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작가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김갑수 작가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최근의 예술은 많은 변화를 격고 있는 듯하다. 특히 모던 예술의 특징이 리얼리티가 강해지면서 실험정신과 탐미적인 측면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예술분야에서 탈장르를 추구하며 각기 다른 분야로 분류되어있던 예술의 형태가 서로 융합되며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이 혼재된 시기에 작품에 대해 심플함을 강조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가 있다. 바로 서각에 최근 매진하고 있는 ‘석초 김갑수’작가이다. 작가는 서예가, 한국화가, 서각화가이다. 현재 작가는 경남 의령군청 옆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신의 작품세계를 망라하여 서각과 그림을 접목한 작품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8일 작가를 만나기 위해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힘이 있으면서도 굵은 선을 보여주며 인상적인 서각작품에서부터 섬세하고 미려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풍과 작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다양한 색감을 접목한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서각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석초 김갑수 작가를 찾아 그의 예술의 세계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당대의 유명한 화가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수집하였다. 남농 허건 선생의 그림을 얻을 때 일화는 당시 어린나이에 이러한 열정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작가는 그림과 서예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당대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집에서 주는 용돈을 한 푼도 낭비하지 않고 모았다. 어느 정도 돈을 모이면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하여 작가를 찾아 나서기 일쑤였다.

제목 '독수리'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제목 '응시'이다.(사진=김규용 기자)

남농 허건 화백을 찾아 그 동안 모은 용돈을 털어서 당시 전라도 지역에 계셨던 남농 선생을 찾아갔다. 그러나 당시 선생의 인기를 말해주듯 남농 허건 화백의 대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선생을 만나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작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하나 그려주셨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모았던 용돈을 건넸다.

선생은 작가를 한참 쳐다보며 “알았다”라고 대답을 했지만, 참으로 괴이하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자신을 찾아와 당돌하게 말하는 작가가 기특하기도 했을 듯하다. 저녁을 먹고 남농 선생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선생은 그림을 그려 줄 생각이 없는 듯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묵고 가라는 말이 전부였다.

결국 작가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내일 가겠다고 알리며 하루 밤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작가는 어린나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작가는 그 동안 모은 돈이 사실 작품을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무런 작품을 그릴 준비도 하지 않는 선생을 보며, 작품은 못 얻어가고 돈만 날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이윽고 아침이 되자 선생은 아침을 같이 먹자하여 아침식사를 하였다. 이후 선생은 그림 한 점을 내어놓았다고 한다. 또 당시 가지고 같던 용돈 봉투를 그대로 다시 돌려주는 것은 물론 차비하라며 돈을 더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작가에게 연락해 놓을테니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남농 허건 선생은 어린아이가 자신을 찾아와 작품을 달라고 하는 모습의 열정을 높이 산 듯하다. 이런 인연으로 당시 어린나이에 여러 작가들을 만나며 작가는 작품을 보는 안목을 넓혔다.

작가의 작품 중 금강산은 청색의 하늘빛을 단순하게 표현하고 산의 모양을 흰색의 테두리로 산을 검게 하여 표현한 심플하고 담백한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색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무엇은 강한 에너지를 주고 있다. 또한 반야심경을 서각으로 작품화 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내 뿜고 있는 것. 이렇게 작가의 작품에는 상서로운 기운 내뿜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인터뷰하고 있는 '석초 김갑수'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인터뷰하고 있는 '석초 김갑수'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작가는 “나는 붓과 칼을 잡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칼을 잡고 작품을 만들 때는 어느 순간 무아지경에 들어 주변을 인식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작품을 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불편한 몸을 인식하지 못한다. 사실 작가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작가의 작품에는 가끔 볼 수 있는 ‘지독한 고독’이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항상 웃음을 지며 주변의 사람들과 항상 친근하고 소탈하게 지낸다. 이런 연유로 작가의 내면의 고독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작가의 작품 ‘응시’는 석양이 지는 하늘에 구름이 다채로운 색깔을 품고 있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 비스듬한 바위위에 홀로 앉아 다른 곳을 바라보는 하늘의 왕자 독수리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독수리. 독수리는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는 애처롭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작가의 작품에는 호랑이와 해바라기, 그리고 물고기가 많이 등장한다. 주로 붉은 톤으로 이루어진 색감은 강렬하며 화려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욱 그 안에 전달된 고독함을 눈치체기는 힘들다. ‘호랑이2’에서는 호랑이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다소곳이 앉아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모습은 조금은 민화적인 느낌이 난다. 그러나 호랑이가 다소곳이 앉아 쳐다보는 모습은 동물의 왕으로서 어딘지 안쓰럽다.

작품 '호랑이2'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작품 '호랑이2'이다.(사진=김규용 기자)

물론 작가의 작품은 이렇게 애처로운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게 불타오를 듯 피어나 해바라기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마치 자신이 이글거리는 태양이라도 된 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세상살이에 에너지를 뿜어내는 듯 작품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욕망을 분출시키는 듯 화려하다.

석초 김갑수 작가는 말한다. “작품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에 나의 생각이 전달된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기쁘고, 또 어떤 작품은 수려하고, 또 다른 작품은 화려하다. 이러한 현상은 내가 작품을 하기 전 어떤 생각을 하였는가가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에 인기를 많이 누리고 있는 작품에 대해 “물고기가 낚시 바늘의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작품이다. 일명 ‘그러다 낚인다.’를 주변사람들이 많이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낚인다.’는 입이 커다란 화려한 물고기가 작은 미끼를 물기 위해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모습이다. 이는 현대사회를 회화적 모습으로 풍자한 내용이다. 화려하며 욕심이 가득한 세태를 풍자했다.

물론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분명 있다. 그러나 모든 예술작품이 그렇듯 작품의 해석은 각자의 사유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 말하며 해석에 대해서는 작품을 보는 사람의 것으로 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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