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배용진 기자] 2020년 문학계는 상을 둘러싼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김금희 작가는 불공정 계약을 요구한 이상문학상을 거부했고, ‘재현의 윤리’ 논란을 빚은 김봉곤 소설가는 젊은작가상을 반납했으며, 김숨 작가는 동인문학상을 받고 비난받았다. 백희나 작가는 구름빵 사건에서 패소 하고,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는 린드그렌 문학상을 받았다. 이기리 시인은 등단제도를 거치지 않고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코로나로 문학인들 역시 어려웠던 2020년 뉴스페이퍼가 올 한 해 문학계 주요 사건을 정리했다.

사진= 뉴스페이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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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가의 이상문학상 거부와 윤이형 소설가의 절필

1월, 김금희 소설가가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거부했다. 김금희 작가는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해야 하고, 작가의 소설집 표제작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등 계약서 조항을 문제 삼았다. 문학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지던 불공정 관행을 작가가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뒤이어 최은영, 이기호 소설가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거부했다. 작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 소설가는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수십 명의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주최하는 문학사상사의 청탁을 거부하는 운동에 동참했다. 올해를 시작하며 벌어진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작가와 출판사 간 불공정 계약에 작가들이 연대해 반발한 사건으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백희나 작가, 린드그렌상 수상과 저작권 소송 최종 패소

3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6월, 출판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에서는 최종 패소했다. 백희나 작가의 첫 작품인 ‘구름빵’은 10여 개 나라에서 출간, 뮤지컬 등 2차 콘텐츠로 제작되며 약 44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알려졌다.


그중 작가에게 돌아간 수익은 1850만 원에 불과하다. 신인이던 백 작가가 출판사와 맺은 계약서에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 작가는 저작권자의 권리 일체를 양도하는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희나 작가는 올해 초 뉴스페이퍼에 “재판에서는 계약서를 ‘당사자 간 합의’로 보지만 애초 동등한 관계에서 합의한 계약서가 아니었다”라고 말하며, 신인이던 자신이 계약 조항에 의문을 드러내면 출판사는 ‘다 이렇게 한다’, ‘다른 작가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말로 일관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신인인 백 작가도 계약을 통해 실패 위험을 분담한 측면이 있다며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 뉴스페이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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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5월부터 약 세 달간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연구용역으로 진행되었다. 실태조사에는 스토리미디어랩과 뉴스페이퍼가 참여했다. 이 조사는 문학계 불공정 관행에 관해 처음으로 공적 영역에서 실시한 전수 조사다. 2,126명이 조사에 참여했고, 그중 1,532명의 응답이 유효한 표본으로 수집됐다. 조사 결과 먼저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한 1060명 중 56.6%는 청탁서 없이 구두로 청탁받은 경험이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35.8%는 원고료를 못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72.6%는 원고료를 못 받아도 추후 청탁이 끊길까 염려되어 문예지에 요청하지 못했다.


출판 계약 과정에서 강압과 강요를 경험한 응답자 중 61.1%는 불공정 항목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정을 요구하지 못했다. 출간 후 인세를 현물로 받았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36.5%에 달했다. 문예지와 출판사가 특정 작가를 배제하거나 특혜를 준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68.8%였다.


또 응답자들은 ‘뚜렷하지 않은 수상자 선정 기준’과 학연, 지연 등 ‘심사위원과 수상자의 관련성’이 공모전과 문학상 관련 불공정 관행에 영향을 준다는 데에 각각 평균 3.92점, 3.89점을 주어 ‘동의하는 편(4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연령대, 남성, 문학단체·협회에 소속된 작가일수록 불공정 관행 더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 역시 이번 결과로 확인하였다.


이 실태조사는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에 관한 창작자들의 경험과 인식을 최초로 연구해 유의미한 통계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봉곤 소설가로 촉발된 ‘재현의 윤리’

7월, 김봉곤 소설가가 지인과 나눈 사적 대화를 소설에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처음 문제를 공론화한 A 씨는 김봉곤 작가가 무단 인용한 글로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느껴 항의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B 씨 또한 이름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가 소설 속에 그대로 적시되어 아웃팅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봉곤 작가는 사과문을 올리고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그의 소설집 판매를 중단했다. 이 사태로‘재현의 윤리’를 되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김초엽 소설가는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이민우 기자
사진= 이민우 기자

 

김숨 소설가, 동인문학상 수상

10월, 김숨 소설가가 “떠도는 땅”으로 제51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동인문학상은 친일 행적이 있는 소설가 김동인을 기리는 친일문학상이라며 수년째 비판받아왔다. 올해 유독 논란이 일은 건 수상자가 김숨 소설가였기 때문이다. 김숨 소설가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장편 소설을 네 편이나 썼다. 2018년에는 국제인문포럼에 참석해 ‘위안부’ 문제가 “과거 일제강점기에 국한되지 않은 현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강민 평론가는 동인문학상이 상을 주최하는 조선일보의 친일 행적을 은폐·축소하면서 그들의 문학 권력을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김숨 소설가는 그 사실을 미처 몰랐을까? 그간 행보와 사뭇 다른 그의 수상 결정에 동인문학상 폐지를 요구한 문인들은 의아한 마음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비등단 시인의 김수영 문학상 수상

11월, ‘등단’ 안 한 이기리 시인이 제39회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 1981년 김수영 문학상이 제정되고 2006년부터 ‘등단’과 관계없이 시를 응모 받은 이래 비등단 시인이 수상한 건 처음이다. 상을 주최하는 민음사의 관계자는 “사전에 등단/비등단 여부를 알지 못하고 심사한다”라며 “수상자를 선정하고 확인하니 비등단자였다”라고 밝혔다. 비등단 시인의 문학상 수상은 아직도 뚜렷이 등단 비등단을 차별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문학계가 변화해 가고 있다는 상징이다. 최근 문학계는 획일화된 검증을 거부하고 다양한 통로로 활동을 뻗어 나가는 흐름이 있다.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문체부는 최근 저작권법을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 구름빵 사태를 앞으로 막기 위해 추가보상청구권이 신설될 예정이다. 이는 출판사에 비해 약자인 창작자를 보호하고 저작권을 과도하게 양도하여 수익분배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추가로 보상을 하는 방도이다.


이밖에도 올해에는 상화시인상 심사위원인 김종해 시인이 후보자 이태수 시인의 시집을 다섯 권 발간한 출판사 대표라는 점을 지적받고도 그대로 심사한 사건,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원고가 “문학선 2020 여름호”에 기재된 사건, 문예창작과 입시 과외를 하는 시인이 입시는 문학이 아니라며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한 사건, 서울 종로구가 김용균 추모문화제 대관을 불허하여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처럼 문화기본법을 위반한 사건 등이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올해는 어느 때 보다 문인들에게 힘든 시기였다. 문인들 다수가 원고료가 아니라 행사 및 교육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로 오프라인 행사 다수가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모두에게 숨통이 트이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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