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많은 고민을 무시하고 과거의 법을 천편일률적으로 들이미는 것은 하나의 폭력”

웹툰협회(WA) 전세훈 부회장 “웹툰 특성을 이해한 규정 필요”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유승원 기자] 오는 11월, 도서정가제 재개정 시즌을 앞두고 웹툰계 역시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웹툰, 웹소설을 ‘전자책’의 범주로 규정하고 도서정가제 등을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골자의 공문이 전달되며 독자들 역시 ‘기다리면 무료’ 등 일부 시스템이 폐지, 웹툰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도서정가제 기획 특집 인터뷰 중 하나로 웹툰협회 전세훈 부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세훈 부회장은 1992년 만화 ‘노노보이’로 데뷔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 제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청소년우수만화상 등을 수상했다. 

웹툰협회는 2016년 독자, 작가, 플랫폼, 연구자, 정부 기관 사이에서 건강한 웹툰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 출범했다. 전세훈 부회장은 “웹툰협회는 세계시장에서 웹툰의 종주국 정립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했다.”며 “그간 많은 성과와 활동이 있었지만, 웹툰 작가와 관련한 큰 이슈였던 것 중 하나인 불법복제, 공정상생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어느 단체보다 앞장서 많은 회의에 참석하며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협회는 이외에도 그동안 수차례 전시와 작가 모임 등을 개최했다. 

특히 불법복제와 관련해 웹툰협회 자체적인 슬로건 운동을 진행하며 방심위나 문체부 저작권위원회 등에 복제물 차단을 요청했다. 전세훈 부회장은 “요청 이후 최소 2주간의 신속 차단을 약속했음에도 2주 만에 해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더 빠른 조치가 이루어져야만 저작권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웹툰이 등장한 지 20여 년이 되어감에도 웹툰의 속성상 파일 형태의 자료를 잃게 되는 문제를 작가 개인에게만 맡겨놓는 실정이다.”라며 웹툰 아카이빙 역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전했다.

웹툰협회 전세훈 부회장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전세훈 부회장에 의하면 웹툰협회 출범 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을 때는 ‘웹툰’을 ‘웹(Web)과 툰(Toon)’의 합성어, 즉 웹기술이 포함된 새로운 만화 형태로 규정했다. 그는 “웹툰이 없고 기존의 종이책 시장이었다면 지금과 같이 한 해에 수천 개의 작품이 연재되는 일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며 “수천 개 작품이 한해에 유통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엄청난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관계자, 업계, 작가들이 많은 고심과 논의를 거친 끝에 일련의 유통질서들이 만들어져가고 있었다.”고 그간의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른바 ‘서류 한 장’으로 웹툰계가 압박을 받게 되었다. 전세훈 부회장은 “산업 생태계의 새로운 지각 변동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학습 없이 ‘도서정가제’라는 기존의 출판진흥법을 들이미는 행위는 웹툰계에 대한 폭력”이라며 지금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숱한 고민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인 하나의 법으로만 들이미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관련 회의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이 선행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 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해나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출판사, 언론사  등 업계관계자들이 참석한 도서정가제 찬반 토론회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정가제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점적인 내용은 ‘할인율 15%’ 이내라는 제한과 ‘회차별 혹은 편별’ 정가를 표시해야 한다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웹툰계의 비즈니스모델 내용 중에는 지켜지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할인율을 제한하기 시작하면 되레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웹툰의 경우 ‘한 권’으로 나오는 전자책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훈 부회장은 “처음 웹툰이 시장에 나와 정착되면서 미리보기 서비스가 생겨났고 미리보기 서비스에서 파생된 모델이 ‘기다무’로 불리는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해 수천 개의 작품이 유통된다는 것은 그만큼 수천 개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플랫폼마다 입장 차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전세훈 부회장은 “웹툰 유통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법 개정을 통해 전자책과는 다른 웹툰만의 법 규정이 생겨야 한다.”며 “지각 변동이 벌어졌는데 과거의 법을 들이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웹툰협회 전세훈 부회장은 “일반적인 전자도서와는 달리 회차별 연재형 콘텐츠인 웹툰은 다른 식별 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그에 걸맞은 법 개정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나아가 “유통출판심의위원회라는 곳에서 도서정가제를 앞세워서 ‘웹툰계가 이를 지키지 않을 거면 빠져라.’라고 한다는 걸 들었다. 이는 면세 혜택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또 다른 폭력의 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웹툰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오는 11월, 도서정가제 재개정 전 충분한 고민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웹툰 시장이 위축되지 않고 세계시장의 종주국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에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는 넓은 혜안의 방법이 모색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세훈 부회장은 “그러기 위해 웹툰협회도 열심히 활동해야 할 것”을 빼놓지 않았다.

웹툰협회 전세훈 부회장

전세훈 부회장이 생각하는 도서정가제 개선안은 크게 다음과 같다. 우선 일반 전자도서와 다른 ‘웹툰’만의 고유한 식별과 분류가 필요하다는 지점이다. 더불어 ‘회차별 연재’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15%’로 고정된 할인율을 넘어서 훨씬 더 폭넓은 허용과 양보를 제안했다. 이는 기존의 ‘기다무’를 포함한 다양한 할인, 쿠폰 제도를 통한 마케팅을 가능케 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인터뷰 말미 웹툰협회 부회장으로서 전세훈 작가는 “한마디 덧붙이자면 각 플랫폼에서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최소한의 금액인 ‘미니멈 개런티’가 내가 데뷔할 때인 20여 년 전과 비교해서도 현저히 적다.”며 “이는 작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업계 분들이 상향을 고려해주길 부탁한다.”라고 첨언했다. 

웹툰협회(Webtoon Association)는 비단 웹툰 작가뿐만 아니라 웹툰계의 모든 종사자에게 열려있다. 전세훈 부회장은 “웹툰협회의 약자인 ‘WA’는 ‘웹툰협회로 와(WA)’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누구든 환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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