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청 사이클 선수단 유품 경매 파장

▲ 참변을 당한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단의 유품 자전거 6대가 7월 14일 경매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5월 1일 사고 당시 장면.
지난 5월 1일 화물차가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3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참변이 일어났다. 두 달 후 선수들의 유품인 자전거가 경매로 올라왔다. 보험금 지급액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연 매출액이 10조원이 넘는 국내 1위 보험사 삼성화재라는 점이다.

5월 1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25번 국도에서 훈련하던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단이 참변을 당했다. 25t 화물차 운전사가 운전 중 DMB를 시청하다 선수단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인터넷에는 애도의 물결이 흘렀다.

불과 두 달 후인 7월 14일. 경매 사이트 옥션에는 경매 대행업체 ‘리앤씨’가 6대의 자전거를 경매품으로 올렸다. 보험사 잔존물로 최초 가격은 100만원이었다. 리앤씨는 “사진 상 보이는 그대로 전부 매각대상”이라며 “휘거나 깨진 상태이고, 5월 1일 발생한 교통사고 관련물품”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잔존물이란 보험에 가입된 물품이지만 사고 등으로 가치가 소실된 제품을 말한다. 해당 물품은 통상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뒤 손실을 메우기 위해 경매로 판매한다.

 
사고날짜, 자전거의 종류, 개수 등을 근거로 해당 유류품이 많은 인명 사고가 났던 참변의 잔존물임을 추측한 네티즌은 거세게 항의 했다. 경매 사이트 게시판에는 ‘사진만으로도 참혹했던 사고순간이 보인다’ ‘가족이 저렇게 돼도 100만원에 팔 것인가’ ‘당장 내려라’ 등 격한 댓글이 올라왔다. 일부 네티즌은 아무도 낙찰 받을 수 없도록 입찰가격을 21억4500만원까지 올려놓기도 했다. 논란이 심해지자 리앤씨는 유류품을 경매 사이트에서 ‘판매정지’ 처분하고 경매를 중단했다.

문제는 경매대행업체 리앤씨에 사고자전거를 위탁한 곳이 국내 1위 손해보험업체 삼성화재라는 점이다.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단은 삼성화재의 손해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삼성화재는 사이클 선수단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중 일부라도 메우기 위해 삼성화재가 찌그러진 사이클 6대를 경매에 내놓은 셈이다. 100만원에 경매에 오른 찌그러진 사이클들이 모두 팔리면 삼성화재는 8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잔존물 위탁시스템 바꿔야

삼성화재 관계자는 “월 15만건이나 되는 잔존물이 쏟아져 나온다”며 “일괄적으로 모든 잔존물을 위탁하다 보니 일일이 신경 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사태가 있었음에도 보험사와 경매 대행업체간의 위탁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슈화 될 만한 주요 사건을 구분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프로세스를 추가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리앤씨의 관계자는 “손해보험사 측과 소통을 유기적으로 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갖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놨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매달 수없이 많은 잔존물이 쏟아진다”며 “하루 아침에 잔존물 관련 시스템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 @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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