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의 이상한 볼멘소리

▲ LG유플러스의 LTE 전국망 구축 완료를 자축하는 퍼포먼스. 이통3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하락했지만 견조한 성장세는 유지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LG유플러스가 건 갑작스런 LTE(롱텀에볼루션) 전력 드라이브에 SK텔레콤과 KT 두 이통사는 불만이 많았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측에서 갑작스럽게 1조7000억에 달하는 공격적 LTE 투자를 집행하면서 나머지 이통사의 출혈이 컸다”며 “1800만명 가량의 3G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 수익기반이 있던 우리 입장에서 상반기 LTE 망투자로 들어간 1조원의 CAPEX(시설투자비용)와 마케팅 비용은 계획에 없던 게 사실”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KT 역시 마찬가지였다. KT는 당초 2G에서 이용하던 주파수를 회수해 4G LTE 서비스를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LG유플러스의 LTE 시장 진입으로 2G 서비스 종료시기를 조정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LTE 시장진입이 6개월가량 늦어졌고 선두권에서 밀려나게 됐다.

KT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돼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에서, 새롭게 촉발된 LTE 경쟁으로 피해가 컸다”며 “그것이 소비자가 내는 요금은 늘어났지만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추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우는 소리는 수치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엄청난 영업이익 급감이 그것이다. KT는 3일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4% 감소한 37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5조7733억원으로 8% 늘었지만 순이익은 43% 떨어진 2380억원에 그쳤다.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3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급감했다. 매출은 4조153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순이익은 74.1% 줄었다. 꼴찌를 탈피하고자 전사의 운명을 LTE에 건 LG유플러스는 어마어마한 영업이익 하락률을 보였다. 매출 2조7990억원에 영업이익은 고작 31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94.8% 감소했다.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분의 1이다. 무엇보다 순이익이 적자다.

통신업계 영업이익 감소

 
이통3사는 2분기 부진의 이유를 LTE 시장 선점을 위한 통신망 투자와 마케팅 출혈경쟁으로 꼽았다.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경쟁을 벌이다 보니 양보 없는 치킨 게임이 됐다는 것이다.

김범준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 사들인 BC카드 등 비통신 그룹사의 매출 증가로 전체 매출액은 늘었지만 LTE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가 말하는 마케팅비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이 주를 이룬다.

보조금 지원 외에 ‘가입자 뺏어오기’ 싸움도 치열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1일 공개한 7월 번호이동가입자 수는 104만1078명이다. 3년 만의 최대치다. LTE 네트워크 조기 구축을 위한 시설투자 경쟁도 치열했다. 2분기 투자지출비는 SK텔레콤이 6160억원, KT는 5604억원, LG유플러스는 4383억원으로 집계됐다.

 
극으로 치닫는 상황을 제지하고자 안승윤 SK텔레콤 경영지원실장(CFO)은 보조금 축소를 선언했고 KT도 컨퍼런스 콜에서 “더이상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으로 승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뒤처진 KT가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연간 LTE 가입자 목표치의 약 50%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KT는 30%에 그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KT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드라이브 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하반기에는 VoLTE 서비스 시행, ‘아이폰5’ 출시 등 경쟁을 부추길 만한 원인도 산재해 있다. 아직 LTE 보급률도 낮고 스마트폰의 2년 교체주기가 도래하는 것도 우려된다.

표면상으로는 이통사 전반의 ‘위기’다. 아니 위기인 것처럼 보인다. 투자는 늘어났는데 이익은 되려 준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하지만 이통3사는 내심 이번 위기가 나쁘지만은 않은 심산이다. 우선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거세질 요금인하 요구에 ‘죽는 소리’를 할 수 있는 멘트가 마련됐다. 우호적이지 않은 외부환경에 맞설 무기가 생긴 것이다.
정치적 이유 외에도 경영상으로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다. 효과는 가장 먼저 판을 뒤집은 LG유플러스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가가 한달 동안 26.1% 뛰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를 올렸고 기관과 외국인도 LG유플러스를 쓸어담았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 3분기 실적 전망 컨센서스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상승폭이 무려 2124.8%에 이른다.

LG유플러스의 ‘판 흔들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 LG유플러스의 피처폰 사용자는 40%다. 3G 서비스를 하지 않아 2G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2G 가입자 한 명을 월 6만2000원짜리 LTE 가입자로 전환시켜 얻어지는 가입자 1인당 매출(이하 ARPU)상승 효과는 타이통사와 비교불가하다.

 
LTE 요금제 덕분에 LG유플러스의 ARPU는 2만9282원으로 1분기에 비해 9.9% 뛰어올랐다. ARPU가 전 분기 대비 9.9% 상승한 것은 한국 통신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다. 나머지 두 통신사도 ARPU 증가를 달성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이후, KT는 8분기 만에 처음으로 ARPU가 증가했다. 주가 역시 10~20%의 상승했다.

KT는 3일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에는 올해 LTE 가입자 400만 유치 목표를 높은 마케팅 투자 없이도 무리없이 달성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KT는 올 4월 말 LTE 전국망 구축 완료 후 가입자 확보가 탄력을 받으면서 7월 중 가입자 150만 명을 돌파했다. HD급 고음질 서비스 출시와 네트워크 고도화 등으로 LTE 가입자 증가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CAPEX(시설투자비용) 등으로 목돈이 들어갈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통사 모두 LTE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다. 음영지역 해소와 트래픽 증가에 따른 추가 집행만 하면 돼 투자금은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마케팅비(보조금) 지출이 최대 변수로 좁혀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마케팅비를 두고 “돈 놓고 돈 먹기”라는 표현을 썼다. “순이익에 구멍을 내면서까지 가입자 확보에 사력을 다했던 것은, 그렇게 투자된 마케팅비가 휴대전화 요금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ARPU가 바로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판의 도박판을 벌이는 듯한 LG유플러스가 LTE 마케팅 드라이브를 멈출 확률은 낮아보인다.

이유있는 그들의 ‘우는 소리’

LG유플러스의 공격적 마케팅에 SK텔레콤 측은 “ARPU 상승을 위해 자사의 수익구조를 깨뜨려가면서까지 마케팅에 올인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이 속으로 웃는 이유는 또있다.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탈통신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의 계열사인 SK플래닛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출범 1년도 안 돼 171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고 2015년 기업가치 5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T스토어는 2분기에 가입자만 90%가 성장했고 상품 다운로드수도 180% 성장한 8억8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IR팀의 정원터 과장은 “SK텔레콤은 통신 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 SK플래닛, SK하이닉스 등의 비통신 분야의 사업성을 끌어올려 이익 창출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역시 해외사업, 부동산, 동케이블 매각 등에서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매출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4조원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2015년까지 8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동케이블 매각으로도 올해만 1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가능하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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