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배재광 완반모 대표, 출판사, 작가, 소비자 등 여러 관계자 참석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지난 22일 “도서정가제 2020 초청 토론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자리에서는 1부 찬반 발제를 맡은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와 배재광 완반모 대표뿐만 아니라 출판사, 작가, 소비자, 언론사 등 다양한 도서·출판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행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개정된 것으로 도서의 정가를 책정하고 15% 이내의 가격할인 및 경제상의 이익만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6장 제22조에 따르면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책정된 최대 할인율은 발행일부터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도서에 한한다.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은 대통령령에 따라 정가를 변경할 수 있다.

전문언론사 뉴스페이퍼, 독서신문, 웹툰인사이트와 완반모(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모임)가 주최하는 해당 토론회는 오는 11월 재개정을 앞둔 현행도서정가제가 가진 그간의 성과와 한계, 초기 취지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관해 다층적으로 논의해보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도서정가제 2020 초청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할인율 제한 제도’라며 ‘정가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더욱 엄격하고 명확한 ‘완전도서정가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종이책은 직접 할인율 허용 조항을 삭제하고 5% 이하의 마일리지만을 허용하는 한편 매체의 특수성과 발전 가능성을 가진 전자책 등의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경우 ‘선택형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 소비상품’이 아닌 ‘지식문화상품’으로 인식되는 도서의 다양성과 크고 작은 도서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할인율을 이용한 거품 가격 형성을 방지하고 특정한 대형, 소형 사업자가 아닌 독자와 소비자들의 권익 증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 덧붙였다. 백원근 대표가 가져온 통계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를 적용한 지난 5년간 개성적인 독립서점이 500여 개 새로 등장했다. 이는 “구간 할인을 제한해 오프라인 또는 대형출판사·서점의 무분별한 할인을 막는 동시에 다채로운 경쟁이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백원근 대표는 “웹툰, 웹소설, 전자책 등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경우 억지로 도서정가제의 틀 안에 담기보다 생산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로 “일부 공문에 의한 오해”를 해명했다. 해당 발언에서 이야기하는 ‘공문’은 2019년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와 웹소설 플랫폼에 내려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도서정가제 준수 권고 및 과태료 처분” 등을 말한다. 작년 말 리디북스, 예스24, 교보ebook 등은 해당 공문에 따라 일부 할인율 및 쿠폰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배재광 완반모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반면, 배재광 완반모 대표는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는 ‘재판매 가격 유지 제도’라며 유독 도서에만 가격 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완전도서정가제 도입을 반대하며 “시장 가격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수요가 분명한 베스트셀러, 유명 작가 위주의 출판을 권장해 되레 신진 작가 및 중소 출판사의 등장을 저해한다.”고 첨언했다.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시장 진입 후발주자들은 가격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급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도서정가제가 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배재광 대표는 “이와 같은 도서 다양성 축소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한 도서 소비자 수를 줄여 도서·출판 시장의 발전과 확대에도 방해가 된다.”라며 “구간도서의 할인판매 및 도서 판매방식의 다각화를 통해 전체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로 백원근 대표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배재광 대표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후 “단행본 시장 17% 가구당 도서비 지출이 44% 감소”했다. 

‘가격 거품’에 대한 견해 또한 “앞선 논리대로라면 정가제가 없는 다른 모든 제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라며 애초에 ‘정가’가 없으면 가격의 높낮이를 측정할 기준이 없으므로 ‘책값의 거품’이라는 논제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경우 두 발제자가 유사한 입장을 취했으나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책값 상승’에는 큰 시각 차이를 보였다. 백원근 대표는 “그간 책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재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의 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에 ‘책값 상승’을 ‘도서정가제로 인한 영향’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물론 책값이 과하게 상승했다는 해석에는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배재광 대표는 “시장과 지출, 즉 수요가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한 점은 모순된 지점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서정가제 2020 초청 토론회” 2부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진 2부 토론에서는 대학생 등 실제 소비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두 발제자가 가진 보다 극명한 견해차가 돋보였다. 백원근 대표는 “도서정가제는 출판 유통 질서 보호를 위한 것으로 도로교통법과 같다. 지금은 정가제라 할 수 없다. 엄연한 재정가 기간이 있으며 할인율을 제한할 뿐이다.”고 설파했으며 배재광 대표는 “재정가 기한이 있더라도 그 과정이 복잡하며 ‘정가제’를 통해 소비자 판매와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가격을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공급률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고 지적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이에 객석에 있던 이문영 작가는 번성하는 중고서점, 전자책, 웹소설,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매체를 언급하며 “현재 시장 질서는 도서정가제에 묶여 있지 않다. 실효성이 없어진 상태에서 현행 도서정가제를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적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더불어 “중소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서 공급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형서점과 중소서점의 공급률을 똑같이 하되 중소서점만 할인을 허용하고 국가 지원 배송시스템을 만드는 등 차등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제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실상 이문영 작가가 정리한 내용과 같이 도서출판 생태계를 논할 때는 대형서점과 중소서점의 격차가 심한 ‘도서 공급률 문제’와 ‘유통 시스템 개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찬반 양측 및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이 향후 예정된 국회토론회에서는 더욱더 폭넓은 논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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