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변명으로 일관하던 문학사상사의 답변 주목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 ‘문학사상사’ 보이콧 운동 이어져... 김금희, 윤이형, 최은영, 이기호 작가 양심선언 이후 물결 일파만파 [사진 촬영,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최근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사에 대한 작가들의 보이콧이 한창이다.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은 현재까지 천희란, 구병모, 권창섭, 이원석, 차유오, 장류진, 권여선, 강혜빈, 조해진, 황정은, 오은, 이원영, 유수연, 류휘석, 서요나, 등 수많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매해 걸출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 그 위상을 떨쳐왔다. 그러나 최근 우수상 수상작품에 대해 “3년간의 저작권 양도”와 “표제작 사용 및 단행본 수록 불가”를 통보하고 이의를 제기한 작가만 일부 조항을 삭제해주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해 논란이 됐다. 문제가 수면에 오른 이후 문학사상사 측은 ‘직원 개인의 실수’라는 변명으로 더욱 비판을 받았다.

문학사상사는 1월 6일 예정되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으며 같은 달 계획된 수상자 발표와 이상문학상 작품집 발간 역시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던 문학사상사가 더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게 된 상황을 맞은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

해당 사안은 지난 1월 4일 김금희 소설가가 트위터를 통해 처음 공론화했다. 그는 “어제 모 상의 수상후보작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일차적으로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내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라며 “심지어 내 작품의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글쎄,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을 이었다. 이후 최은영 작가와 이기호 작가 역시 동일한 문제를 지적하며 우수상을 반납한 사실을 밝혔다.

또한 지난 1월 28일, 윤이형 소설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단 내 작가 활동 중단’ 선언을 한 데 이어 31일 트위터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윤이형 소설가는 자신이 “문학계에서 어떤 정의로운 일을 하다가 지쳐서 그만두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한없이 수치스러운데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만둔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이어 2019년 받은 이상문학상을 언급하며 이를 반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윤이형 소설가는 해당 문학상에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이미 상금을 받았고 그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음과 더불어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 미비로 양도 문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그 일에서 떼어낼 수도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는 윤이형 소설가의 선언은 이상문학상 저작권 문제를 다시금 환기했다.(링크) 최은영 작가는 윤이형 소설가의 발언에 지지의 뜻을 전하며 “모든 책임을 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문학사상사” 측의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링크)

당초 문제를 제기한 김금희 소설가는 “우리 이제 부끄러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말았으면 한다.”며 동료들의 글을 공유하는 한편 윤이형 작가에게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전했다. 박상영 작가 역시 “이번에 목소리를 내신 많은 작가분들이 비단 문학사상사와 이상문학상의 운영 행태에서만 이런 부당함을 느끼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업계에 만연한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신인문학상 공모를 진행 중이었던 계간 자음과모음은 상금을 선인세로 공제하던 기존 방식에 지적을 받고 공모 내용을 정정하기도 했다. 2월 2일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가들의 양심선언과 지지 발언이 향후 문학사상사뿐만 아니라 문학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안일한 저작권 인식 문제와 출판 위계에 따른 부조리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