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상문학상 이승우 소설가 선정

사진=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김보관] 작년 초 우수상 수상자에 대한 저작권 양도 문제로 문학계의 비판을 받아온 이상문학상이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수상자는 이승우 소설가로 “에리직톤의 초상”, “지상의 노래”, “전기수 이야기” 등의 대표작을 갖고 있으며 현재 대표적인 친일문인기념상인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이상문학상은 우수상 수상작가의 작품에 대한 “3년간의 저작권 양도”와 함께 “표제작 사용, 단행본 수록 불가”를 통보했다. 문학사상 측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의를 제기한 작가에게만 일부 조항을 삭제해 주었으며 ‘직원 개인의 실수’라는 변명으로 더욱 뭇매를 맞았다.
 
이에 따라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의 양심선언에 이은 윤이형의 절필 선언이 이어졌으며 트위터 등의 SNS에서는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이 전개돼 천희란, 구병모, 이원석, 장류진, 조해진, 황정은 등 수많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한국작가회의 등의 작가 단체에서도 역시 목소리를 더했다.
 
당초 예정되어있던 이상문학상 관련 기자회견의 취소는 물론이고 이상문학상 작품집 발간 역시 무기한 연기되는 듯했다. 약 일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상문학상 선정 소식과 함께 돌아온 문학사상은 예심 제도화 및 내용 공개, 작가 권리 및 명예 보호 원칙 재확인, 대상 상금 인상과 우수상 재수록료 500만원 책정 등을 개선방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 이후 첫 이상문학상인 올해의 수상자 선정과 관련해 뉴스페이퍼에 한 가지 제보가 들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인은 “물론 저작권이나 출판권 문제를 개선했고 상금을 인상한 것도 작가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며 “그러나 여전히 심사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올해 우수상 선정작 다섯 작품 중에서는 월간 문학사상에서 발표한 소설이 두 편이나 있다.”고 말을 이었다.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중 박형서 작가의 “97의 세계”와 한지수의 “야夜심한 연극반”이 월간 문학사상을 통해 발표되었으며 한지수 작가의 경우 2006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중편 “천사와 미모사”로 데뷔했다.
 
이 밖에도 2019년 대상작 한 편과 우수상 수상작 한 편이 월간 문학사상에 수록된 소설이며 2018년 역시 동일하다. 2017년에는 대상작 한 편과 우수상 수상작 두 편이 월간 문학사상에 수록되었던 작품으로 근 몇 년 새 평균 30% 정도의 비율로 겹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3, 4년간의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모두 월간 문학사상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제 41회 2017 이상문학상 

대상

구효서 ‘풍경소리’

2016 문학사상 봄호 등재

우수상

이기호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2016 문학사상 겨울호 등재

 

한지수 ‘코드번호 1021’

2016 문학사상 여름호 등재

 

김중혁 ‘스마일’

 

 

윤고은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조해진 ‘눈 속의 사람’

 

제 42회 2018 이상문학상

대상

손홍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2017 문학사상 가을호 등재

우수상

방현희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2017 문학사상 겨울호 등재

 

구병모 ‘한 아장이에게 온 마을이’

 

 

정지아 ‘존재의 증명’

 

 

정찬 ‘새의 시선

 

 

조해진 ‘파종하는 밤’

 

제 43회 2019 이상문학상 

대상

윤이형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2018 문학사상 겨울호 등재

우수상

장은진 ‘울어본다’

2018 문학사상 여름호 등재

 

김희선 ‘해변의 묘지’

 

 

장강명 ‘현수동 빵집 삼국지’

 

 

천명 ‘사라지는 것들’

 

 

최은영 ‘일 년’

 


이와 관련해 한설 평론가도 해당 문제를 트위터에 공론화한 바있다. 그는 “문학사상사에서 이상문학상 주관하시는 분들은 제발 자기네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 어떻게든 챙기려는 관행부터 버리”라는 말과 함께 “2010년 이후 출간된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발표 지면을 일일이 확인해서 통계를 내본 적이 있다. 근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기네 문예지 비율이 높을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한설 평론가는 “대형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자기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작품에 상을 수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라며 창비가 운영하는 신동엽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의 예시를 꼽았다.
 
이처럼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에서의 공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문학상은 물론이고 작년에는 상화시인상의 심사위원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다수의 시집을 출간한 작가가 상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심사의 불공정 논란이 이상문학상에까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수상자의 경력과 연령대 구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문인은 “대상과 우수상 수상자들은 모두 문단경력 20년차들이고 청년작가, 젊은 작가도 없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반대로 선정되었으나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나아가 이승우 작가의 수상 소감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그는 “어떤 작가들은 일련의 문제들로 절필까지 했는데, 상처받은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수상 소감으로 느껴졌다. 후배들이 피 흘린 자리에 가꾼 나무의 과실을 선배들이 따먹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승우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소설가가 자기가 한 일로 상을 받는 것은, 규칙과 반복이 지배하는 ‘사무원’의 사무실로 갑자기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사건입니다. (중략) 그렇지만 왜 이 손님들이 나를 찾아온 것일까요? 나는 손님들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묻는 대신 다시 ‘사무원처럼’ 내 일을 하려고 합니다. 따져 묻는 것이 내 권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할 일이 또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신을 ‘사무원’으로, 문학상을 반가운 ‘손님’으로 표현한 이승우 작가의 말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수상작품의 작품성과 별개로 찝찝한 마음이 든다고 전한 그는 “주최 측이 이승우라는 작가에게 작가들이 가진 존경을 통해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 이승우 선생님이 동료 작가의 아픔에 무관심하고 일련의 문제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문학사상과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작가들에게 상처가 될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끝마쳤다.
 
그의 말처럼 많은 작가들의 선배 작가인 이승우 작가의 안온한 대처는 작년 한 해 작가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워온 숱한 노력들을 무색하게 한다. 한때는 가장 영광스러운 문학상 중 하나였던 이상문학상. 작년의 이슈가 채 가시기도 전에 거듭되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뉴스페이퍼는 문학사상 측에 연락해보았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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