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우수상 계약 항목에 관해서는 모호한 입장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사진 = 김보관]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올 초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되어온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문학사상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문학사상사는 그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품에 대한 “3년간의 저작권 양도” 및 “표제작 사용 및 단행본 수록 불가” 조항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와 불합리한 계약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의 양신선언에 이은 윤이형의 절필 선언에 SNS를 통해 수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문학사상사_소비_거부 해시태그로 동참과 연대의 뜻을 더해왔다. 일명 ‘문학사상사 보이콧 운동’으로 이어진 흐름에 문학사상사가 더는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4일 오전, 자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입장문에는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작가, 윤이형 작가를 비롯해 이번 사태로 상처 입으신 모든 문인 분들게 먼저 심심한 사과”를 전하며 “현재 문제로 지적된 이상문학상 수상 합의 사항에 대해 전면 시정할 것”을 밝혔다. 

오전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시작이었던 우수상 수상 조건을 모두 삭제하고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합의서의 내용 역시 수정할 계획이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대한 사항은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된다.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된다.

그러나, 해당 입장문은 올린 지 30여 분 뒤에 삭제되어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지난 1월 6일 예정되었던 기자회견 및 수상자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후 약 한 달 만에 나온 문학사상사의 공식 입장이다.

이후 오후 3시경 재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사과문의 주요 골자는 유지된 채 몇 가지 사항이 수정, 삭제, 추가됐다. 다만, 기존에 “우수상 조건을 모두 삭제하겠다.”는 항목이 빠져있어 다소 의구심을 자아냈다. 문학사상사 측은 뉴스페이퍼의 통화에서 “게시글 삭제 후 재업로드는 좀 더 보완하려는 시도였을 뿐이다. 우수상 수상과 관련해 문제가 된 조항은 모두 삭제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입장문에 의하면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되지 않을 예정이다.

독자로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던 32세 유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작가들의 연대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문학사상사 안팎으로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길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하단은 발표된 문학사상 입장문 전문이다.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주)문학사상의 공식 입장

(주)문학사상은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그간 모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끼는 바입니다.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주)문학사상은 현재 문제가 된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에 대해 전면 시정할 것임을 밝힙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을 시대의 흐름과 문학 독자의 염원, 또한 작가의 뜻을 존중하여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우선적으로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또한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겠습니다.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겠습니다. 이는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입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도 작가와 독자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다 바람직하고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문학사상은 그간 문학에 대한 진정성과 자긍심 하나로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습니다. 월간 《문학사상》 또한 수없이 많은 폐간 위기를 겪으며 현재 지령 568호를 맞았습니다.
본사의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을 헤아려 본 사태에 대해서 작가와 독자 제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수년간 수상 안내 및 합의서 전달 과정에서 통일된 형식으로 업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오를 발견, 이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또한 본사는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상황에 대한 엄중함과 사태 파악 그리고 작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해명이 부족했습니다. 관행으로 이루어져오던, 그리고 기준 없이 행해져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해 깊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합니다. 매달 시의적인 주제를 담는 잡지를 발간하면서도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학상을 운영했습니다. 근 50년의 역사 안에서 새로움보다 익숙함과 가까이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폐습을 끊어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예민함을 갖추겠습니다.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와 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문학사상은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좋은 작품을 선보이신 작가 분들과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독자 여러분들께 매우 죄송합니다.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해 그 어떤 수고도 감당하겠습니다.

낡고 쇠락한 출판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립니다.

2020년 2월 4일
(주)문학사상 대표이사 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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