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3대 냉면 맛집 이야기

​북에서는 옥류관, 청류관, 고려호텔식당을 평양의 3대 냉면 맛집으로 꼽는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 이 세곳의 냉면전문점 을 섭렵했다. 이번 회에서는 내가 체험한 평양냉면을 소개하겠다. 자, 평양냉면을 맛 보러 함께 가보자!

​평양 옥류관에 가다! 

​8월의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 뜨거운 열기 아래 평양이 달아 오른다. 이 곳 평양은 오늘도 기온이 30도를 넘는다. 푹푹 찌는 여름 날씨다. 안내원이 말한다. 

​“참, 덥습네다. 평양 온도가 30도를 넘는데, 남측은 얼마나 덥겠습네까!” 안내원은 휴전선 너머 이 무더위에 고생할 남녘 동포를 걱정한다. 

8월 초의 여름, 평양도 폭염을 피하지 못 한다. 서울과 평양, 자동차로 2시간 반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서울이 33-34도의 뜨거운 여름을 보낼 때, 평양도 30도를 넘는 폭염을 겪었다. 같은 하늘 아래 이 뜨거운 여름을 견뎌야 하는 남과 북은 날씨조차도 공동운명체이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녹는 듯하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데는 뭐니뭐니 해도 냉면이 제일이다. 오늘 벼르고 벼르던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는다. 안내원이 미리 예약도 해 놓았다. 평양의 3대 냉면전문식당 중 최고로 치는 그 명성 때문에 평양시민 사이에 인기가 굉장하다. 더위에 지친 가슴은 그 전설적인 옥류관 냉면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다. 우리의 평화자동차는 옥류관으로 달린다. 

평양 옥류관 앞
옥류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평양시민들
옥류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평양시민들

옥류관은 평양시 중구역 창전동 대동강변에 위치한 평양냉면과 평양온반 등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1960년 8월 15일에 해방절(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전통 기와집 양식의 하나인 합각(팔작)지붕으로 지은 2층 건물이다. 합각지붕은 보통 우리나라 고궁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지붕 모양이다. 건물의 정면과 후면, 양 측면 이렇게 4 부분에 지붕면이 형성되며, 양 측면에 지붕면과 함께 삼각형의 지붕 모양을 만든다. <옥류관>이라는 이름은 그 근방에 있는 옥구슬처럼 흐르는 대동강 위의 다리, 옥류교에서 따온 것이다. 1200석의 본관과 1000석의 별관으로 구성되어, 2400석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옥류관은 남측에서도 평양냉면 전문식당으로 꽤나 알려져 있다. 남북 정상의 평화 회담이나 남북 문화교류 시 남측의 티비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남북 평화 정책을 추진했던 역대 대통령은 모두 이곳 옥류관에서 식사를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때 마다 한국의 대통령에게 평양냉면을 대접했던 곳이다.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서 식사를 했다. 남과 북의 평화대화의 상징이기도 한 장소이다. 

​옥류관 냉면은 그냥 냉면이 아니다. 냉면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남과 북의 평화를 향한 노력과 남북 교류와 협력에 대한 희망의 발현이다. 남과 북, 8천만 민족의 평화를 향한 열망을 담은 구체물이다. 많은 남녘동포와 해외동포에게 평양 옥류관 냉면은 하나의 로망이다. ‘평양 옥류관 냉면을 언제나 먹을 수 있을까’를 고대하며 남북교류와 평화협정에 대한 부푼 기대를 표현한다. 평양 옥류관 냉면은 평화의 냉면이다. 이제 곧 평화의 냉면,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 있다. 

​옥류관 냉면으로 더위를 날리다!

​멀리서 밝은 초록색 기와 지붕이 보인다. 한옥과 양옥의 퓨전 이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산뜻한 색감의 지붕과 밝은 아이보리색 외벽이 조화를 이룬다. 옥류관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자유대열로 줄서서 옥류관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이다. 평양 여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다채로운 색상의 양산도 보인다. 평양시민들 사이에서 옥류관 냉면에 대한 인기를 단번에 보여주는 풍경이다. 한여름 더위를 시원한 냉면으로 달래려 나온 평양시민들이다. 우리 일행은 양산을 받쳐든 일군의 여인들 앞을 지나 별관으로 향한다. 외부 관광객 전용 식당으로 간다. 해외동포 방문객에 대한 배려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젊은 여성 봉사원이 향긋한 내음의 차를 내온다. 무슨차인지 물었다. 쑥차다. 은은한 차의 향과 맛이 좋다. 차림표를 건넨다. 차림표를 여니, 바로 옥류관 녀름료리(여름요리)가 펼쳐진다. ‘평양랭면’과 ‘쟁반국수’를 그램 수로 판다. 평양냉면 300g에 600원, 200g에 400원, 100g에 200원이다. 쟁반국수도 같은 가격이다. 나는 평양냉면 200g을 안내원과 운전기사는 쟁반국수 300g을 주문했다. 옥류관 하면 빼놀 수 없는 메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녹두지짐(빈대떡)이다. 녹두지짐 3인분도 주문했다.

옥류관 녹두지짐
옥류관 녹두지짐

​녹두지짐이 먼저 나온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녹두지짐. 향긋한 돼지기름 냄새가 코끝을 기분좋게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한점 떼어 녹두지짐을 입 안에 넣는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돼지기름의 향미가 녹두지짐의 맛를 한층 더해준다. 돼지비계와 녹두가 만나서 이런 환상의 맛을 연출할 수 있다니! 놀라운 맛이다. 쌉쌀하고 구수한 녹두와 돼지기름의 향미가 잘 어우러져 맛이 그만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남에서 먹는 빈대떡(녹두지짐)에는 보통 숙주나물, 고사리, 파 등의 나물이나 채소가 들어간다. 옥류관 녹두지짐에는 나물이나 채소가 들어 가지 않는다. 녹두 한가지가 그 재료이다. 단순한 재료로 녹두 자체의 맛을 담백하게 표현한다. 

​풍미 그득한 옥류관 녹두지짐은 어려서 먹던 이북식 빈대떡의 추억을 불러온다. 부모님 고향이 황해도여서 명절 때마다 김치와 고사리, 숙주가 들어간 이북식 녹두지짐을 해 먹었다. 어머니는 돼지비계를 팬에 넉넉히 녹여 바싹하고 노릇노릇하게 녹두지짐을 부치셨다. 풍부한 돼지기름의 향미가 그 공통점이다. 나는 어느새 그 고소하고 담백한 옥류관 녹두지짐의 맛에 매료되었다. 

​드디어 주문한 평양냉면이 들어온다. 큼직한 놋그릇에 담긴 냉면이 내 앞에 놓여진다. 진한 갈색의 냉면 위로 꾸미(고명)가 소복히 쌓여 있다. 무, 쇠고기, 꿩고기, 닭고기, 오이, 삶은 계란 그리고 맨 위에는 가늘게 채친 계란지단이 살포시 앉아 있다. 군침을 삼키게 하는 비주얼이다. 찰랑찰랑 맑은 육수에서 잣 몇알이 동동 떠 있다. 새콤하고 감칠맛 나는 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맛깔스런 내음이 코 끝에 느껴진다.

옥류관 차림표
주문을 받는 옥류관 봉사원

쟁반국수가 안내원과 운전기사 앞에 놓여진다. 납작한 쟁반에 진한 갈색 냉면이 자작자작할 정도의 육수에 담겨 나온다. 소고기, 돼지고기, 꿩고기, 계란, 오이, 배가 뺑 돌아가며 놓여있다. 빠알간 양념장이 같이 미리 얹혀져 나온다. 매콤함이 느껴지는 모양새다.

평양냉면 먹는 법

안내원이 평양냉면 먹는 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그의 권고에 하나하나 따른다. 먼저, 고명을 옆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냉면사리를 젓가락으로 들여올려 식초를 그 위에 뿌린다. 특이한 점은 식초를 육수가 아니라 냉면사리에 뿌린다는 것이다. 보통 남쪽에서는 식초를 육수에 친다. 

안내원에게 왜 식초를 육수가 아니라 국수사리에 치는지 물었다. 이유인즉, 국수에 식초를 치면 면에 탄력이 생겨 더 쫄깃쫄깃하게 먹을 수 있고 육수 본래의 맛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일리가 있다. 육수의 맛도 살리고 면은 더 탱탱하게 먹을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겨자나 고추가루를 기호에 맞게 적당량을 넣어 잘 젓는다. 이 방법이 먹으면 옥류관 냉면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안내원이 알려준대로 따라 했으나, 마지막에 고추가루는 넣지 않았다. 나는 순한 냉면의 맛을 선호해 겨자만 약간 넣었다. 한국에서도 많은 냉면전문점에 고추가루가 들어간 빨간 양념장을 곁들이기도 한다. 평양시민들이 고추가루가 들어간 매콤하고 자극적인 냉면의 맛을 즐기는 줄은 몰랐다. 남녘동포나 북녘동포나 입맛이 자극적인 쪽으로 비슷하게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옥류관 평양냉면

냉면을 한 젓가락 들어 올린다. 면발이 입안에 쏙 들어간다. 후루룩 들어가는 면의 식감이 혀 끝에 전해진다. 촉촉하고 새콤한 이 맛. 부드러운 면의 식감과 맛이 잘 어우러진다. 바로 이 맛이야! 냉면을 씹으면서 저절로 엄지척을 하게 된다. 역시 옥류관 냉면이야! 그 명성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놋그릇을 두손으로 받쳐들고 육수를 한 모금 들이킨다. 놋그릇이 전해주는 시원함이 손끝에 느껴진다. 육수는 손 끝의 시원함만큼이나 입안과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살얼음이 동동 뜨는 남쪽의 평양냉면과는 달리, 옥류관 평양냉면에는 살얼음이 없다. 육수가 입술이 시릴정도로 아주 차겁지는 않다. 적당히 시원하다.

천천히 육수를 음미한다. 담백하고 깔끔하다. 적당히 진한 고기육수에 동치미 국물이 가미된 상큼한 맛이다. 육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를 고루 우려내 쓴다고 한다. 육수에 고기의 풍미가 가득하다. 그러나, 과하지 않다. 인공조미료의 맛이나 흔적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네가지 고기의 맛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적당히 새콤달콤하다. 

면은 남쪽에서 먹던 평양냉면과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면의 색이 진하다. 마치, 칡냉면과 같은 진한 갈색이다. 남쪽의 평양냉면은 색이 연하다. 그 식감에도 차이가 있다.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면발이 더 탄력이 있다. 반면, 남쪽의 평양냉면은 탄성이 덜 하고 씹으면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다. 이런 차이는 메밀의 비율에서 오는 듯 하다. 옥류관 평양냉면은 메밀이 남쪽의 평양냉면보다 적게 들어가는 것 같다.

어느새 평양냉면을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웠다. 그리고 녹두지짐도 한 짝을 다 먹었다. 안내원과 운전기사가 먹는 쟁반국수의 맛이 궁금했다. 안내원이 옥류관에서는 기본이 두 그릇이라며 한그릇 더 권한다. 배는 어느새 불러오고, 제일 적은 쟁반국수 100g을 주문했다.

옥류관 쟁반국수
옥류관 쟁반국수

나를 위한 쟁반국수가 나왔다. 쟁반국수는 쟁반에 담았다고 해서 쟁반국수다. 진한 갈색의 국수사리에 빨간 양념장, 그 위에 꾸미가 동그랗게 가지런히 놓여 있다. 육수는 자작자작하니 딱 비벼먹기 좋게 들어 있다. 국수와 양념, 꾸미가 잘 섞이게 젓가락으로 골고루 젓는다. 양념에 적당히 배인 면을 입안에 넣는다. 부드러운 면발과, 매콤한 양념, 구수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에 전해진다. 마치 남쪽의 비빔냉면을 먹는 듯 하다. 쟁반국수는 고추가루가 들어간 양념장 때문인지 매콤하고 좀 더 강한 맛이 난다. 새콤매콤하면서도 구수한 쟁반국수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옥류관에서 먹은 평양냉면, 쟁반국수, 녹두지짐 모두 다 훌륭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담백함이 묘미다. 특히, 옥류관 평양냉면은 단연코 제일이다. 과하지 않게 적당히 진한 육수에 깔끔한 뒷맛,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 향미 풍부한 고명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맛이다. 옥류관 평양냉면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맛에 푹 빠졌다. 평양을 떠나기 전에 옥류관 냉면이 그리워 다시 찾았다. 사전 예약제에다가 밀려든 중국관광객들 때문에 자리가 없어서, 아쉽게도 두번째 시식은 할 수 없었다.

옥류관 아이스크림

식사를 다 마쳤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옥류관에 아이스크림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던 평양냉면의 깔끔한 맛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다. 달콤하고 시원한 후식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하얀 우유빛 아이스크림을 한입 입에 넣는 순간, ‘옥류관이 냉면전문점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아닌가’ 라는 착각에 빠졌다. 이 깊고 진한 맛! 풍부한 우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마치 목장에서 우유를 막 짜다가 만든 것 같은 우유의 신선함이 아이스크림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부드럽고 진한 우유의 풍미가 넘친다. 이 맛은 이태리에서 먹었던 본 젤라또를 연상케한다. 평양에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이런 고급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옥류관 아이스크림은 옥류관 냉면 못지 않게 훌륭한 맛이었다.

평양냉면 200g 한 그릇, 쟁반국수 300g 두 그릇, 쟁반국수 100g 한 그릇, 녹두지짐 세 짝에다가 아이스크림 후식까지 먹고 정산한 계산서는 미화로 21불이다. 평양의 최고급 식당에서 풍성한 오찬으로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아직도 담백하고 똑떨어지는 맛의 평양냉면과 깊고 풍부한 아이스크림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먹었던 최고의 냉면,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다.

청류관 평양냉면​

청류관은 평양직할시 중구역 보통강변에 위치한 고급 식당이다. 2008년 개관하였으며 실내 1000석과 야외 600석을 갖추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푸르른 강물이 흐르는 보통강변에 있는 청류관은 건물의 외관도 푸른색이다.

​체류 5일째인 2019년 8월 4일 청류관에서 오찬을 가졌다. 안내원, 운전기사와 동행해 평양냉면과 평양 굴깍두기, 훈제 오징어, 훈제 돼지고기, 소대가리 보쌈(소머리 편육) 등을 주문했다. 북에서는 반찬이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다. 김치나 깍두기도 다 따로 주문하고 계산해야 한다. 청류관이 굴깍뚜기가 유명하다고 해서 주문했다. ​

안내원, 운전기사와 함께 한 청류관 오찬
안내원, 운전기사와 함께 한 청류관 오찬

굴깍뚜기, 훈제 오징어, 훈제 돼지고기, 소대가리 보쌈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깍두기를 먼저 시식해 본다. 입 안에서 톡 쏜다. 적당히 익어 감칠맛이 그만이다. 젓갈이 적당히 들어간 듯 하다. 굴의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다. 고추가루를 절제해서 사용한 듯 하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의 식감도 좋다. 신선한 무로 양념이나 향신료를 절제해 사용해 ,주재료인 무의 맛이 단연코 도드라진다. 시원한 평양 굴깍두기가 입맛을 돋군다.

훈제 오징어, 훈제 돼지고기, 소대가리 보쌈 모두 신선하고 재료의 맛을 충실하게 살렸다.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양념이나 향신료를 아주 적게 사용해 본재료 맛이 살아있다. 특히, 소대가리 보쌈은 소고기 누린내도 전혀 안나고 쫀득쫀득하니 아주 맛이 일품이었다. 

청류관 평양냉면이 들어온다. 큰 놋구릇에 면사리가 가운데 놓여져 있고 그 위에 무, 소고기편육, 배, 오이, 계란지단 등이 얹어져 있다. 가늘게 채친 지단 말고도 삶은 계란 반쪽이 면사리 옆에 얌전히 놓여져 있다. 꾸미에 들어가는 재료는 남쪽 평양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넉넉한 육수에 면사리가 대부분 잠겨 있다. 청류관 냉면에는 고추가루가 들어간 빨간 양념장이 따라 나온다. 양념장은 각자 취향에 맞게 넣으면 된다. 

나는 양념장을 넣기 전에 냉면 육수를 한모금 마셨다. 양념장이 가미 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청류관 냉면의 육수를 맛 보기 위해서다. 아주 깊고 진한 육수맛이 느껴진다. 확실히 고려호텔이나 옥류관의 육수보다 휠씬 진하다. 그러고 보니 육수의 색깔도 옥류관이나 고려호텔 보다 더 진한 듯 하다. 진한 고기 국물 맛을 느끼고 나니, 왜 양념장이 곁들여 나오는지 이해가 되었다. 진한 육수로 인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젓가락으로 양념장을 덜어 냉면에 넣고 잘 섞이게 고루 저었다. 그런 다음, 다시 육수를 마셔 보았다. 진한 고기 국물 맛이 순화되고 칼칼하고 개운한 느낌이 입 안에 감돈다. 청류관 냉면에 어울리는 양념장이다. 

청류관 평양냉면
청류관 평양냉면

냉면 국수는 옥류관의 면과 크게 차이를 못 느꼈다. 진한 갈색의 면으로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안내원과 운전기사는 평양의 3대 냉면 맛집 중 청류관 냉면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육수가 진하고 맛이 더 자극적이어서 선호한다고 한다. 청류관 냉면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원하고 칼칼한 청류관 냉면은 어쩌면 남쪽의 냉면 트렌드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청류관 평양냉면은 자극적인 맛을 찾는 남녘 냉면애호가들이 좋아할 듯 하다. 

우리는 냉면 한 그릇 씩을 다 비웠다. 대동강 맥주를 반주 삼아, 오징어, 돼지고기, 소머리 편육을 즐긴다. 한여름 한낮에 마시는 대동강 맥주는 더위를 날리는데는 더할 나위 없다. 대동강 맥주와 더불어 맛깔스런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청류관에서의 오찬을 마무리 한다.

​고려호텔 평양냉면

이제 고려호텔 평양냉면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고려호텔은 1985년 45층 쌍둥이 빌딩으로 지어진 최고급 호텔이다. 양각도 호텔과 더불어 남측에도 잘 알려진 호텔이다. 고려호텔 식당은 평양냉면을 잘 하기로 소문난 3대 평양냉면 맛집 중 하나다.

고려호텔 평양냉면은 북에서 먹은 첫 점심이고 처음 맛본 평양냉면이다. 호텔식당을 들어섰을 때의 인상과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려호텔 평양냉면 전문점 입구

고려호텔 식당에 도착했다. <평양랭면 불고기> 라는 간판이 보인다. 호텔식당이니 만큼 <Pyongyang Cold Noodle & Barbecue>라는 영어표기도 병기되어 있다. 식당봉사원의 안내를 받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차림표를 펼쳐 보았다. 쟁반국수(250g) 490원, 쟁반국수(300g) 552원, 랭면(200g) 350원, 랭면(300g) 485원이다. 나는 냉면 300g을 안내원과 운전기사는 회쟁반국수 300을 각각 주문했다. 고려호텔 평양냉면도 꽤나 맛 있었다. 처음 맛본 평양냉면이서인지 그 담백한 맛에 대한 인상이 강렬했다. 진한 색의 면사리, 깔끔하고 개운한 육수, 무, 오이, 소고기편육이 곁들어진 꾸미에 빨간 양념장이 얹어져 나온다. 

향긋한 메밀 내음이 냉면사리에서 폴폴나는 느낌도 좋았다. 좋은 메밀을 재료로 만든 국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발은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하다. 이런 면의 식감은 옥류관이나 청류관의 평양냉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유난히, 고려호텔 평양냉면에서 구수한 메밀향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 인상적이다.

​냉면에 대한 취향은 개인의 입맛과 기호에 따라 다르다. 안내원과 운전기사는 청류관 평양냉면을 최고로 친다. 내 경우, 고려호텔 냉면도 맛 있지만 옥류관 냉면이 단연코 제일이다. 옥류관 평양냉면의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은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리 모두가 대동강 맥주를 반주 삼아 시원하게 옥류관 평양냉면 한 그릇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소망한다. 7월의 여름을 보내며, 당장이라도 평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고려호텔 평양냉면과 회쟁반국수
고려호텔 평양냉면과 회쟁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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