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사태,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발표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한국의 3대 문학단체 중 하나인 한국작가회의가 이상문학상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작가회의는 저작권 문제로 논란이 되는 이상문학상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 라며 이상문학상은 "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 이룩된 것이 아닌, 작가 이상(李箱)과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작가-출판사-독자’ 모두가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입장을 정한 것 이다. 

또한 "문학상 운영은,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한국문학의 성장 및 저변 확대를 위한 취지 이외에 어떠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고 경고하며 다른 출판사와 문학상 운영 주체들 역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문학사상사에서 주관하는 이상문학상은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저작권 3년 양도’ 조건을 요구하여 논란이 되었다. 최근에는 작가들과 독자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테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은 현재까지 천희란, 구병모, 권창섭, 이원석, 차유오, 장류진, 권여선, 강혜빈, 조해진, 황정은, 오은, 이원영, 유수연, 류휘석, 서요나, 등 수많은 작가가 대거 참여해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아래는 작가회의가 발표한 성명문 전문이다. 

한국작가회의는 최근 불거진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운용과 관련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는 작가들의 목숨과도 같은 저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이며 나아가 작가의 인격과 명예에 대한 모욕임을 분명히 밝힌다. 출판권은 저작권 위에 군림할 수 없는 권리이며, 저작권을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하는 출판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한다. 저작권과 출판권은 수레바퀴처럼 한 방향으로 함께 굴러가야 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크게 구르기를 욕망하는 순간 수레가 기울고 방향이 틀어질 수밖에 없음을 이번 사태는 확인해주고 있다.

1972년 제정된 이래 43회의 수상작품집을 낸 이상문학상의 전통과 권위는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 이룩된 것이 아닌, 작가 이상(李箱)과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작가-출판사-독자’ 모두가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문학상 운영은,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한국문학의 성장 및 저변 확대를 위한 취지 이외에 어떠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을 운용하는데 불공정한 독소조항을 끼워 넣음으로써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탈하였다. 알려진 대로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대상뿐 아니라 우수상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며, 수상작을 개인 작품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조항이 삽입된 계약을 수상자들에게 요구했다. 대상 수상자에게 요구해왔던 저작권 침해 행위를 넘어서서 우수상 수상자들에게까지 그 굴레를 씌우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밤을 지새우며 한 땀 한 땀 문장을 새겨온 작가들의 예술혼을 한순간에 뭉개버린 것 아닌가.

이와 같은 행태에 항의하여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소설가가 수상을 거부하였고, 2019년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소설가는 치욕을 못 이겨 절필을 선언하였다. 이후 수많은 동료 작가들이 이 상의 수상과 문학사상사의 청탁을 거절하고 출판사 업무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우리 작가들의 작가정신이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문학사상사 측은 그저 이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작태는 작가와 출판계, 그리고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뿐이다.

이에 한국작가회의는 문학사상사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하며 동시에 이와 비슷한 문학상제도를 운영하는 출판사들에게 권고한다. 한 작가의 저작권은 열정과 피땀이 고인 생명체와도 같으니 더 이상 저작권과 작가정신을 훼손하거나 강탈하려 하지 말라. 이번 문학사상사의 문학상 운용처럼 출판권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사례들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

2020년 2월 3일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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