내려놓은 이승하 전 회장은 무대에 올라 그동안의 감회와 감사를 전하며 세미나의 시작을 알렸다. 

사회를 맡은 신수정 명지대 교수는 “4년간 학회를 지금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고 노력한 회장님과 회원님, 교수님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라며 “그간 학회지 『한국문예창작』에 어떤 논문을 실어왔고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졌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나소정 단국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나소정 단국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1부의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나소정 단국대 교수는 “문예창작학 연구의 현황과 전망 - 『한국문예창작』을 통해 본 문예창작론 연구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한국문예창작학의 전반적인 쟁점과 동향을 파악했다. 발표는 크게 문예창작학의 성립 배경과 전개 과정, 그 과정에서의 학회와 학술지가 낸 성과와 한계, 향후 문예창작학의 연구 과제 등을 분석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제37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제37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나소정 교수는 우선 문예창작전공이 처음 개설된 1953년 서라벌예술고등학교를 언급했다. 2년제 초급 대학 과정으로 운영되던 해당 문예창작학과는 1972년 중앙대학교로 통합되었다. 그는 “1977년 서울예술대학교에 문예창작학과가 신설되며 다수의 문인이 배출되었으며 4년제 학제에서 문예창작학과 개설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로부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다.”라고 문예창작학과의 역사를 읊었다. 

그 과정에서 유사한 교과 및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이 급증하며 ‘문예창작학’이 인문학이냐 예술이냐에 관한 논쟁도 있었으나 문예창작학과가 양적으로 급증하며 국어국문학과 구별되는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예창작학과의 경우 연구와 교육에 ‘창작실기교과’를 포함함으로써 현장성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이는 이른바 ‘순문학’으로 불리는 제도권 문학 작가의 양성이라는 1기의 목표가 수정되고 응용문학과 다양한 장르와 분야가 포괄된 것으로 해석된다.

제37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제37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문예창작학 대학원 과정이 본격적으로 설치된 시기는 2000년대로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 문예창작학 전공이 개설된 학교는 2000년 기준 46개교에서 2017 기준 72개교까지 확대되었다. 2019년은 다소 줄어든 58개교다. 그중 대학원 과정은 2000년 6개교에서 2014년 29개교로까지 늘어났다. 상위 통계는 이승하 교수의 논문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알리미 서비스를 참고한 자료다. 

나소정 교수는 “통상 학문영역이 단위로서 인정되는 기점”으로 박사 과정 개설 시기임을 짚으며 “문예창작학의 학위논문, 연구논문, 전문학회, 전문저널 등 학술의 공론장이 형성된 2014년에 이르러 진정한 학문으로서의 문예창작학이 다양한 각도로 모색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제37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현장에 참석한 인원 [사진 = 김보관 기자]
제37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현장에 참석한 인원 [사진 = 김보관 기자]

학술공론장의 형성과 교육제도 확립 과정에서의 문예창작학회와 학술지가 나타낸 성과와 한계 역시 분석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 양성’이라는 문예창작학과의 초기 교육목표가 수정 및 확대된 만큼 ‘창작교육 - 작가양성 – 문인배출’을 대체할 수 있는 체재를 마련하고 제도적 확립으로 나아가는 것은 각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 남은 과제였다.

이에 2001년 전국 대학의 문예창작학과 교수들이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조직적으로 모여 한국문예창작학회를 발족했다. 이론적 토대 구축과 동시에 문예창작학과 졸업생들의 자격 취득 방안, 문학교육 지도 자격 부여, 교수업적평가 공유안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그 결과 나타난 구체적인 성과로는 ‘문예교육지도사’라는 공인 자격증이 생긴 일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자격증은 2003년 ‘문예교육지도교사’라는 명칭의 민간자격증으로 시작해 2014년부터 교육부 산하 비영리법인 평생교육진흥연구회에서 발급하고 있다.

한국문예창작학회는 더불어 학술 제도권 내에서 문예창작학이 독자적인 학문체계로 받아들이는 데 지속적 활동을 이어왔다. 눈에 띄는 활동 중 하나로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분야분류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어국문학과 분리되는 문예창작학 세부분야의 인정 및 정부 차원 학술지원사업의 접근 방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좌담회를 개최하고 누락된 사항을 수정했다. 

나소정 단국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나소정 단국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나소정 교수는 “한국문예창작학회는 그간 문예창작학의 학문영역을 범주화하고 독자적 정체성 확립 과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라고 요약하며 최근 5년간 한국문예창작학회 학술대회의 주제와 주요 발표 논문 분석을 통해 연구 동향과 쟁점을 조명했다. 

정리된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대회의 주제는 문예창작학 자체에 관한 논의와 함께 문예창작학 교육의 현황과 전망(27회), 세계의 문화와 문예창작의 미래(30회), 문학 창작유산의 가치와 전망(32회), 문학, 현실을 말하다 – 장르와 경계를 넘어(34회) 등 다각화되고 확장, 심화 된 연구로 나아갔다.

한국문예창작학회 학술지 『한국문예창작』이 빠른 속도로 학술적 영향력을 확보한 점을 언급한 나소정 교수는 그간의 범주별 연구 현황 역시 정리해 발표했다. 그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으로는 “문화콘텐츠창작·교육론이 시창작·교육론보다 수가 많다.”는 점이다. 나소정 교수는 “근래 문예창작학이 응용문학 분야로 더욱 활성화된 한편 문예창작학의 학문적 기초 토대연구가 매우 부진하고 정체되어있는 실정이다.”라며 “초창기에 시도된 문예창작·교육론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한 연구가 후속연구로 연계되지 못하고 산발해있다.”라고 지적했다.

나소정 단국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나소정 단국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 나소정 교수는 kci에서 제공하는 분석정보서비스 Topic Landscape를 통해 최근 10년간 『한국문예창작』에 수록된 268건의 논문 키워드 분석을 통해 연구 동향과 현 단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문예창작’과 ‘창작교육’이 연관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문예창작학 연구분야의 핵심 키워드가 ‘문학교육’, ‘문학교육교양’, ‘글쓰기’로 접속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말과 함께 ‘문학교육’에 비해 ‘문예창작’이 놓인 자리가 위태로움을 우려했다.

발표 말미에 그는 일련의 분석을 통해 도출한 현 단계 문예창작한 연구 상황과 당면과제를 정리했다. 우선 문예창작학의 학문적 정체성이 유동적으로 확산되는 동시에 구심점이 허약했다. 나소정 교수는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문예창작·교육 이론의 기초토대 연구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의제 설정과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문예창작학 내부적으로만 천착하지 않고 외적 변인을 고려해야 함이 강조됐다. 나소정 교수는 “근래 시장, 대학사회 학술지형, 문단문학의 지형, 문예 개념과 창작 개념 등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며 외부 환경의 급변과 함께 문예창작교육의 미래 가치를 조망해야 한다고 주지했다.

김병덕 중앙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김병덕 중앙대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질의를 맡은 김병덕 중앙대 교수는 “문예창작학이 여러 학문 사이의 통섭이나 융합하는 과정에서 개별 학문 단위의 정체성이 소실될 위험성이 있다.”며 “인접 학문과 접맥할 때 학문적 고유성을 지킬 수 있는 경계설정엔 어떤 기준이 있는가?”를 질문했다.

나소정 교수는 “학문체계의 이론적 범주화나 포함 범위, 문예창작학 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이 그간 수동적으로 조정되어왔다면 이제 외적 효용의 관점에서 극복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논의를 위해서는 유사 분야에서 창작 분야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역시 적극적,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경계 짓기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나소정 교수의 예측이다.

김병덕 중앙대 교수(좌)와 나소정 단국대 교수(우) [사진 = 김보관 기자]
김병덕 중앙대 교수(좌)와 나소정 단국대 교수(우)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는 나소정 교수의 발표 외에도 ‘한국 현대시 연구 동향 파악을 위한 검토’(한원균 한국교통대 교수), ‘한국의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의 현항과 미래(이혜진 세명대 교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글쓰기 교육 방안(강민희 대구한의대 교수)’ 등 문예창작학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연 2회 개최되는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는 꾸준한 연구와 토론을 바탕으로 향후 문예창작학의 발전 방향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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