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는 심사위원, 스타작가 양성소 역할 등... 전과 같지 않은 권위와 명예의 문학상

차현지 소설가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문학 웹 플랫폼 SRS(s-r-s.kr)의 큐레이터이자 팀 왓에버의 멤버로 활동하는 차현지 소설가는 등단과 비등단의 구분을 허물고 차별 없는 문학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학계 불공정 관행을 다루는 기획 두 번째 순서로 뉴스페이퍼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차현지 소설가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현지, 천희란, 조우리 작가가 함께하는 팀 왓에버는 여성 평론가 13명이 쓴 평론집 “문학은 위험하다”라는 책을 지원했으며 여성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문학계를 둘러싼 저작권 양도 문제를 맞닥뜨린 이들은 ‘계약서 뜯어보기’, ‘불공정한 요청 메일 거절 방법’ 등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앞두고 있다.

차현지 소설가는 “팀 왓에버와 같은 소규모 단체나 연대체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한국작가회의와 같은 기존 단체는 내부에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가 있었고 일련의 문제들이 제대로 청산,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이유로 신인 작가들은 기성의 단체를 결코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최근의 신춘문예 수상작품집 거부 사태도 마찬가지 맥락”이라며 “작가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개별 목소리의 힘으로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발언을 모을 새로운 단체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는 말을 더했다.

SRS 홈페이지 갈무리

문학계 내 불공정 사례와 관련해서는 크게 등단 및 수상제도와 청탁 시스템으로 나뉘어 설명했다. 차현지 소설가는 “이른바 신춘문예 시즌이 되면 한 명이 이곳저곳의 예심을 돌려보고 자랑스레 ‘나 오늘은 여기 갔다 왔어.’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며 한정적으로 중복되는 심사위원 구성을 지적했다. 차현지 소설가는 나아가 창작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심사위원을 맡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를 질문함과 동시에 “실제로 ‘너 거기에 보내. 내가 심사 보러 갈게.”라고 하고 지목받은 사람(제자)이 본심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봤다.”고 첨언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차라리 상이 없어지는 게 낫다. 특히 출판사 문학상의 경우 한 명의 스타작가를 만들어 거액의 청탁비용을 주고 몇 년간 소비재로 쓰는 것과 다름없다.”며 “권위도 명예도 없는 상은 없어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작가 개인이 스스로 PR할 수 있는 시대’에서 지금의 1020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이상문학상의 권위’는 한참 다르다는 설명이다.

차현지 소설가가 운영하는 SRS도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상에서 작가 스스로 가치를 드러내고 등단과 비등단에 상관없이 글을 유통하는 웹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간 작품을 발표할 기회나 창구가 없었던 비등단 작가들은 SRS를 통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

한편, 문예지 청탁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도 언급됐다. 그는 “소설은 시보다 큰 비용의 원고료가 오가는 만큼 지급일이 밀리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일은 적지만, 지면 자체가 많지 않다. 게다가 술자리에서 ‘내년 겨울호에 글 한 편 싣죠.’ 하는 식으로 청탁이 이루어지는 때가 많아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에게는 연락조차 없는 반면, 누군가는 매 계절 한 문예지 이상에서 원고를 발표한다.”는 말로 불균형을 직시했다. 차현지 소설가는 “특정 문예지의 경우 내후년 여름까지 청탁이 약속된 경우도 봤다. 그러면서 ‘투고 메일’을 받고 있다.”며 “이는 겉보기식 공정함에 지나지 않는다. 쿼터제 등을 통해 그해의 신인이나 주목받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현지 소설가

차현지 소설가는 끝으로 “이 같은 문제의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독립문예지”라며 제도적 인식적 지점의 개선을 말했다. 그는 “‘문예지발간지원사업’에 문학동네, 민음사, 은행나무등의 문예지가 선정된 적이 있다. 잠정휴간에 들어선 모티프를 비롯해 많은 독립문예지가 자본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가 지원 없이도 유지할 자본력이 있는 대형 출판사가 지원금을 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또한, 독립문예지에 후원한 구병모 작가를 예시로 들며 “꾸준히 지켜보는 선배나 도움을 주는 기성작가가 많아져야 한다. 문학의 산업화가 어쩔 수 없다면 작가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고 연대체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때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드는 작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현지 소설가의 말처럼 기성 시스템의 변화와 작가들의 성찰이 함께할 때, 문학계 불공정 관행은 타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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