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김미나 기자] 선율과 소리로 표현하는 예술인 음악과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인 시문학은 예전부터 함께해온 장르다. 중세시대부터 이어진 오페라와 낭독회 등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음악과 시문학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위트앤시니컬과 사가독서가 주최하고 월드뮤직센터의 후원으로 추진된 기획 공연이 그것이다. 매달 각각 다른 연주자와 시인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지난 4월 박종현 연주자와 안웅선 시인의 협연이 그 첫 번째였다.

그 뒤를 이어 지난 5월 16일 혜화동 동양서림 2층 위트앤시니컬에서 이혜미 시인과 비파 연주자 마롱의 “시들의 사운드트랙”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SNS 라이브로도 중계되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 이혜미 시인의 시집에는 “보라의 바깥”과 “뜻밖의 바닐라”가 있으며 연주자 마롱의 곡으로는 “fin”과 “권주렴” 등이 있다.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미나 기자]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미나 기자]

“시들의 사운드트랙” 공연 첫 번째는 이혜미 시인의 시 ‘별과 병’이었다. 시에 어울리는 비파 연주에 이혜미 시인의 낭독이 올려져 조화를 이루는 공연이었다. 이어 ‘날개의 맛’, ‘슈가포인트’, ‘화어(火魚)가 담긴 어항’, ‘상명(喪明)’, ‘아목’, ‘노크하는 물방울’, ‘개인적인 비’, ‘딸기잼이 있던 찬장’의 순으로 협연이 이루어졌다.

아홉 번의 협연이 이루어진 후 이혜미 시인과 연주자 마롱의 자세한 소개가 이루어졌다. 곧이어 연주자 마롱은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많은 시집을 읽던 중 이혜미 시인의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혜미 시인과 함께 진행하고 싶었던 이유로 이미지가 잘 보이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연주 감성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밝혔다.

연주자 마롱은 시인과 함께 하는 공연이 특별한 경험으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시를 낭독할 때 가장 많이 쓰인 비파가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아졌다. 현재 아는 바로는 국내 비파 연주자가 열명 남짓이다.”라는 말에 이어 “그만큼 접근성이 어렵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비파라는 악기이다. 그런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 시집들을 많이 접하며 다소 생소함에도 비파라는 악기에 대한 시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혜미 시인은 “연습할 때 짜릿한 경험이 많았다. ‘딸기잼이 있던 찬장’의 경우, 관능적인 연주를 부탁했는데 바로 관능적인 연주를 해주셨다.”라고 말하며 두 사람의 협연 준비과정에 대해 말했다.

[사진 = 이민우기자]
[사진 = 이민우기자]

곧이어 ‘밤과 현’, ‘이제 누가 리라를 연주하지’의 협연이 이루어졌다. 이 중 ‘밤과 현’의 경우 이번 행사 개최에 앞서 관객들에게 받은 문장으로 창작된 시였다. 단순히 시 낭독과 연주의 협연 공연에 그치지 않고 관객의 참여를 도모하는 행사였다. 관객들은 각각 자신들이 보낸 문장으로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것을 보고 공연에 흥미를 느꼈으며 더욱 몰입했다.

이에 이혜미 시인은 “우선 수준이 높은 문장력에 놀랐다.”라며 “문장들을 배치하는 데 있어 즐거움을 느꼈다. 만드는 와중에도 온 문장들은 추가로 배치하여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벤트에서는 ‘사랑을 잃은 밤처럼 기쁘게 자랐다.’라는 문장을 보낸 관객이 뽑혀 선물을 받기도 했다.

[사진 = 이민우기자]

모든 사운드트랙의 협연이 끝나고 간단한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번 협연은 시 낭독과 비파 연주로 이루어진 공연이다. 시의 경우 이혜미 시인의 시집에 수록된 시로 사용했을텐데 비파 연주의 경우에는 원래 있던 음악인가?”하는 질문에 이혜미 시인과 연주자 마롱은 “각각 시집을 갖고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오기로 했는데 시 열 편이 겹쳐서 놀랐다.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고통과 어둠의 부분, 심화한 부분, 공연으로써의 반전을 위한 달콤한 분위기의 총 세 파트로 구분지어 구성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연주자 마롱은 “기존에 알고 있거나 연주했던 것으로 메인 멜로디를 따왔지만, 변형도 했다. 시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나 어울리는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이혜미 시인이 시 낭독 녹음파일과 시마다의 키워드를 주신 것도 도움이 되었다. 공연 때에는 약간의 즉흥성도 가미되었다.”라고 답했다. 이후 “시들의 사운드트랙” 공연에서 첫 번째로 연주한 비파 연주곡을 연주하며 공연이 막을 내렸다.

행사는 남은 6월부터 8월까지 매달 각각 다른 연주자와 시인의 협연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협연 기획은 앞으로 매달 3번의 공연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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