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1.
오늘 밤, 마치 달빛에 취한 듯, 몇 그루 나무에서 적어도 새 세 마리가 그토록 용감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신은 새들 음표의 어지러운 질감을 하나의 지도로 말아 올릴 수 있으리. 횡으로, 그 다음엔 종횡으로 접히는 기쁨과 탄식의 시들이 그 지도에 납작하게 붙여져서 다른 천 가지 종(種)에게 산들바람 크기의 봉투에 담아 보내어질 것이다. 이해되리라는 희망 없이.

2.
최근에, 나 또한 내 꿈들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암호화를 엿듣는 중이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것: 나는 모든 노래와 웃음이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만큼이나 죽고 싶지 않다. 그러나 영원히 살고 싶지도 않다.
소소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자유롭게 뛰어오르며 삶과 죽음의 이 군도를 계속 여행하고 싶다고 나는 말한다. 나는 먼저 아플 필요 없이 내 결점들 안에서 평화롭게 잠들고 싶다.
우리를 사랑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하고, 포옹하게 하고, 키스하게 하고, 낯선 이들과 음식을 나누게 하고, 노래를 만들게 하고 때로는 죽음에 대해 배꼽 잡는 농담을 하게 하는 건 뭐든지 또한 전염성이 있다.
사실, 물리적인 육체를 제외한 모든 것은 이것 없이 죽는다.

3.
이 모든 것의 증거를 나는 그 백인 경찰의 고요와 평화 속에서 보았다—그의 미국적 무릎을 견디고 맥박 치는 유령 같은 화강암 조각상의 4세기에서.
몇 주 동안 이 도시 전체에서 울리는 한밤 사이렌의 의미를 묵상하는 부모들에게서 나는 그 얘길 들었다. 병원들은 넘치는 사체를 창문 밖으로 터뜨리고 있었다. 나는 남부 미니애폴리스 제3지구대 경찰서를 비롯해서 각 방향에서 검게 타오르는 연기에서 콘크리트 블록, 모터 오일, 아크릴의 국가가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시카고 38번가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된 모퉁이에서―내 딸이 잉태된 곳에서 여섯 블록 떨어진 곳인데― 나는 내 딸과 함께 서 있었고, 이후 종일토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4.
내 딸은 네 살, 막 씻은 자기 맨 손을 관찰하고는 노래에 녹이 슬 수 있는지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현실이 무엇인지 혹은 뭐가 현실이 아닌지 딸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딸아이의 의식은 작은 꽃잎들과 담대한 덩굴손과 함께 무한히 돋아나는 새싹들에 머문다.
어느 날 나는 설명하게 되겠지. 이 유행병 시기의 우리 미국 대통령은 예전에 자신의 리얼리티 쇼에서 변덕스럽게 사람들을 해고하는 상사를 연기한 적이 있다고.
결국엔 한두 세대 전의 다른 미국 대통령 이야기도 하게 되겠지; 그는 본조라는 이름의 침팬지와 함께 헐리우드에서 주로 조연으로 아주 잘 알려진 B급 영화배우였지; 중앙정보국(CIA)의 승인을 받은 크랙 코케인이 거리를 강타했을 때 어쩌다가 에이즈라는 다른 바이러스가 원숭이와 성교한 데서 유래하게 되었다고 소문났는지도 말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으로선, 내 딸아이는 너무 어려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가 없다. 

5.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몇 달 만에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하는 포옹과 커피, 레몬 소다, 그리고 맥주를 같이 마시는 생활로 돌아왔다. 현대성의 현실과 환상이 다시 한번 합쳐져 전염병이 꿈이었던 것만 같았다.

6.
매미 킬러 말벌이 올여름에 난리다. 내 딸과 나는 말벌 한 마리가 떨리는 나뭇가지 위에 있는 피해자에게 벌침을 쏘는 것을 지켜본다. 말벌은 윙윙 난리를 치며 날개 달린 먹이를 지하 은신처로 질질 끌어내려 꼼짝 못하는 피해자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
우리는 무릎을 펴고 일어난다. 나는 모든 매미들의 비명을 상상한다.
큰길 아래위로, 이 포식자의 무수하게 작은 흙더미는 그것만 없으면 아무 흠이 없을 잔디밭의 지뢰들을 닮았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황혼을 향해, ‘개척자와 군인들 기념 묘지’를 지나서. 보도에 따르면 그곳엔 남북 전쟁 중에 죽은 수백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군인들이 묻혀 있다고 하는데, 제3지구대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위한 ‘작은 지구’ 주택 사업이 벌어지는 곳에서 세 블록 떨어져 있다.

7.
마스크를 쓰든 안 쓰든, 사람들은 이제 더는 길에서 웃지 않는다. 다른 눈들을 갈망도 하고 또 두려워도 하는 눈들. 요양원의 노인들은 이미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창문에 손을 올린다. 토끼들은 매가 그 축 처진 가지를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섯 마리 너구리 가족이 미시시피 강변 도로를 따라 흐르는 저녁의 차량 흐름을 잠시 막고 있다.
밤새도록, 새들은 새로운 형태의 시로 실험을 계속한다. 

8.
소년 시절, 나는 매니큐어 제거제나 가솔린이 얼마나 좋은 향기가 나는지 알았다. 나중에 나는 연꽃을 먹는 사람들, 중독자들, 러시아의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비닐봉지를 갖고 이 생에서 희망할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또 다음 새로운 세기가 지구 온난화로 어떻게 될지, 또 공룡을 포함한 고대의 동식물들이 우리가 들이마시는 화석 연료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9.
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폐 속에서 익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지구는 그 거친 노래를 점점 크게 부른다.

10.
오늘 밤, 차량 통행은 예전의 우울을 소곤거리는 정도로 확 줄어들었다. 마약중독자들은 분노와 죄책감으로 미쳐가고. 일부 시민들은 그 불안정한 사람들을 격리시켜 투약할 것을 요청한다. 다른 이들은 카운슬러들이 매주 50분 동안 컴퓨터 스크린에서 마약중독자들과 이야기하는 걸 원칙으로 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TV에 나오는 영적 지도자들은 구름이 거대한 도움의 품을 만들어줄 것을 기도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당신이 연구를 하면 할수록 더 괴롭게 되고 모든 이를 더 잘 진단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11.
온라인상의 한 목소리는 기한을 한참 넘긴 이 봄의 인간 청소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비음의 말투는 공중파 라디오나 TV에 나오는 이들의 말투와 다르다; 웹 상에서 이루어지는 그의 우울한 관찰은 코드와 방화벽이라는 석관의 상형문자에 가려져 있다. “그 사람들이 다 잘려 나가면 좋겠어요.” 이 남자는 말한다. “우리 노동의 나머지를 빨아올리는 늙고 나약한 놈들은 그만 뒈져라.”
한편 자유롭고 개방된 공중파에서는, 거기 기자들과 뉴스 캐스터들은 똑같은 세 대학을 다닌 듯 한데, 그이들 목소리와 말들은 마치 무기력한 천사들의 손에 들린 공격용 소총 같다.

12.
“예절”과 “재산” 중 어느 것이 더 필수적인 것일까?
만약 기업들이 권리를 가질 수 있다면, 살아서 식민지를 만들고 있는 병원균들은 어떤가?

13.
요 전 주에 나는 약 20분 정도, 길 건너편에 있는 큰 버 오크 나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요즘들어 나는 빤히 쳐다보는 일이 잦다. 버 오크 나무의 넓은 잎사귀들이 바람에 소용돌이치듯 돌고 돌았다. 나는 그 장엄한 무관심을 보고 또 보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시위대를 향해 발사된 사이렌과 고무탄이 내 아파트에서 한 블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깨지고 터지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가게 주인들이 긴 라이플총을 소지하고 자기 농산물과 포와 버리토, 저크 치킨을 사수했다. 오지 않는 경찰들이 부패 경찰에 항의하는 모든 이에게 교훈을 가르치려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속 생각나는 건, 소총을 들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아니다. 계속해서 타고 있는 플라스틱과 화학 약품들도 아니고, 통금 시간 지나 문간에서 최루탄을 맞던 무고한 시민들도 아니다. 바로 장엄한 버 오크 나무의 끝도 없는 부지런함이다.
산불이나 아마겟돈이 아닌 한, 버 오크 나무는 햇빛을 식량과 에너지로 바꾸는 일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건 땅 밑에서 공동의 뿌리 네트워크를 통하여 버 오크 나무와 그 나무에 연결된 다른 나무들을 위하는 일이다. 그 네트워크 안에서 가까이 혹은 멀리 다른 나무가 불타거나 오염되거나 시들해지면 다른 나무들이 어려움 속에 고투하는 나무에게 더 많은 영양분을 전달한다. 심지어 그 나무가 고사된 뒤에도 다른 나무들은 몇 주, 때로는 몇 달 동안 에너지를 보낸다. 우리가 고인에게 꽃을 바치는 기간보다도 더 길게.
모든 씨앗의 오래된 시 기술이 이렇게 오래 그 나무가 살아남는 걸 가능하게 했다는 걸 내 딸에게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14.
“작가로서 네가 항상 너의 의도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야.” 중년의 화가 친구는 자가 격리 중이던 집에서 내게 일깨워주었다. “우주의 자연적인 전개와 함께 하듯, 혹은 어울리지 않듯, 너는 그저 너의 인생을 살고 일하면 되는 거야.”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화면에 버번 위스키 한 잔을 두고 우리는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술가가 사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기괴함의 심장부에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찾고 모든 인간적인 아름다움의 심장부에서 기괴함을 찾는 일에 골똘하는 법에 대해서.
자외선과 같이, 예술은 빛을 발할 수도 있지만, 우리 눈과 영혼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

15.
나의 이모님은 전화로 교회에서 세 번째 친구가 기침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고 전해 준다. 나는 다시 한 번 길 건너 버 오크 나무에 눈길을 둔다. 가지들이 희미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바람이 나뭇잎을 떨어뜨릴 때, 나는 언젠가 방문했던 애틀랜타 근처 다른 참나무가 생각난다. 역사상, 어떤 밤이면 흑인 소작농들은 거기서, 이상한 열매, 매달린 시체들을 발견하곤 했다. 낮이 되면 백인 아이들은 큰 오크 나무의 가지들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 당시, 나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이 어떻게 나뭇가지 높이 뒤엉켜 코를 골며 진화해 왔는지, 그래서 우리가 잠든 동안 우리를 동물들로부터 보호해 왔는지를 배웠다.
그러므로 우리는 뱀에 대해 태고적 공포가 있다. 특히나 가장 침착하고 가장 체계적인 뱀에 대해.

“그들이 예수님을 나무에 매달아 죽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사도행전 10:39-40) 

16.
그 소식을 듣고, 나는 꽃을 보내고 내 예술가 친구의 장례식 사진을 온라인으로 클릭해서 찾아본다.
무성한 숲 속에 난 희미한 길을 따라 혼자 걷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발 아래 모든 가지들이 가지들이 아니라 뼈인 것만 같다.

17.
바이러스는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복제한다.
인간들은 복제한다 왜냐하면….

18.
“근데 그분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요?” 딸이 5월에 말했다. 그리고 6월, 이제 7월이 왔다가 갔다.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된 거리 모퉁이에서 전 세계에서 보냈을 수백, 수천 개 꽃다발이 만든 길을 따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한 블록 위에서 우리는 잠시 멈췄다. 거기 공터에는 경찰이 죽인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예술가들이 만든 수십 개의 회색 묘비들이 풀숲에서 저녁 바람에 일어나 합창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에 있는 그분은 아빠 친구 같은 사람이예요?” 딸이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스크를 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예를 표하고 있었다. “아니면 매일 밤 그 분은 여기 오실지도 모르겠네요. 그 분이 좋아하는 묘지니까요.” 내 손을 앙증맞게 꼭 잡으며 딸이 말했다.
“그래.” 나는 딸을 내 어깨에 들어 올려 앉히며 말했다. 이제 어둠이 완전히 내렸다.

19.
토마스 제퍼슨이 독립 선언서 초안을 작성했을 때 그는 서른세 살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이다.

“우리는 다음의 진실들이 자명한 것임을 선언하노니,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그들의 창조주에 의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이 권리 중, 생명, 자유, 행복 추구권이 있다.” 몬티첼로에 있는 집에서 이백 명 노예들의 소유주는 이렇게 썼다.

제퍼슨의 깃펜의 내려앉는 손가락들을 통해 전해진 이 말들은 새벽 한 시 부모님들의 녹슨 라디오에 눈 크게 뜬 아이들에게는 한 세기 넘게 전해 내려오는 잡음 섞인 음악과도 같았다.
진정한 시의 영혼은 항상 펜보다 몇 광년은 현명한 빛을 발한다.

20.
나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나무는 마스크를 쓴 세 명의 행인들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마침내 그 사람들이 떠났을 때, 나는 다가가서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 3억 년 동안.
나무는 왔다가 갔다. 다시 또 다시.
나도 또한 그랬다. 입자에서부터 아메바, 매미로, 비단뱀으로, 천사로, 해마로, 악마로, 바이러스로, 박쥐로, 말로, 인간으로―흐릿한 형체를 가진 야생의 방대한 동물 우화집 속에서.
우리들의 창자 속 박테리아처럼, 우리는 아마 너무 빨리 왔다가 가기에, 나무들이 (심지어 신도) 우리를 알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 때때로 스치듯 바라보며 우리는 그들의 꿈속에서 나타나지만.

전문은 아시아문학패스티벌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에드 복 리 한국-미국/ 시인

한국계 미국 시인 에드 복 리는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미국 노스다코타로 이민을 간 에드 복 리는 미네소타를 비롯해 6개 도시에 자랐고, 버클리대학교에서 슬라브어를 전공한 뒤 브라운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전국예술재능협회, 미네소타주아트위원회, 로프트문학센터, SASE, 제롬파운데이션 등이 수여하는 작가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미토콘드리아의 밤』, 『Whorled』, 『노스 다코타는 어디에나 있다』 등이 있다. 


번역 정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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