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도 결국 자영업,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이 쉬웠던 적은 없다”

대전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송진아 기자] 16년 8월 문을 연 대전의 동네책방 ‘우분투북스’는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아지트다. ‘우분투’라는 이름 때문에 초창기에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주 오기도 했다. 우분투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의미로 공동체 정신을 의미하는 동시에 영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개발한 운영 체제다. 공학 계열 학생들이 컴퓨터에 관련한 곳인 줄 착각한 것이다.

오랜 시간 단골로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책방 앞 미니 화단을 가꾸며 계절마다 꽃을 바꾸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퇴근길에 들러 근황을 주고받는 연구원 손님도 있다. 대전 사는 고등학교 교사 손님은 2년 전 책을 내고 ‘우분투북스’에서 저자 특강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방이 된 데에는 ‘우분투북스’의 책방지기 이용주 대표의 운영 철학이 큰 몫을 했다. 그는 책방 운영의 비결로 ‘존버’와 ‘사람’을 꼽았다. 꾸준히 문을 열고 이어나가는 것과 방문하는 손님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반영해 더욱 풍성한 서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용주 대표는 “좋은 책방은 좋은 책이 많은 책이 아니라 좋은 손님이 많이 오는 책방이다.”라고 확신했다.

대전의 서점 ‘우분투북스’ 전경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서점 ‘우분투북스’ 전경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이처럼 낭만과 온기가 있는 서점이지만, 그 현실은 다소 험난하다. 한해 간 수백여 개의 서점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독립서점’은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소규모의 서점 또는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투자·기획·운영되는 책방을 포괄한다. 여기에 대전이라는 ‘지역성’까지 더해진 우분투북스는 이번 ‘독립서점 기획’과 꼭 맞아떨어지는 책방이다. 뉴스페이퍼는 이번 기획 시리즈 기사를 통해 독립서점의 낭만과 현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고루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웃이 함께 꾸려가는 책방 ‘우분투북스’에는 손편지와 같이 전달되는 정기구독서비스가 있다. 그중 가장 열심히 답장을 보낸다는 5살, 9살 구독자는 ‘홈스쿨링’을 하며 책방지기의 책을 다방면으로 읽고 있다. 첫 편지에는 ‘어디서 이런 책을 구하셨어요?’ 하는 말을 써오기도 했다. 글을 모르는 어린 친구는 그림으로 답장을 쓴다. 초창기 우주, 과학, 탐정소설을 즐겨있었던 아이들은 근래 순수문학과 예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우분투북스만의 정기구독서비스는 사전 설문을 통해 독자들이 재밌게 읽었던 책, 관심사, 기피하는 분야 등을 파악한다.

대전의 책방 ‘우분투북스’에서 소정 금액으로 제공 중인 포장 서비스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책방 ‘우분투북스’에서 소정 금액으로 제공 중인 포장 서비스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최근에는 직원의 생일마다 책을 선물하는 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납품하던 업체가 올해부터는 지역서점에서 책을 받아 지역 상생을 도모하고자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영풍문고나 교보문고만큼의 할인을 적용하지는 못하지만, 대형서점과 차별성을 두고자 편지와 포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주 대표는 “정기구독 첫 달 두 번째 달은 책의 힘이지만, 세 번째 달부터는 편지의 힘이다. 2, 3년 받은 분들도 편지를 기다린다.”며 “책 포장을 통해 생일 선물 받는 기분이 한층 더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전의 동네책방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동네책방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책방 경영은 자주 난관에 봉착한다. 독립서점, 지역서점으로서 어려움을 묻자 이용주 대표는 “다들 어렵지 않냐고 묻는데 대한민국 환경에서 자영업이 쉬웠던 적은 없다. 실제로 자영업을 시작해서 1년 안에 80%, 3년 안에는 90% 이상이 업을 바꾸거나 망한다.”라며 “3년은 해보자는 결심으로 시작했다. 3년을 있어 보니 앞의 중국집이 네 번째 바뀌고 횟집도 거듭 바뀌었다. 시작해서 평균 1년을 못 넘기고 나가는 가게가 수두룩하다.”며 힘든 현실을 직시했다. 

이용주 대표는 “자영업이라는 조건에 더더군다나 생각지 않았던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타격을 입고 있다.”는 말과 함께 “의식주가 아닌 문화 상품으로서의 ‘책’을 판매하는 책방을 시작했을 때부터 위험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책을 팔겠다는 의미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유지되는 힘, 계속 갈 수 있게 하는 힘에 집중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방문하는 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주로 읽는지 대면하면서 획득되는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처음 책을 고르고 주문할 때는 오로지 책방지기의 기준과 취향으로만 선별되었다면 이제는 오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책들을 참고한다. 이렇게 ‘우분투북스’에는 요리책 원서부터 사회학 도서까지 책방을 자주 오가는 손님과 그 손님이 데려온 또 다른 손님들의 취향이 함께하는 서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전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의 책장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독립서점 ‘우분투북스’의 책장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책방에서 이용주 대표가 하는 일, 책방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며 몇몇 기관에서 ‘우분트북스’로 책을 주문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이외에도 악조건 속에서 이전에 거래해 온 출판사나 단골들이 필요한 도서를 주문해 찾아가고 도울 방법을 모색하며 힘을 더한다. 그렇다면, 상호협력과 아름다운 공생 외에 독립서점을 살릴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은 없을까?

대전의 지역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지역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도적인 지점을 질문하자 ‘도서정가제’가 언급됐다. 이용주 대표는 “현재 제도는 약간의 범퍼 같은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10% 할인, 5% 추가 할인이나 적립조차 어렵다.”는 이야기로 운을 뗐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의 대형서점의 도서 공급률과 바잉파워(buying power)를 극복하기에 지역서점이 마주한 현실적 장벽은 매우 단단하다. 책을 출판사에서 납품받을 때 대형서점의 경우 스스로 정가 대비 납품가격을 정할 수 있지만, 지역서점은 애초에 선택지조차 없다. 대형서점 또는 오프라인서점이 도서 정가의 60%로 책을 납품받을 때 독립서점이나 지역서점은 8~90%의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독립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이처럼 유통 구조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책 배송비나 포장비까지 포함하면 독립서점이 판매하는 책 한 권의 순이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국민 평균 독서량 하락세를 그리고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며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사람들 또한 줄어드는 요즘은 더더욱 책방이 힘들어지는 시기다. ‘발품 팔아 물건을 산다.’는 말도 무색해진 지 오래다. ‘발품’보다는 ‘손품’이 늘고 ‘독립서점’ 타이틀을 단 가게는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서점의 희소가치는 줄어들고 있다. 이용주 대표는 “2016년 대전의 독립서점이 4개였다면 지금은 15개다. 어떤 공간이 새로 생겼지만, 찾아갈 확률이나 재미는 감소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전의 지역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의 큐레이션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지역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의 큐레이션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지역서점 ‘우분투북스’ 한켠에 걸린 문구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지역서점 ‘우분투북스’ 한켠에 걸린 문구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컨셉이나 독자적 색깔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공간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유일하게 작은 공간을 알릴 수 있는 매체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그 공간을 방문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흔히 전하는 신간 소식보다 누가 다녀갔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SNS를 통해 ‘이곳에 가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라고 첨언했다. 신간은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으므로 특정 서점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앞세우는 전략이다.

대전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공기관, 대형 기업의 사내 도서관 등에서 지역 서점과의 상생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용주 대표는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관 예산이 줄어든다.’는 인식과는 달리 ‘그동안의 입찰가가 정당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정가제가 되어서 구매할 도서의 양이 줄었다고 할인 등의 방편을 모색해 판매자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라, 전체 예산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일부 지역서점들은 공공 기관에 ‘한시적 완전 정가 구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기적 구매처인 도서관에서라도 정가로 구매해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해달라는 내용이다. 고양시는 최근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완전 정가의 가격으로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시와 구에 도서 구입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용주 대표는 상기 사례를 예시로 들며 “지역 서점이 잘 되면 다시 그 돈이 지역 세수로 돌아오고 지역 활성화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우분투북스’에 마련된 책과 관련 물품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한편, 책방을 시작할 무렵 이용주 대표는 일본의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인 ‘치타야’를 방문했다. ‘치타야’가 표방한 것 중 하나는 ‘라이프스타일 서점’이다. 이들은 인문학, 문학, 해외, 국내 등 오랜 기간 고정된 분류를 고수해온 기존 서점에서 벗어나 책 안에 담겨있는 여러 콘텐츠와 제안을 기준으로 책장을 구분한다. 

이용주 대표는 “생각의 흐름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서 서점도 변화해야 한다. 내가 찾아 서비스하기 좋은 방식이 아니라 손님이 관심 있는 주제와 최근의 경향을 보고 전체적인 구성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치타야’는 최근 ‘치타야 일레트로닉’를 개시하고 전자제품과 관련한 책과 가전을 함께 팔기도 한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와 책의 콜라버레이션을 통해 판매율을 더욱 증진하는 방법이다.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이외에도 매년 교토, 영국, 미국 등 전 세계의 서점을 방문해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대전의 서점 ‘우분투북스’ 내부 전경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서점 ‘우분투북스’ 내부 전경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이러한 경험을 살려 분기마다 한 번씩 서점을 창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용주 대표는 “주로 큐레이션, 책을 고르고 진열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와 ‘3년은 버티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시작해서 6개월은 혼자 책방 문을 여닫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혼자 잘 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웃어 보였다. 

많은 이들이 ‘책’과 ‘글’에 대한 동경과 낭만을 품고 책방지기가 된다. 그러나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책이 좋아 들어간 출판사에 교정·교열을 보다 보면 책이 싫어지는 것처럼, 결국은 책이 아닌 ‘사람이 좋아서’ 시작해야 오래갈 수 있다. 방법이나 기술보다 손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대전의 서점 ‘우분투북스’ 내부 전경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대전의 서점 ‘우분투북스’ 내부 전경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그는 끝으로 “책방에도 피가 돌 듯이 새로운 책이 꽂히고 진열의 흐름이 바뀌고 조금씩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런 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책장의 모습이다.”라며 “주인장과의 이야기를 듣거나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 관심사를 교환하는 일이 결국 동네서점만이 가진 메리트다.”라는 말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서점, 이들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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