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 표지 [사진 = 김보관 기자]

책만드는집 출판사에서 김여옥 시인의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가 발간됐다. 김여옥 시인은 땅끝 마을 해남에서 태어나 1991년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데뷔했으며 1996년 마케도니아 “제35차 스트루가 국제 시 축제”, 1998년 불가리아문화성 초청 “한·불가리아 문학의 밤”, 2003년 중국작가협회 초청 “북경·절강성·상해 작가와의 대담”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바있다.

검불 같은 안개를 털어내며
어머니는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사는 게 별거 있간디
모시 고를라다 삼베 골르는 거제

꿈꾸던 자의 빛나는 개안
효색이 안개를 밀어내고 있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

-김여옥 시인의 ‘잘못 든 길도 길이다’ 중에서.

이번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에서 시인이 궁극적으로 이르려는 것은 삶의 과정에서 응어리진 마음을 어르고 달래 그것을 신명 나게 풀어내려는 그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그늘은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 중 특히 죽음에 대한 자의식을 통해 드러난다. 

죽음은 인간이 맞닥뜨려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일정한 생의 보편적 흐름 속에서 발생한 것이냐 아니면 우연히 돌발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한 것이냐에 따라 응어리진 마음의 정도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그늘은 후자와의 만남을 통해 보다 강렬한 존재성을 드러낸다.

‘그 나무에는 그늘이 있어’라고 할 때의 그늘은 부정이나 긍정 어느 한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그늘은 프로이트의 무의식화된 욕망이나 융의 그림자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늘은 그림자의 상태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세계다. 그늘의 세계는 그림자의 세계가 은폐하고 있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덩어리를 일정한 삭힘의 과정을 통해 풀어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류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인 김여옥은 노래가 오기 전에 스스로 울고, 스스로 울어서 마침내 노래가 된 시인이다. 이토록 뜨겁고 시리고 아프고 서럽고 붉고 멀고 아득한 피를 존재의 안팎에 깃들인 시인 참 드물다.”며 김여옥 시인의 시 세계를 극찬했다.

한편, 김여옥 시인은 인사동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시인”을 운영하다 2014년 귀촌하여 자급자족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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