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부터 있어 온 변화 양상, 이제는 대응해야 할 때

이창경 한국출판학회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다양한 방면의 산업이 변화 국면을 맞고 있는 지금, 한국출판학회가 주최하고 한국출판협동조합이 후원하는 “제19차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제19차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김정명 한국출판학회 총무 이사의 진행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판 발전 전략을 주제로 출판계의 변화 양상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행사에 앞서 이창경 한국출판학회 회장은 “19차를 맞으며 생중계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며 “달라진 상황에 대해 출판계가 함께 고민하고 어떤 방법으로 대비할지 이야기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했다.

노병성 한국출판학회 부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좌장을 맡은 노병성 한국출판학회 부회장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논의하기에 모든 상황이 온고잉 상태다. 전 세계에서 940만 명 확진자와 48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현재 여러 산업이 겨울왕국처럼 얼어붙은 형국이다.”라는 말과 함께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을 출판에 국한해 이야기해볼 것을 제시했다.

최준란 길벗출판사 편집부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첫 번째 순서를 맡은 최준란 길벗출판사 편집부장은 “코로나19와 출판 비즈니스의 변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의 출판 변화 키워드를 카카오 주가 상승, 쿠팡 매출, 수험서, 강연 취소, 개학 연기, 종이접기, 도서관 폐쇄, 여행서 등으로 제시했다. 최근 개학 연기로 인해 어린이 관련 도서의 매출이 증가하고 수험서나 여행서 등은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최근 화두가 된 ‘언택트(untact)’를 소개하며 코로나19 이후 동영상 등의 ‘언택트 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했음을 전했다. 실제로 최준란 편집부장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1월에서 2월 사이 넷플릭스 이용자는 13%, IPTV 영화 유료 결제 건수는 31%나 증가했다. 이외에도 홈쿡 또는 배달 중심의 소비형태가 활발해지고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이뤄지는 근래, 도서 시장에는 어떠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을까?

교보문고가 2020년 6월 8일 발표한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채널별 도서판매 비중은 모바일 33.4%, 웹 22.9%로 온라인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분야별 판매량은 과학, 정치 사회, 경제 경영 등의 도서가 증가했으며 개학 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초등학습이나 가정생활 부문도 인기를 끌었다.

이와 더불어 “페스트”처럼 전염병을 소재로 한 작품이나 “더 해빙”, “수학의 쓸모” 등 부와 자기계발, 인문 교양 도서의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제테크나 경제, 경영서와 같이 돈과 관련한 도서가 동기 대비 5배 이상 많이 팔렸다.”는 게 최준란 편집부장의 이야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준란 편집부장은 “앞으로의 출판 비즈니스 전망은 ‘사람들의 관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경제서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인 ‘코로나 블루’를 마주하고 새롭게 이목이 쏠리고 있는 공감의 정서를 다룬 서적, 인문학적 성찰을 할 수 있는 도서 등을 나열했다.

그는 나아가 “종이책에서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 웹소설 등으로 나아가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고민”하고 2차 출판과 교차출판, 크로스 미디어와 트랜스 미디어 등을 다층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임을 직시했다. 최준란 편집부장은 “비대면 경제에 지역민, 커뮤니티, 소통을 중심으로 한 서점과 도서관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말로 앞으로의 도서 출판 시장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렸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준란 편집부장은 “콘택트(contact)의 부정어로서의 언택트(untact)가 아니라 또 하나의 연결인 ‘an contact’를 모을 수 있는 출판을 고려”하자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쳤다.

최성구 출판유통진흥원 팀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다음 순서로 “비대면 경제의 확장과 출판유통의 과제”를 발표한 최성구 출판유통진흥원 팀장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비대면 온택트(ontact)로 운을 뗐다. 언택트(untact)에 연결(on)을 접목한 온택트(ontact)로의 흐름은 초연결 시대 비대면 경제 활동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힘입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이다. 최성구 팀장은 “코로나 이후 시대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원할 때 언제든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모든 과정에서 온택트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최성구 팀장은 최근 출판계 동향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앞서 언급한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전체의 56.3%가 온라인 매출임에 따라 온라인 채널 매출이 오프라인 채널 매출을 초과하였으며 특히 모바일을 통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에서 역시 2017년을 기점으로 온라인 매출 그래프가 오프라인을 앞섰다.
 
주로 이용하는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서점 이용 비중 변화는 시내 대형서점, 인터넷서점으로 기울었다. 더불어 단순 위탁판매를 진행하던 전통적 서점에서 벗어나 독립서점의 도서 큐레이션이 각광받으며 “자기가 팔고자 하는 책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큐레이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서점은 유통사 공급 도서 한정, 배본망 축소, 늦어진 택배 배송, 지방 소외 등 여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의 작은 책방에까지 유통되는 도서가 한정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와 서점을 이어주는 도서 배본사들이 배본망을 축소해 택배를 이용할 시 서울과 멀어질수록 출판물 주문에서 배송까지의 과정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웅진북센, 송인서적과 같은 도서 도매상의 매각, 파산 위기에 출판유통계는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판유통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 분야 1위는 도서정가제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25.1%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도서정가제 외에도 출판 물류 중심의 유통구조 개선, 개인의 도서 구매력, 기관의 구매력과 납품제도 개선 등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다. 

이처럼 출판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성구 팀장은 몇 가지 과제와 개선 지점을 정리했다. 그는 가장 먼저 독일의 ‘도서재판매가격유지법’을 소개하며 “독일 도서정가제의 ‘문화적 자산인 책을 보호’한다는 목적과 운용사례, 특징을 비추어 볼 때, 국내 도서정가제 역시 목적과 방향성을 제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출판사 주도의 고품질 메타데이터 공유와 유통 투명성 확보를 위한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을 소개했다. 최성구 팀장은 고품질 메타데이터에 대해 “도서를 찾기 수월하게 함과 동시에 도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판매를 촉진하는 정보”라는 말과 함께 “도서 유통을 위한 기본 항목 외에 부가적으로 기술된 이미지, 초록, 목차 등의 항목을 추가해 품질이 향상된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가 정보가 많을수록 판매량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해당 정보를 통합적으로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이다.

최성구 팀장은 출판유통의 정보 혁신과 물류 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독일 도매상 리브리의 BOD(Books On Demand) 서비스 캐치프레이즈 “늙은 소도 우유를 준다”를 예시로 들었다. 위 문구는 절판된 구간 등을 주문형 인쇄(POD)로 주문할 수 있게 한 백리스트를 캐쉬카우(Cash Cow) 삼아 짧아진 출판물의 유통기한을 새롭게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독일의 현금도매상 리브리는 모든 도서를 주문 3시간 내 이내 제작 적시 발송한다. 최성구 팀장은 “국내 출판사에도 이와 같은 온디맨드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월 12일 미국 독립출판협회 전 회장이 전망한 코로나19 이후의 출판환경 변화 7가지를 제시하며 앞으로의 그림을 그렸다. 도서관이나 독자의 전자책 선택 증가, 독립서점 감소, 잉그램 같은 도서 도매상의 영향 증대, 독립서점의 온라인비즈니스 성장, 아마존과의 경쟁, 새로운 마케팅 채널의 등장, 게임 체인저 주문형 인쇄, 소셜미디어 활동 저자의 출판 확산이 그것이다.

최성구 팀장은 끝으로 출판유통의 변곡점 그래프를 제시하며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의 변화인 독립서점, 중고매장, 오디오북 등장에 주목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도매상도 변신해야 할 때”라는 말과 함께 “도서정가제 개정과 출판진흥 5개년 계획 시작을 앞둔 지금, 출판 유통계의 3무 바이러스로 무기력, 무관심, 무혁신을 극복하고 함께 활로를 찾을 것”을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다.

서정호 미디어 창비 본부장 [사진 = 이민우 기자]

마지막 발제를 맡은 서정호 미디어 창비 본부장은 “디지털 출판시장 지형의 확장 전략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과 출판”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코로나가 가져온 사회 변화 중 하나인 ‘언택트’를 언급한 그는 “2020년 1분기 매출액 23%, 영업이익 219%를 기록한 카카오가 현대차의 시가 총액을 앞질렀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비대면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고 있음을 직시했다. 

서정호 본부장이 가져온 통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로 인해 ‘야외활동 및 모임을 줄이고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87.6%를 기록했다. 이처럼 그 생활 양식은 물론이고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 업무 방식을 비롯해 온라인 독서, 비디오 스트리밍, SNS 등으로 취미 활동의 양상도 달라졌다.

출판계의 변화도 눈에 띈다. 출간 지연 연기, 소규모 지역 서점 폐업, 전시와 강연 등 행사 취소, 도서관 휴관 등과 같은 다소 침체한 움직임과 함께 원격 비대면 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서정호 본부장은 “알라딘과 예스24 등 온라인 기반 유통사의 매출은 증가하고 교보문고와 같은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의 매출은 감소했다.”는 말로 디지털로 흐르고 있는 출판계의 흐름을 기술했다. 그는 이어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종이책 독서율은 하락하고 전자책 독서율은 증가했다.”며 “이미 줄어드는 독서율을 전자책이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련의 상황 속 서정호 본부장의 결론은 ‘다시 출판, 그리고 디지털’이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출판시장이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으나 결국 콘텐츠의 전달 수단의 차이일 뿐, 핵심은 IP와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서정호 본부장은 “출판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자.”는 말을 전했다.

한국출판학회 라운드테이블 토론자 [사진 = 이민우 기자]

이후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기중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는 앞선 발표에 전반적인 동의와 함께 “코로나19가 출판계에 남긴 과제 중 하나는 양극화 현상 심화”라는 점을 짚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형과 소형. 수도권과 지역 등으로 나뉘는 양극화 현상 속에서 소형 출판사나 작은 서점은 그 간극을 메꾸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기중 기자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장기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온라인 매출 증가가 과연 전적으로 코로나 때문인가?”를 반문하며 “실제로 통계를 살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매년 일정비율 증가해왔다. 출판, 유통의 문제가 코로나로 더 불거진 게 아닌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박성경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 역시 “출판계 생태계 변화와 코로나 사이의 인과관계”에 의문을 표하며 “다만, 변화를 좀 더 촉진한 것은 분명하다. 변화의 흐름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와 함께 물류 부분의 시급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이날 토론에는 두 사람 외에도 김영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무처장,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 등이 참여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판계에 관한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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