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으로 시작해서 지역의 특색을 알리는 문화 활동 영역 넓혀 갈 것”

건물 2층에 자리한 ‘인터뷰’ 서점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규용 기자] 제주도 곳곳에는 숨은 보석 같은 서점들이 존재한다. 그중 서귀포 한 마을에 위치한 ‘인터뷰’ 서점을 방문했다. 독립서점 ‘인터뷰’가 자리한 곳은 신시가지와 원도심 가운데의 마을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생태관광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직 기자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는 동네책방 ‘인터뷰’는 작년 초 정식 오픈 후 한해 15회가량 꾸준히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문화 거점 시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터뷰’ 서점의 토크 콘서트는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해 제주의 자연, 역사, 신화까지 다채로운 주제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2020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역 사회 가치를 실현하고 나누는 데에 한 걸음 더 앞장서게 됐다.

‘인터뷰’ 서점의 강시영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작년 ‘인터뷰’ 서점의 토크 콘서트에는 ‘유쾌한 털보 관장’으로 불리는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방문해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제주베케정원 김봉찬 대표가 ‘정원과 조경’에 대해 강연했다. 이외에도 제주연구원 박원배 박사의 ‘제주 물 이야기’, 제주에 정착한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김종건 작가와의 토크·캘리그라피 체험 등이 개최됐다.

‘인터뷰’의 강시영 대표는 과거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한 경력을 살려 책방의 여러 소식을 블로그에 연재 중이다. 책방에서는 토크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체험형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지난 8월에는 동화작가 장수명, 싱어송라이터 방승철 등과 ‘심야책방’을 진행하며 주민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심야책방’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식 후원하는 행사로 작년 하반기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운영됐다.

제주 서귀포 서점 ‘인터뷰’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남편과 함께 책방을 꾸려나가는 현순안 대표는 서점 ‘인터뷰’가 있는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는 서점 ‘인터뷰’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서귀포시 지역민들과 농민들에게 ‘문화란 낯설거나 문턱이 높은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오로지 지역민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

지인이 지어준 서점 이름 ‘인터뷰 Interview’에도 이러한 부부의 뜻이 담겼다. 지역, 사람, 책 속을 ‘깊게 들여다본다’는 의미를 지닌 서점 ‘인터뷰’에서는 ‘깊이 보는 독서 모임’을 통해 전문가와 한 권의 책을 읽고 신변잡기를 넘어선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강연자 대부분을 주변 지인들로 채운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현순안 대표는 “동네에서 우리가 꾸준히 만날 수 있는, 지식이 있는 분들을 모시고 지속 가능한 제주형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 서귀포 서점 ‘인터뷰’에 진열된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귀포 서점 ‘인터뷰’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러한 행보가 모여 입소문을 통해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에 출연하는가 하면 ‘제주환경문화원’을 만들어 서귀포의 환경과 문화를 보존하는 데에 일조하기도 한다. ‘인터뷰’ 서점의 강시영 대표는 “책방이 없었다면 모든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제주환경문화원은 제주의 환경과 문화가 가진 중요성과 가치에 방점을 찍고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제주 곳곳에서 자리 잡은 다른 독립서점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특별했다. 제주도민인 두 사람은 “현재 제주의 대부분 서점이 출판업 등에서 종사한 이주민들로 이루어져 있다.”며 “덕분에 제주의 문화가 풍성해지고 지역 사회도 변화하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웃어 보였다.

제주 서귀포 서점 ‘인터뷰’에 전시된 펜화 작품 [사진 = 김보관 기자]

코로나 여파로 인한 영향을 묻자 “다른 것도 어렵다. 책이 특별히 더 많이 어렵다고 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이 돌아왔다. 뒤이어 인터넷서점의 할인과 적립을 따라갈 수 없는 동네서점의 현실과 공급률 차등이 지적되었다. 공공도서관 납품 과정에서의 할인, 적립 요구 역시 문제점으로 손꼽혔다. 관행처럼 지속된 몇몇 지점을 깨어나가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점 ‘인터뷰’만의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이야기되기도 했다. 현순안 대표는 “올해부터는 홍보와 마케팅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시민 참여형 북큐레이션을 기획해 지역 주민들과 양방향 소통을 도모하려 한다.”며 지역 프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전시회’, 로컬푸드를 활용한 참여형 제빵 프로그램 ‘책빵’ 등의 부대 행사를 소개했다.

이와 동시에 ‘책방’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공공기관에 책을 납품하는 한편 공공도서관과의 협업을 통해 작가와 함께하는 문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서점 ‘인터뷰’가 지역 사회에서 알려지면서 도서관 측에서 먼저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터뷰 말미 강시영 대표는 올 2월 발족한 제주환경문화원을 다시금 언급하며 “서점으로 시작해 문화 활동 영역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지역에서 기반한 문화 아이템을 창출하고 함께 공유하는 거점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서점 ‘인터뷰’의 목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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