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윤채영 기자] 지난 5월 27일, '동네책방 숨'에서는 임종진 사진치유작가를 초청해 작가의 책 "당신 곁에 있습니다"의 내용을 중심으로 사진 치유, 그리고 작가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행사는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문학거점서점·작은서점‧문학작가를 매칭하여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 및 지원하여 소비와 수요자를 확대하고, 작은 서점을 활성화하는 취지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임종진 작가는 월간 "말", "한겨레신문" 등에서 사진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사진이 지닌 치유와 회복의 힘을 전하는 전문 사진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5.18 고문피해자, 1970~80년대 간첩조작피해자 등 국가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과 마음 회복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달팽이사진골방을 운영하며 '천천히, 깊게, 느리게, 소통으로 사진하기'라는 주제로 사진에 대한 강의를 해온 바 있다. 총 열다섯 차례에 이르는 개인전을 열었고, 국가폭력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사진치유전을 일곱 차례 기획하고 열었다. 저서로는 "천만 개의 사람꽃" (2008),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2008), 사진집으로는 "캄보디아 : 흙, 물, 바람, 그리고 삶" (2014), "다 똑같디요 : 북녘의 일상" (2018) 등이 있다.

임종진 사진치유작가의 책, "당신 곁에 있습니다". [사진 = 윤채영 기자]

사회를 맡은 이진숙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소수의 인원들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오신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고, "오늘 강연은 함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라이브방송으로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사진 = 윤채영 기자]

임종진 작가는 강연에 앞서 "고등학교 때, 대학교 새내기 때 망월동에 가면서 광주를 처음 오게 되었다. 2013년부터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하며 매 주 광주에 왔었는데, 이번 기회에 책에 관련된 행사를 광주에서 할 수 있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하나의 명목으로 '곁지기사진가'라는 걸 정했는데,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진심리상담가로서 일해온 시간들을 총망라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책 "당신 곁에 있습니다"에 대해서는 "굉장히 오랫동안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해왔는데, 책 속에 기자로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많은 생각들을 담았다. 또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한 존엄성 사진 프로젝트'라는 형태를 찾고, 실험을 했던 여러 형태들의 시간들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업 사진가로 일한 지 30 여 년 정도 되었는데, 왜 사진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세세하게 찾아가는 시간들을 갖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첫 번째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만 13년 정도 기자 생활을 했는데, 고통, 아픔, 또는 여러 형태의 힘겨운 삶의 현장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며 캄보디아에 가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그 곳에서 국제구호기관 활동가로 일을 하며, 그 곳에서의 여러 형태의 시간들을 통해 '곁지기사진가'로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한 존엄성 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고통의 이미지는 우리가 고통이라는 이미지에 둔감하여 외면하게 되는 역효과가 많다. 수없이 반복되는 이러한 이미지 사용들이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가고, 이것이 사회적 통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러한 것들을 세상에 꺼내주는 것이 사람들 삶의 고정관념을 조금씩 덜어내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이루어가려고 하는 의지의 모습들을 주로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작가는 '곁지기사진가'로 활동하며 개발도상국에 방문할 때면 '조아리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 '나를 굉장히 존중해주는 것 같은 한국인'이라는 느낌을 남겨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행여나 가진 자로서의 어떤 것들이 보여지지 않게 굉장히 노력을 하는 것이 작가가 가진 일종의 형식이다. 작가는 "사람의 존재성에 대해 집중하는데, 이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형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간의 동등성이다."라는 생각을 밝혔으며, "책의 제목처럼 곁에 어떤 형식의 사람으로 내가 서 있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며, 그런 것들을 계속 고민하고 찾았다."고 덧붙였다.

임종진 사진치유작가. [사진 = 윤채영 기자]

두 번째로, '5.18 사진치유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작가는 2005년에 정신보건센터에서 후천적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진치료를 하며, 카메라라고 하는 대면의 도구의 유용한 쓰임에 대해 말하며, 감정표현을 거의 못하는 1급 환자들이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한 글을 작성하는 걸 보며 '사진이 정말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2013년에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5.18 고문피해자들과 함께 '상처와의 대면', '원존자와의 대면'의 특성으로 사진치유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에 대해 "5.18 당시 붙잡히고, 고문받는 등 다양한 상처가 있는 각자 공간들과의 대면, 그리고 5.18이라는 큰 담요를 벗어낸 원래 나와의 대면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두 가지 대면에 대한 중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역동의 힘으로 끌어가게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사진을 찍으면, 마치 내 것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듯, 5.18을 겪으며 다 뺏겼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로 찍은 사진들이 자신의 것처럼 되는 것이다. 작가는 "당사자가 자신의 행위를 통해서 나의 존재와 깊이 닿는 것'을 핵심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진 사진치유작가. [사진 = 윤채영 기자]

마지막으로, 작가는 다시 한 번 "당신 곁에 있습니다"를 언급했다. 작가의 책은 국가폭력피해자들, 또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에 깊이 들어가는 형식을 세상에 꺼내기 위한 하나의 첫걸음인 셈이다. 그 속에는 여러 형태로 갈라져 스스로의 고민들이 정립된 것들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작가는 끝으로 "많은 일반 대중들은 5.18 피해자들의 개개인을 모른다. 이들은 개인의 삶,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상이 인정해주길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며 이후에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며 이야기를 마쳤다.

임종진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사진 = 윤채영 기자]

강연을 마친 후, 이진숙 대표는 "오늘 작가의 강연을 들으며, 책 속의 내용이 또 다른 면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귀한 말씀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며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임종진 작가의 책 "당신 곁에 있습니다"를 들고 단체사진을 촬영하였다. [사진 = 윤채영 기자]

참가자들은 작가와 함께 "당신 곁에 있습니다"를 들고 단체사진 촬영을 했고, 이후 작가는 책에 사인을 해주며 강연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의 책에 사인해주는 임종진 작가와 한 참가자. [사진 = 윤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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