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종로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 사진 = 배용진 기자]

서울 종로구청이 ‘김용균 추모문화제’가 ‘정치적’이라며 공연장 대관을 거절한 일을 사과하고 다시 대관을 허가했다.

지난달 18일 종로구청은 김용균재단이 주최하는 ‘김용균 추모문화제’가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마로니에공원 야외 공연장 대관을 허가하지 않았다. 주관 단체 중 하나인 한국작가회의가 대관을 불허한 판단 근거를 묻고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종로구청은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11월 25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청년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 등 3개 단체는 종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관 불허는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문화기본법 4조 등을 위반한 국가범죄다”라고 항의하고,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문화기본법 제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면담 다음 날 종로구청은 사과 회신을 보내 “추모제의 세부 계획을 공원운영위원회에 제공하지 못하고 심의를 진행하다 보니 불승인 결과가 나왔다,” “심의결과 이의신청 절차 규정이 미비했다”라고 심의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심의 규정 마련 등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용균 추모문화제’ 측은 “‘정치적 행사’라고 대관을 불허한 것은 인정·반성하지 않았고, 재발방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추가로 질의·요청했다. 종로구청은 “공원운영위원회 위원에 대해 ‘문화기본법’ 등 관련 법령 교육을 실시하겠으며 향후 공원운영위원회에 구체적인 심의자료를 제공하고 미흡한 시스템을 개선하여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다시 회신했다. 불허되었던 대관은 승인되었다.

‘김용균 추모문화제’ 측은 “잘못된 행정을 즉각 사과하고 바로잡으며, 구체적인 제도적 재발방지책을 마련키로 한 종로구청 공무원들과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노력은 민주적이고 건강한 공직사회를 위해서도 환영할만하고, 좋은 선례로 남을 일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또 “기업의 사회적 무책임과 이윤을 위한 안전불감증으로 연 2,000여 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라며 “정부와 국회도 본 회기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성실히 나서 달라”라고 촉구했다.

대관이 승인됨에 따라 ‘고 김용균 2주기 추모 한국작가회의 시낭송회’는 예정대로 오는 12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낭송회에서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이 시를 낭송하고, ‘노래극단 기다림’에서 낭독노래극을 공연한다. 현대무용가 류미경은 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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