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타르, 중국의 츠쯔젠 작가, 공선옥 작가, 윤정모 작가 함께해

아시아문학포럼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아시아문학포럼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30일에는 ‘포스트 코로나와 문학’과 ‘신화와 여성’을 주제로 한 아시아문학포럼이 개최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줌라이브를 통해 세계의 작가들과 마주했다. 

특히 ‘신화와 여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아시아문학포럼 2부 순서에는 공선옥, 윤정모 작가와 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타르, 중국의 츠쯔젠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다르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다르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2000년 데뷔한 샤힌 아크다르는 인권 기구인 에인 오 살리쉬 켄드라 소속이며 독립전쟁 당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등 여성 인권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준 작가다. 네 편의 장편과 다섯 권의 단편집을 집필한 그는 방글라데시 유수한 문학상을 받았다.

본격적인 아시아문학포럼 발제에 앞서 샤힌 아크타르는 “줌으로 만나는 것이 직접 교류하며 쌓을 수 있는 우정과 창조적 토론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나마 아시아 독자들과 작가들을 만나 어려운 시기에 생각을 나눌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로 반가움을 전했다. 

샤힌 아크타르는 ‘신화와 여성’ 중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 해방 운동의 선구자인 베굼 로께야 작가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샤힌 아크타르는 “베굼 로께야는 1880년 영국령 인도에서 태어나 분단 전 방글라 지역 무슬림 사회의 여성 교육과 여성 해방, 종교 개혁을 위해 힘썼다.”며 “그는 집필 활동 외에도 글쓰기 학교를 세워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고 설명했다. “그중 베굼 로께야의 작품 “술타나의 꿈”에 여성 해방에 대한 혁신적 사고가 담겨있다.”고 소개한 샤힌 아크다르는 이어 간단한 줄거리를 읊었다. 

그에 따르면, “술타나의 꿈” 주인공 술타나는 폭력적 가부장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모권적 세계에 대한 꿈을 꾸는 인물이다. 이곳에서의 여성들은 남성들을 집에 두고 바깥일을 맡고 있다. 술타나의 꿈속에 등장한 여성들은 전쟁 전략을 의논하고 태양열을 적에게 쏘는 전쟁 전략을 찾아낸다. 하나의 예시로 등장한 이 작품 속에서는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방식의 전쟁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베굼 로케야는 약 한 세기 여성 인권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선구적으로 이야기해 온 인물이다. 샤힌 아크타르는 그를 부연하며 “베쿰 로케야는 부당한 사회 관습에 저항한 사람이다. 때로는 코미디와 풍자, 때로는 논리와 설득을 통해 여성들의 불평등한 지위를 비판하며 수많은 여성들이 그에게 고무됐다. 그런 로케야의 언어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큰 울림을 준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중국의 츠쯔젠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중국의 츠쯔젠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중국 최고 권위의 루쉰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츠쯔젠 작가는 40편이 넘는 작품을 집필했으며 고향 주변 소수민족들의 풍속과 삶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문학포럼 줌라이브를 통해 국내 작가들과 만난 그는 “코로나가 만연한 가운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특별한 방식을 통해 온라인으로 문학적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의미있다.”는 말로 반가움을 전했다.

그는 아시아문학포럼의 ‘여성과 신화’라는 주제에 맞게 신화를 모티프로 하며 여성 인물들을 다룬 자신의 소설 몇 편을 예시로 들었다. 그중 ‘누어’라는 신화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작가의 소설 “스촨”에서는 선량하고 다재다능한 지시라는 인물이 나온다. 모두 그를 좋아하지만, 마을의 남자들은 ‘너무 능력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인다’는 것을 이유로 그를 아내로 맞으려 하지 않는다. 

츠쯔젠 작가는 “평생 결혼하지 못한 지시는 합법적인 생육의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말과 함께 ‘산파’로 일하는 지시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시는 ‘스촨’이라는 강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첫눈이 내릴 무렵 스촨에는 ‘누어’라고 불리는 물고기 떼가 내려온다. 츠쯔젠 작가는 “이 물고기 떼는 ‘잉잉잉’하는 울음소리를 내고 이것을 잦아들게 하는 방법은 누어를 잡아 강가에서 울지 말라고 위로해준 다음 다시 놓아주는 것뿐이다.”라며 소설 속 배경을 그렸다.

어느 날 사랑했던 남자의 아내 해산을 도와준 지시는 자신이 쳐놓은 그물이 텅 빈 것을 확인하지만, 이내 나무대야에 가득한 파란색 누어를 발견한다. 츠쯔첸 작가는 “한순간도 눈물 흘리지 않은 때가 없는 지시는 물 밖에 사는 ‘누어’와 같다”며 “지시가 누어를 위로할 때, 누어도 그를 위로한다. 놓아준 누어가 그를 위해 왕성하게 번식함으로써 지시는 하늘과 ᄄᆞᆼ, 자연과의 융화를 통해 더욱 영원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음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여성과 신화는 한 몸”임을 지시하는 대목이다.

아시아문학포럼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아시아문학포럼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뒤이어 공선옥 작가는 어머니가 믿던 신화와 신화가 사라진 현재를 대조하며 “가난해진 세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어느 순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른바 옛날식 생활방식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며 “한때는 닭장이라고 불렸던 형태의 아파트는 지나치게 밝고 현대적이어서 어떤 신도 깃들 수 없는 환경 같다.”고 첨언했다.

마지막 순서인 윤정모 작가는 “식민지 저항운동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여성운동”을 조망하며 “전면화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존재해온 한국의 여성 해방 운동”을 조망하는 동시에 앞선 두 작가의 발제문에 대한 소감을 전달했다. 
 
이처럼 국경과 화면을 뛰어넘어 교류한 세 국가의 여성 작가는 각국의 비슷하거나 서로 다른 신화를 소개하며 ‘여성과 신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주고받았다. 이날 진행된 아시아문학포럼을 비롯한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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