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보듬는 여인숙 '달방 기록' 6개월째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들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며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하는 송년 모임으로 바빴습니다. 하지만 올해 연말 분위기는 사뭇 을씨년스럽습니다.

코로나19의 확장으로 모두가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일일노동자들의 생계는 더 팍팍해졌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으며 온정도 시나브로 사라졌습니다. 

문학TV는 지난주 대전역 주변의 한 여인숙을 찾았습니다. 뒷골목 허름한 여인숙에서 장기투숙 중인 이강산 시인. 그를 이 여인숙에서 만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와 소설,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강산 시인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시공간,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된 ‘여인숙 사람들’의 삶을 사진과 글로 담기 위해 0.8평의 달방을 스스로 찾았습니다. 여인숙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달방 생활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여름부터 동파주의보가 예고된 오늘까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1959년 충남 금산 출생으로 대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강산 시인은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으로 《모항(母港)》 《하모니카를 찾아서》 등이 있으며, 소설집 《황금비늘》, 장편소설 《나비의 방》과 휴먼다큐흑백사진집 『집―지상의 방 한 칸』 등을 출간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펴낸 그의 시집 《하모니카를 찾아서》에는 그가 10여 년 동안 섬과 오지와 뒷골목을 혼자 걸으며 품었던 명상적 사유와 세상의 소금 같은 삶의 기록이 차분하게 담겨 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날, 시인은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는 여인숙 사람들의 방문을 열고 따뜻한 양말을 선물하며 일일이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그는 “비록 고단한 삶이지만, 여인숙에 사는 사람들만큼 자기 삶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지닌 사람을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면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여인숙 사람들의 모습을 누군가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문학적 책무로 오늘도 이곳에 머문다”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고 가장 외로운 곳, 여인숙에서의 기록은 2021년 사진과 시로 만나게 됩니다. 문학TV 문학뉴스캐스터 최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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