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조지훈, 한하운, 이범선, 곽하신, 김상옥 등 문인을 중심으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을 기념하는 문학제가 개최됐다.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18일 심포지엄 “인간탐구, 전통과 실존을 가러질러”와 19일 문학의 밤 “백 년 동안의 낭독”으로 진행되었다. 27일에는 한양대학교에서 탄생 100주년 시인·시비평가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첫 번째 순서를 장식한 심포지엄은 세션별 서른 명의 관객과 함께 시작됐다. 주최 측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더욱 많은 이들의 참여를 도모했다. 

축사를 맡은 한국작가회의 이상국 이사장은 “힘든 시기에 이렇게나마 모여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며 “올해 기리게 되는 분들은 식민지 시대의 국어 말살 정책과 해방 이후의 사상적 대립, 여타 제약적 환경 속에서 작품을 생산했으며 평생 한국문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말을 전했다.

조지훈 시인의 아들인 조태현 전 유엔 대사 [사진 = 김보관 기자]

대산문화재단 신창재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조지훈 시인의 아들인 조태현 전 유엔 대사도 단상에 올랐다. ‘승무’, ‘낙화’ 등으로 알려진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막내아들인 조태현 전 유엔 대사는 최근 외교관으로서의 40년간 공직 생활을 마쳤다. 

그는 “아버지 조지훈 시인이 돌아가시고 한 달 동안 모든 주간지, 일간지에 추모가 이어졌다.”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이 행사를 시작으로 가을부터 경북 영양 등 전국 각지 행사가 예정되어있다. 오늘은 그 출발선으로 뜻이 깊다.”고 유가족 대표 인사를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동주 시인의 딸 이애정 시인과 조연현 평론가의 아들 등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총론 발표를 맡은 방현석 중앙대 교수

전체 심포지엄 기획위원장이자 총론 발표를 맡은 방현석 중앙대 교수는 “‘한글사수 세대’ 작가들의 삶과 문학 – 전통과 실존을 가로지른 1920년 탄생 작가들”을 주제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들의 문학적 의미에 대해 고찰했다.

방현석 교수는 “1920년생 작가들은 탄생부터 매우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을 겪었다.”며 1919년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세계 곳곳에서 형성된 독립운동 등을 언급했다. 방 교수는 “1919년에 탄생한 작가들을 기리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한글사용을 금지하던 시기에 당대의 정신을 수호하고 모국어를 통해 우리 문화와 국민 생활에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1920년에 태어난 문학인들은 일제가 전시 동원체제를 전면화하고, 각급 학교의 한글사용을 금지한 시기에 문학에 입문해 험난한 시기 속에서 활동했다. 조지훈 시인의 경우 친일에 협력하지 않기 위해 서울 떠나 지방을 떠돌며 생활 영위했으며 당시 많은 작가가 민족의 고유한 전통을 지키기 위해 힘썼다.

이에 방현석 교수는 “1938년부터 1945년 사이 문단에 나온 이들은 ‘학병 세대’보다는 ‘한글 사수 항전세대’로 명명되어야 한다.”며 “민족해방의 공간에서 행동대의 역할을 해낸 작가들의 삶과 문학적 궤적을 통해 오늘날 우리 문학과 작가들이 서 있을 자리와 과제를 다시금 가늠해 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로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오형엽 고려대 교수 “소리의 적막과 밤의 승화 – 조지훈 시의 미학적 원천” 발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1919년에 태어난 10명의 작가에 관해 차례로 발표했다. 첫 순서로는 이재복 한양대 교수가 “한국 현대시와 전통의 발견”을 주제로 현대 시인 중 한의 정서와 같은 한국적 전통을 가장 잘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동주 시인의 문학 세계를 분석했다.

이후 오형엽 고려대 교수가 조시훈 시인론을 맡아 “소리의 적막과 밤의 승화 – 조지훈 시의 미학적 원천”을 발표했다. 조지훈 시인은 한국문화사 연구를 개척하고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여하는 등 사회적, 역사적, 문학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오형엽 교수는 그간 조지훈 시인의 업적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는 그의 시에 집중해 고찰을 이어갔다.

오후 순서에는 존재의 죄 거부하기와 모성적 대타자 찾기 – 한하운 문학의 형성과 그 의의(장이지 제주대 교수), 전쟁과 벌거벗은 삶 – 이범선의 「사망 보류」, 「몸 전체로」, 「오발탄」을 중심으로(이수형 명지대 교수), 로컬, 룸펜, 전후 남성(성), 곽하신 소설의 세 좌표(김양선 한림대 교수) 등 당대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각 작가의 삶과 문학이 풍성하게 조명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외에도 현대시와 동시를 넘나든 김상옥 시인의 시 의식을 살펴본 “시조 시인 너머의 김상옥(이경수 중앙대 교수)”을 비롯해 ‘근대초극에서 ‘순수문학’으로 – 조연현 문학의 형성과 전재(정종현 인하대 교수), 수필의 시대 : 1960년대 수기, 수상, 에세이 – 김형석, 안병욱, 김태길의 수필을 중심으로(박숙자 서강대 교수)를 통해 1919년에 탄생한 시인을 두루 다뤘다.

행사에 참여한 문학 관계자는 “코로나로 많은 문학 행사들이 취소된 근래,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 공적인 자리에서 학문적 논의를 주고받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말로 이번 행사의 소감을 전햇다.

매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시인을 기리는 본 행사는 2001년부터 꾸준히 개최되어 연대별 시대적, 문학적 가치를 돌아보고 현대의 문학이 걸어가야 할 길을 모색해왔다. 심포지엄에 발표된 발제, 토론문과 대상 작가들의 관련 자료는 이후 논문서지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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