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쿠프 기자의 전자지갑 체험기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지갑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출시 업체들도 이동통신사, 은행, 전자회사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증가율에 상응할 만큼의 인프라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경인방송 The Scoop 기자가 직접 전자지갑을 사용해 봤다.

▲ 신한은행과 KT에서 공동으로 출시한 전자지갑 주머니(ZooMoney). 그러나 가맹점 부족으로 원활한 사용이 쉽지 않다.

7월28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주말이어서 사람들로 붐볐다. 무더위와 바쁜 일정 탓에 운동량이 부족했던지라 타임스퀘어 내부를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 노트북과 슬리퍼가 들어있어 가방이 묵직했다. 지하2층 이마트로 이동한 뒤 사물함에 가방을 넣었다.
 
이후 지하 1층 식료품점, 1층 명품타운을 돌며 산책을 계속했다. 어느 정도 운동량이 채워지자 2층 교보문고로 향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안철수의 생각」 「빅 픽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이 진열돼 있었다. 몇 권 구입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YES24에 포인트가 많았다. 굳이 이곳에서 살 필요가 없었
 
다.

대신 서점 내 문구매장으로 이동해 포스트잇, 투명테이프, 필기구 등을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 찍힌 가격은 정확히 5000원. 지갑은 가방 속에 있었다. 그런데 가방이 사물함에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물건을 내려놓고 다시 지하2층으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옆줄 계산대의 여고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계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어보니 전자지갑 ‘스마트월렛’은 교보문고 내에서 지불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스마트월렛 내 모바일결제 도구인 ‘엠틱(m-tic)’ 기능을 활성화시켜 카운터에 내밀었다. ‘띠딕~’ 효과음이 나며 결제가 끝났다. 지불된 5000원은 다음 달 휴대전화 요금에 합산된다고 했다.

7월 30일 저녁 7시. 후배기자 3명과 회사 인근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는 갈비탕, 육개장, 비빔냉면, 물냉면이었다. 식대는 2만4000원. 후배들에게 더치페이하자고 말하기가 어색했다. 사고방식이 아직 고루해서일 것이다. 저녁을 쏘겠다고 호기 있게 공언했다.

성큼 다가온 전자지갑 세상

그런데 사무실에서 바로 나오느라 돈이 얼마 없었다. 후배들 또한 일하다가 나온 상태라 지갑이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체크카드를 갖고 있던 막내기자가 계산을 했다. 돈은 다음날 주겠다고 했다. 계산을 마친 후배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체크카드 잔액이 0원이 됐다며 당장 활동할 여비가 없다는 것이었다.

순간 전자지갑이 떠올랐다. 기자가 쓰고 있는 전자지갑 ‘주머니(ZooMoney)’에는 현금 1만9000원이 충전돼 있었다.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주머니’의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후배에게 1만9000원을 보냈다. 복잡한 계좌번호도 필요 없었다.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만 찍으면 곧바로 송금이 완료됐다.

나머지 5000원은 ‘호주머니’에 있던 현금으로 해결했다. 후배가 미소 지었다. 이렇게 빨리 돈을 돌려받을지 예상 못했던 것 같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지갑’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전자지갑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현금이나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 쿠폰 활용, 포인트 적립 등이 가능한 서비스다. 전자지갑이 활성화되면 현금과 카드 등으로 빽빽했던 가죽지갑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전자지갑의 출시는 이동통신사 쪽에서 활발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라서다. 하지만 가죽지갑을 만
 
드는 회사가 꼭 피혁회사만은 아니듯, 전자지갑 출시업체도 이동통신사로 국한된 건 아니다. 은행, 전자회사, 포털 사이트 등도 업체별 개성을 살린 전자지갑을 출시했다.

현재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전자지갑은 ‘스마트월렛’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에서 내놓은 서비스다. 2010년 6월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SK플래닛에 따르면 현재 가입자 수는 500만명을 넘어섰다(올 6월 말 기준).

스마트월렛의 사용은 꼭 SK텔레콤 가입자로 국한되진 않았다. 이용자 중 100만명 이상이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업자들도 부러워할 수 있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모바일 지갑 서비스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전자지갑 ‘U+스마트월렛’을 출시했다. 기존의 플라스틱 멤버십 카드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에서 멤버십 카드를 발급 받고 바코드를 이용해 가맹점에서 할인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T는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멤버십, 쿠폰, 보안카드 등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 ‘올레마이월렛’을 출시했다.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보다 체계화시켰다.

은행권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2월 ‘하나N월렛’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서 송금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선불 충전형 전자지갑이다. 통신사나 은행 거래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유비페이(UbPay)’와 손을 잡고,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직불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비페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후 결제계좌와 비밀번호를 한번만 등록하면 상품구매 시 휴대폰 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전자지갑이다.

신한은행은 올 1월 KT와 공동으로 전자지갑 ‘주머니(ZooMoney)’를 선보였다. ‘주머니’는 색다른 전자지갑
 
이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주요 기능으로 내세웠다. 남대문시장 내 점포들을 가맹점으로 받아들여 지난 5월부터 재래시장 내 결제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전자지갑도 홍보하면서 재래시장도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남대문시장에서 ‘주머니’를 통해 결제를 할 경우 이용자는 큰 폭의 포인트를 받고, 가맹점은 소득 공제 및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이 따른다.

전자지갑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 때문인지 포털과 전자업계에서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검색엔진 구글(Google)은 지난해 9월 결제와 멤버십 기능이 통합된 ‘구글 월렛’을 출시했다. 삼성 또한 대형카드사 및 쇼핑몰과 제휴한 ‘삼성월렛’의 출시를 눈앞에 뒀다.

돌아가는 판세만으론 전자지갑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듯하다. 전자지갑만으로 일반지갑의 완전 대체가 가능할까. 답은 ‘아직 아니오’이다. 전자지갑을 통해 멤버십 기능, 포인트 적립, 쿠폰관리 등이 편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갑의 주된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지불결제’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불결제 가능 약해

7월 26일 낮 12시,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신한은행과 KT의 합작품 ‘주머니’의 결제 서비스를 체크해 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주머니와 가맹계약을 맺은 상점을 찾아야 했다. 신한은행과 KT에 따르면 남대문 시장 내 주머니 가맹점은 200여 곳이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가맹점이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다. 네이버 백과사전을 검색하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사전에 따르면 남대문시장 내 점포 수는 1만개에 육박했다. 결국 주머니 전자지갑을 통해 결제가 가능한 점포는 남대문시장 내에서도 2%에 불과했다.

그래도 가맹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로변을 지나 시장 5번 출입구에 이르니 C안경점과, A의류점에 주머니 가맹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C안경점에서 10m 정도 아래로 이동하자, 분식점에도 가맹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만두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냉면을 먹었다. 가격은 6000원.
 
▲ 전자지갑이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도구가 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카운터 종업원에게 주머니를 통해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지 물어봤다. 종업원이 머뭇거렸다. 기자를 KT에서 파견 나온 관계자로 착각한 것이다. 관계자가 아니라고 밝히자 종업원은 “(주머니 전자지갑으로) 계산하는 사람을 별로 못 봤다”고 말했다.

간단한 대화를 마친 후 스마트폰에서 주머니 앱을 실행시켰다. 결제를 마치자 ‘삐링~’ 문자가 왔다. 1800원이 적립됐다는 내용이었다. 냉면 값 6000원의 30%를 되돌려 준 것이다. 주머니 활성화를 위해 업체 측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은 인정해야 했다.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나가려는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종업원이 기자의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주머니로 결제했을 경우 사장의 휴대폰이나 통장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장이 부재 중이라 제대로 결제가 됐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떨떠름하게 다시 스마트폰을 켜고 결제 확인 문자를 보여준 뒤에야 계산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은행에서 출시한 전자지갑도 결제 기능이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N월렛의 경우, 결제 기능이 사실상 없다.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쿠폰 구매를 통한 바코드 결제뿐이다. 쿠폰 구매가 가능한 업체 또한 20여 곳에 불과하다.

7월 27일 종로. 하나N월렛 쿠폰 기능을 통해 물품을 구매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에서 하나N월렛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시킨 뒤 쿠폰숍에서 6900원짜리 ‘버거킹 와퍼세트’를 구입했다. 쿠폰을 통하니 345원 싼 6555원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버거킹 종로점에서 쿠폰 결제 후 식사를 마쳤다.

점포를 나오니 무더운 날씨에 숨이 막혔다. 인근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기로 했다. 배스킨라빈스 또한 하나N월렛과 제휴 계약이 된 곳이었다. 하지만 쿠폰숍 검색 결과 실망스러움이 몰려 왔다. 판매가 3000원짜리 배스킨라빈스 싱글콘의 경우 하나N월렛 쿠폰을 통한 구입가도 3000원이었다.

1만4200원짜리 버라이어티팩의 쿠폰가격도 1만4200원으로 동일했다. 혜택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하나N월렛 고객상담실 관계자는 “하나N월렛은 지불 서비스를 주된 기능으로 출시된 상품이 아니다”며 “아직은 서비스 초기단계라 미흡한 점이 있고 가맹점도 부족하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 말했다.

NFC 유심칩 내장 필수

SK 스마트월렛 또한 결제 기능이 미흡한 건 마찬가지다. 현재 모바 일결제 서비스 ‘엠틱’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용 가능 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금액 또한 월 3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다음달 휴대폰요금에 합산된다. 엠틱 기능은 ‘전자지갑형 결제라인’이라기 보단 약식화된 ‘휴대폰 결제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 전자지갑을 통한 지불결제가 원활해지려면 NFC(근거리 무선통신)의 활성화가 전제 조건이다.

유비페이는 이용 폭이 더 좁다. 인터넷 신세계몰과 극히 일부 가게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유비페이 관계자는 “현재 유비페이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점포는 교대와 충무로에 있는 커피숍 2곳 뿐”이라고 밝혔다.

전자지갑을 통한 지불결제가 원활해지려면 NFC(근거리무선통신)의 활성화가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선 NFC 유심칩이 내장된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스마트폰 중 NFC 유심칩이 내장된 제품은 제한적이다.

물론 최신형 모델일수록 NFC 유심칩이 내장돼 나오는 추세다. 그렇다고 전자지갑 결제가 활성화되는 건 아니다. 결제가 가능한 가게가 충분해야 해서다. 즉, 가게별로 전자지갑 결제를 가능케 하는 NFC 단말기(일명 동글이)가 구비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NFC 단말기가 완비된 점포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자지갑이 일반 플라스틱 카드를 대신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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