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제인문포럼 당시 김숨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DB]

2020년 동인문학상은 소설 “떠도는 땅”을 집필한 김숨 작가에게 돌아갔다. 그간 동인문학상이 기리는 김동인의 적극적인 친일 행적은 꾸준한 비판의 대상이 돌아왔다. 이와 함께 올해는 수상 작가의 작품 행보를 둘러싸고 수상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숨 작가는 2016년 장편소설 “한 명”을 시작으로 소설 “흐르는 편지”와 일본군 ‘위안부’ 길원옥 증언집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일본군 위안부 김복동 증언집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등을 출간했다. 그는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해당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 장으로 끌어오고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김숨 작가는 작품 안에서 그치지 않고 대외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2018년 1월 열린 국제인문포럼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극단적이고 유례없는 성폭력”이라는 말과 함께 해당 문제는 “과거 일제 강점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기에 친일인명사전에 ‘적극적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재된 김동인을 기념하는 상을 승낙한 데에 따른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그간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편에 섰던 김숨 작가의 수상은 일각의 충격을 자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동인의 경우 일본군과 ‘대동아전쟁’을 두둔하며 일제의 징집과 징용을 지속해서 옹호, 권장한 작가 중 하나다. 그가 매일신보에 ‘대동아전쟁’을 “인류 역사 재전의 성전”으로 비유한 한 달 전, 일본군은 다수의 조선인 여성들을 ‘위안부’로 징집했다.

김동인은 집필 활동 외에도 1939년 조선총독부 학무국 사회교육과를 방문해 “황군을 위문할 사절단을 만들”자고 제안, 1945년 8월 15일 오전에는 조선총독부 정보과장 겸 검열과장 아베 다쓰이치를 찾아 “시국에 공헌할 새로운 작가단을 만들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실질적인 친일 행적도 다수 존재한다.

더욱이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측은 “김숨의 “떠도는 땅”은 20세기 한국인의 가혹한 수난을 뒤쫓는다.”는 평을 전해 그 아이러니가 한층 강조되고 있다. 이번 수상장 “떠도는 땅”은 1937년 소련 극동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 17만 명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적으로 이주된 사건을 나타낸 소설로 민족 수난사를 응축한 작품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문학관계자는 “계획적으로 민족의 아픔이나 역사적 아픔을 다루는 작가와 작품에 상을 주며 조선일보와 동인의 친일 문제를 희석하는데 동원한 것”이라며 “역사적 상처를 다룬 김숨이 이 상을 받음으로써 동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후배들 역시 스스로 상을 받는 게 거리낌 없을 수 있는 초석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뉴스페이퍼는 김숙 작가에게 연락해 일본군 ‘위안부’의 편에 서 온 그간의 행적과 ‘동인문학상’가 기리는 김동인 작가의 친일 행적 사이의 모순에 대해 질문했으나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불어 그간 꾸준히 친일문인기념상 반대 시위를 열어온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측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족문학연구회는 “(김숨 작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설화했을 때는 일제에 짓밟힌 한민족의 아픔 편에 서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런 작가가 어떻게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반문했다.

또한, 장편소설 “떠도는 땅”이 동인문학상 뿐만 아니라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한 점을 언급하며 “요산김정한문학상은 일제에 항거한 기층민중의 뼈아픈 삶을 써 내려간 항일의 문학상”이라고 그 모순을 짚었다.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회장 맹문재 교수는 “김숨 작가가 역사의식을 공유하는 작품 주제를 다룬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작품에서 나아가 실천적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친일 잔재 청산, 친일문인기념상 폐지일 것이다.”라며 “소설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다루는 등 의무감을 지녀야 할 작가가 작품 창작과 실제 행동을 달리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단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최근 언론에 두 문학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두 문학상의 수상자는 놀랍게도 같은 사람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숨 작가는 장편소설 <떠도는 땅>으로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51회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부산일보사가 선정하는 제37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동인문학상과 요산김정한문학상은 대척점에 있다. 동인문학상은 대표적 친일 문인 김동인을 기리는 친일문학상인데 반해, 요산김정한문학상은 일제에 항거한 기층민중의 뼈아픈 삶을 써내려간 항일의 문학상이다. 

김동인이 누구인가? 김동인은 해방이 되던 그 날에도 총독부를 찾아가 ‘시국에 공헌할 새로운 작가단’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일제 기관지 매일신보에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주장하는 글을 여러 차례 기고했고 일제의 징병에 조선 청년들이 자원할 것을 독려하는 글도 실었다. 그는 창씨개명과 함께 ‘황군 위문 작가단’ 활동도 한 대표적인 훼절 친일지식인이다. 

이와 같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친일을 넘어 자발적으로 부역을 한 대표적 인물이 바로 김동인이다. 그런 김동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수상하다니 <떠도는 땅>을 쓴 작가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김숨 작가가 여성을 유린한 반인륜적 범죄인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작품화 한 목적은 도대체 또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작가는 조선일보 수상 인터뷰에서 <떠도는 땅>의 집필 동기에 대해 “역사에 대한 특별한 의무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작가로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위안부 할머니나 강제이주열차를 탄 우리 동포 모두 일제의 가증스런 탄압으로 떠도는 삶을 살지 않을 수 없었다. 피나는 역사를 놓치지 않는 김 작가의 주목에 놀라면서도, 그가 그 작품으로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 수상을 수락했다는 점에 우리는 더욱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친일 문인은 응징과 비판의 대상이지 기리는 대상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친일 문인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은 민족의 이름으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런 상을 수상한 김숨 작가가 아픈 역사와 함께 하려는 작가정신을 저버리고 자신의 문학적 공명심을 채우려 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또한 상금을 앞세워 문단을 이간질시키는 친일부역 언론의 농간을 간파하지 못하는 점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숨 작가에게 묻는다.

김 작가가 <떠도는 땅>을 쓰기 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소설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김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증언을 채록했고, 그 증언을 토대로 네 권의 시리즈를 출간한 바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설화했을 때는 일제에 짓밟힌 한민족의 아픔 편에 서려고 했던 것이 작가의 발화점이라 믿는다.

그런 작가가 어떻게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가?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지난 역사를 아파한 작가가 어떻게 일제에 빌붙어 배운 글재주로 민족을 팔아넘긴 반민족 문인의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작품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과 항일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김 작가의 정체성은 모순투성이가 아닐 수 없다.

김숨, 당신의 작가정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2020년 10월 22일
민족문학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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