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송진아 기자]지난 6월 30일 아시아 출판사에서 박지음 소설가의 단편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이 출간되었다. 데뷔 6년만에 나온 소설집이다. 진도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보낸 박지음 작가는 자신이 등단한 2014년도를 세월호 참사로 기억한다며 온 나라와 고향 진도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책이 나온 지금은 코로나가 유행 중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BTS의 팬 일명 ‘아미(A.R.M.Y)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시종일관 무언가와 부딪친다. 밝은 소녀들의 서사 같았던 이야기는 소설가가 데뷔한 해와 책이 나온 해를 닮았다. 

아래는 작가와의 1문 1답이다. 

1.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으로 독자들을 찾으셨습니다. 감회가 어떠신가요?
  2014년에 등단하고 책이 나올 때까지 6년이 지났습니다. 제 책은 말 그대로 피, 땀, 눈물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BTS의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제가 BTS 팬클럽 아미는 아니지만, 소설 속 인물이 ‘아미’이다 보니 노래를 자주 듣게 되었는데요. 소설집을 준비하고 출간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피 땀 눈물’의 과정이었습니다. 제 책을 독자님들이 꼭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사진= 아시아 제공
사진= 아시아 제공

 

2. 처음 글을 쓰시게 된 계기나 관련한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진도에서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그곳에 전근 오신 선생님께서 1학년 때부터 일기 쓰기를 매일 시켰어요. 그게 버릇이 되었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2000년 도에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써 보려고 했지만, 실력이 부족했고 무리하다 보니 폐결핵에 걸렸습니다. 다시 고향 섬에 돌아와 1년을 요양하면서 부족한 독서량을 채웠습니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거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습니다. 뭔가 될듯한 순간이면 결혼과 출산이 뒤따랐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지체되어 2014년에야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등단한 해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온 나라와 제 고향 진도는 슬픔에 젖어 있었습니다. 첫 책을 내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문을 닫고 있네요. 세상을 제 중심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가끔 온 우주가 저를 응원하고 있는지, 막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3. 이번 책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소설집의 표제작인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등장하는 ‘여성’들입니다. 이 단편은 현재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인 ‘유리천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러시아 문학기행에 가서 만나게 된 친구들이 있는데, 마흔을 넘었거나, 마흔이거나, 마흔 가까이 된 여성들입니다. 20대 때부터 직장에서 경력을 쌓은 그녀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에 대해 만날 때마다 들었습니다. 직장을 위해 결혼도 출산도 연애조차도 포기하고 살아온 그녀들이, 이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한계에 대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여성이 직장에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앞에는 어린 소녀의 동상이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중심지에서도 여성이 차별받고 있음을 보여 주는 모형입니다. 마흔 이후의 직장 여성은 정리해고되거나, 임원 자리를 두고 남성과 경쟁하다가 남성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서 그녀들의 목소리를 취재해 소설로 형상화했고, 문학 하는 제가 넘지 못하는 ‘유리천장’에 대해서도 썼습니다. 그녀들을 알게 된 것이 벌써 2년째입니다. 그녀들이 저의 여성관과 저 자신으로서의 자아를 깨우는데 큰 용기를 줬습니다. 제가 집이라는 공간에 갇혀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을 때, 그녀들이 세상의 벽을 허물기 위해 날마다 몸으로 부딪쳤을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유럽으로 향한 창인 ‘네바강’에 그녀들을 나란히 세운 것은, 연대해서 그 ‘벽’이나 ‘유리천장’을 넘으라는 의미였습니다.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속 그녀들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팬 ‘아미’입니다. 그녀들에게 아미는 뭘까, 방탄소년단의 무엇이 그녀들을 위로할까, 궁금해서 한동안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다녔습니다. 아미는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낸다’는 BTS정신을 수호하고 있었고, 이것은 ‘유리천장’을 향해 가는 그녀들의 삶과 닮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 속에 설정했습니다. 한 사람을 움직이는 정신의 세계라는 것이 꼭 철학이나 인문학, 문학이 아니라도 같은 무게로 그려지길 바랐습니다. 
  아미인 그녀들이 이 소설을 읽어보고, ‘이것은 진정한 아미를 위한 소설이다. 아니, BTS를 위한 소설이다’라고 말해주었을 때, 그녀들의 내면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 작가로서 내심 뿌듯했습니다.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그룹과 팬이라는 설정은, 소설에서 전혀 새로운 설정이 아닌데도, 마흔의 세계를 표현할 때는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꼰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4. 선생님의 문학관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소설이란 어떤 것일까요?
  소설이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밀란 쿤데라가 『소설의 기술』에서 말했듯, 인간의 전혀 다른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들은 돈이 안 되는 글이 이 시대에 필요하냐고 묻곤 합니다. 그러나 소설은 그 무용함으로 이제껏 인간의 모습을 그려왔고,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그 무용함으로 명명되지 않은 의미들을 읽어내고, 만들어 내겠습니다.

5.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서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달라’라고 말할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성의 ‘유리천장’과 ‘애프터 광주’입니다. 저는 전라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입니다. 단편「레드락」에서 그려지고 있는 광주항쟁 이후의 광주 일에 대해서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광주의 일은 제 피에 흐르는 전라도인의 한과 연결된다고 봅니다. 또한, 여성을 막고 있는 ‘유리천장’에 대해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의 글이 작은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6. 이외에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나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편히 남겨주세요.
  독자님들이 제 소설 한 권을 다 읽기 힘드실 경우, 자신에게 맞는 한두 편만 읽으시길 권합니다. 정은경 문학 평론가님은 제 소설 속 인물들이 ‘누런 벽지’에서 튀어나온 여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살먼 퍼킨스 길먼의 소설 「노란 벽지」의 인물을 두고 한 말이었는데요. 제 소설을 읽어 갈수록 어둡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단편을 한 편씩 골라 읽는 재미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의 마음속에 선명한 한 장면으로 남는 글이 단, 한편이라도 있다면 소설을 쓴 저는 만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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