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내 ‘나비 효과’가 시작되었습니다. 각 언론사 기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단독] 홍수’가 일었습니다. ‘댓글 난장’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은 결국 ‘사태’가 되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당분간 의혹은 쌓여만 갈 것입니다. 본 사태의 ‘의혹 제기 → 해명’ 흐름에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숫자 문제’입니다. 현재 수많은 기자가 끊이지 않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 의혹 해명은 단 한 단체(정의기억연대)와 단 한 사람(윤미향 당선인)만이 하고 있습니다.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둘째, ‘시간 문제’입니다. 의혹 제기는 다만 누군가의 증언이나 상상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즉각적일 수 있습니다. 허나 해명은 그렇지 않습니다. 해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회계 문제에 관한 해명이 그렇습니다. 그것들을 증언이나 상상만으로 눙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반복합니다. 이상의 이유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의혹은 당분간 쌓여만 갈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상식적인 우리는 압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의혹을 제기할 때에는 그 의혹을 해명할 충분한 기회도 함께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의혹 제기(충분한 해명을 요하지 않는 의혹 제기)는 ‘마녀 사냥’에 다름 아닙니다.

헌데 지금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너무 많은 이들이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에게 의혹을 제기함과 동시에 그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식당에 가 음식을 주문함과 동시에 그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성질을 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연지 겨우 보름 지났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들 급하십니까?

우상화된 피해자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본 사태의 ‘핵심’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사태로까지 키운 건 8할이 ‘우상화’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이용수 할머니가 우상화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용수 할머니를 신성한 그 무엇으로 대합니다. 그 덕에 이용수 할머니는 잘못해도 비판받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합니다. 이번 사태에서의 이용수 할머니 주장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봅니다.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장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말했습니다. “윤미향 당선인은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뭔가 논리가 이상합니다. 윤미향 당선인이 일개 활동가로 있는 것보다는 국회의원이 되는 게 위안부 문제 해결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니, 무엇보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습니다. 왜 본인은 되고 윤미향 당선인은 안 된다는 걸까요? 이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닌가요?

역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논하는 건 부담이 큽니다. 서둘러 여기서 멈춥니다. 나머지는 ‘성역을 두지 않고 비판하는 게 일인’ 기자분들께 맡기도록 합니다.

우상화된 활동가

활동가들도 우상화되어있긴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을 외계에서 온 슈퍼 히어로 취급합니다. 외계에서 온 슈퍼 히어로는 언제나 모든 부분에서 만능이어야만 합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의 작은 실수에도 크게 분노하고 비난합니다.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이렇게 규정하면, 정의기억연대 회계 실수에 가해지는 작금의 비난 폭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큰 기업들도 회계 실수를 합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코레일이 1천억 원 적자를 3천억 원 흑자로 공시한 바 있습니다). 또 윤미향 당선인을 향한 원색적인 모욕도 일부 납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합니다. ‘활동가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들은 절대로 상처받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지지 철회 가이드라인

끝으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지지 철회 가이드라인을 안내합니다.

△하나, 기다리십시오. 지지 철회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사태의 진상이 다 파악되지 않은 지금 발 빠르게 등을 돌릴 이유는 없습니다.

△둘, 섣불리 비난하지 마십시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셋, 부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지해 주십시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
한국도시재생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더불어시민당에서 최고위원으로 근무했음
더불어시민당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근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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