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 세라노, 최돈미, 윤선미, 김소라, 이상윤 번역가 외 다수 수상

웃고있는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좌)와 피오 세라노(우) [사진 = 김보관 기자]
웃고있는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좌)와 피오 세라노(우)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유승원 기자]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2001년 출범한 한국문학번역원이 지난 16일 한국문학번역상 통합 시상식을 진행했다.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 제7회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시상이 이뤄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는 국내외 작가와 번역가, 문화예술관계자들이 참석해 축하의 마음을 보탰다. 

개회사를 맡은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사진 = 김보관 기자]
개회사를 맡은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사진 = 김보관 기자]

행사의 시작을 알린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한국문학번역원은 전과는 다른 포부 두 가지를 추진 중이다.”라며 “우선 한국문학의 윤곽을 한반도 남부지역만이 아니라 남과 북, 해외의 한인 문학까지 아우르는 총체로서 세계 독자들에게 제시하려 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를 ‘한국문학 관계자로서 숙원’이었다 말한 그는 “한국문학을 온전히 복원해 세계의 독자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번역자들도 함께 관심 가져주시기를 당부한다.”며 “정치적 상황이 어렵고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지만, 그러한 핑계로 남과 북의 문학과 예술마저도 분단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세계문학 전체로서도 적지 않은 손실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사인 원장은 이어 “한국의 당대 문학에 관한 세계적 공유가 부족하다.”는 점을 짚으며 “한국문학이 지닌 활기와 잠재력 등의 저변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문학의 전통, 서사무가, 판소리, 그 속에 깃들어 있는 한과 신명의 유전자를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 단숨에 결판을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장차 꾸준하게 노력하겠다. 여러 선생님께서도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로 축사를 갈무리했다. 

2019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2019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2008년부터 한국문학번역전문 교육기관인 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신인상 8명 가운데 절반이 아카데미 수강생 또는 수료생이며 번역상 수상자인 윤선미, 김소라 번역가 역시 아카데미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진행해왔다. 김사인 원장은 “근년에 들어 국내외 유명 번역상의 많은 부분을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석권해 새삼 자랑하기도 멋쩍다.”라며 10여 년 전에 어려운 여건을 무릎 쓰고 번역 아카데미를 출범시킨 한국문학번역원의 3대 원장 윤지관 교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현택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김현택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번역상 및 공로상의 심사보고를 맡은 김현택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한 해간 해외에서 출간된 도서를 대상으로 번역의 가독성, 문학성, 언어권 내의 수용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언어권의 전문 번역가와 한국인 교수가 2차 심사에 참여해 원작이해의 충실성, 예술 언어의 완성도 등을 중심으로 13개 언어권 총 13종의 도서가 추려졌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말 진행된 운영위원회의 최종 심사 회의에서는 1, 2차 심사내용을 종합적 검토하고 현지에서의 반응, 원작의 문학사적 위상, 번역가의 누적 업적 또한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김현택 교수(좌)와 윤선미 번역가(우) [사진 = 김보관 기자]
김현택 교수(좌)와 윤선미 번역가(우) [사진 = 김보관 기자]
상패를 받는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상패를 받는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스페인어권 번역을 맡은 윤선미 번역가가 수상했다.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연원장상에는 김언수 작가 “설계자들”의 영어권 번역 김소라 번역가. 천명관 작가 ‘고래’의 러시아어권 번역 이상윤, 김환 번역가가 그 영예를 안았다. 

제7회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에는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The 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을 번역한 최돈미 시인과 자신이 설립한 베르붐 출판사(Editorial Verbum)를 통해 스페인에 50권 이상의 한국문학을 소개한 피오 세라노 작가가 자리했다.

상패를 받는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상패를 받는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는 영어권 ‘김영철전’ 번역의 배영재, 프랑스어권 ‘다른 기억’ 번역의 클로에 고티에, 독일어권 ‘다른 기억’ 번역의 마틴 무르지글로트, 스페인어권 ‘다른 기억’ 번역의 박정효, 러시아어권 ‘장삼이사’ 번역의 클리멘코 올가, 중국어권 ‘김영철전’ 번역의 장기남, 일본어권 ‘다른 기억’ 번역의 이토 마키, 베트남어권 ‘다른 기억’ 번역의 의 투 티 탄 트엉이다.

신인상 심사보고 및 결과발표를 맡은 이강은 경북대 노어노문과 교수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신인상의 명예를 얻은 분들을 축하드린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훌륭한 한국문학 번역가로 성장해나가길 기원한다.”는 격려를 전달했다.

수상소감을 전하는 피오 세라노 [사진 = 김보관 기자]
수상소감을 전하는 피오 세라노 [사진 = 김보관 기자]

제7회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을 받은 피오 세라노는 함께 한국문학을 연구해준 국내 연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건국신화와 같은 미지의 영역에서부터 신비로운 샤머니즘 언어, 세시절기와 연결된 농학’ 등을 언급하며 “한국문화는 온갖 변화를 겪으면서도 느리지만, 견고하게 보존되어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탈춤에 녹아있는 풍자와 해학 정신, 상상력을 일깨우는 판소리, 세종대왕과 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백성들을 위한 문자 한글, 그늘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의 규방가사, 시조 등 과거 문학 작품에 함축된 화자들의 정신세계와 저항정신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계속되고 있다.”며 “예리한 도전정신과 이를 증명하는 실험적인 서사문학 역시 매우 뛰어나다. 자연스럽고 소박한 서예작품과 고전 화가들의 고상함, 그와 대비되는 현대 화가들의 대담한 시도들은 물론 영화와 기타 예술까지, 나는 한국문화 전반에 사로잡혀 있다.”고 전했다.

김환 번역가(좌)와 이상윤 번역가(우) [사진= 김보관 기자]
김환 번역가(좌)와 이상윤 번역가(우) [사진= 김보관 기자]
김소라 번역가와 그의 아들 [사진 = 김보관 기자]
김소라 번역가와 그의 아들 [사진 = 김보관 기자]

피오 세라노를 시작으로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를 수상한 윤선미, 김소라, 이상윤, 김환 번역가의 수상소감이 이어졌다. 총 여덟 명에 이르는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는 대표로 클리멘코 올가와 장기남 번역가가 무대에 올랐다.

클리멘코 올가 번역가 [사진 = 김보관 기자]
클리멘코 올가 번역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장기남 번역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장기남 번역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중국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의 전공한 후 LG디스플레이 중국 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장기남 번역가는 “어릴 적부터 고전문학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며 “중국과 한국 양국의 비슷한 배경 덕분에 한국 고전문학이 낯설지 않고 친근했다.”고 번역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웹툰이 잘 알려진 데 반해 한국문학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국문학을 전파하기 위해 번역자의 역할 중요하다. 뉴스나 정보성 글들은 번역기를 돌릴 수 있지만, 언어의 섬세함이 중요한 문학은 그렇지 않다.”며 한중 번역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으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의 낭독회 [사진 = 김보관 기자]
제18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의 낭독회 [사진 = 김보관 기자]

공식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신인상 수상자들의 낭독회가 진행됐다. 낭독된 작품은 김혜진 작가의 ‘다른 기억’으로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베트남어로 낭독돼 듣는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 사회를 맡은 신용목 시인은 낭독회 이후 “문학은 하나의 영혼에 접속할 수 있는 열쇠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감상을 덧붙였다.

박희경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박희경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비공식 격려사로 ‘김영철전’의 편저자 박희경 교수가 무대에 올라 “나는 작가가 아닌 번역자다. 홍세태에 의해 한문으로 기록된 것을 현대 한국독자들이 읽기 쉽게 정길수 교수와 공역한 것이다”라며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이번부터 한국 고전도 심사 목록에 포함한 것은 눈에 띄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서구권 중심 번역에 머물러 있어 향후 인도나 아랍, 아프리카 문화권 역시 적극적으로 고려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조언 역시 건넸다.

안선재 번역가, 명예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안선재 번역가, 명예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끝으로 시상식장에 참석한 안선재 교수가 모두에게 격려와 희망의 말을 전하며 2019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이 마무리됐다. 안선재 명예교수는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나 1985년 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4년 한국으로 귀화 후 구상, 천상병, 이문열 등 다양한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한 원로 번역가이다. 그는 ‘때로 힘들기도 한 번역 작업은 무엇보다도 즐겁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며 현장에 자리한 많은 국내외 관계자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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