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코로나로 인해 이번 설 연휴에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다. 직접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책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인문학적 소향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
뉴스페이퍼가 이번 설 연휴를 맞아 6권의 책을 준비했다. 

동해 바다에서 시를 읽다

첫 번째 책은 걷는사람에서 출간된 동해 인문학 시리즈 ‘동해, 시가 빛나는 바다’이다. 
동해와 접한 5개의 시군(경주, 영덕, 울릉, 울진, 포항)을 소재로 한 시들을 소개하고 그 시의 배경이 되는 동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30년간 한겨레에서 문학 전문기자로 활동해 온 최재봉은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분석부터 지역의 특색과 전통 음식까지 시를 어떻게 읽는지를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50편의 시와 해설은 마치 직접 동해바다에서 경치를 마주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고려 말 칠언절구의 한시부터 시조와 현대 시까지 다양한 형식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간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당신, 동해를 노래하는 시들로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자코메티부터 BTS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 에세이

두 번째 책은 청색종이에서 출간된 금은돌 작가의 예술 에세이이자 유작인 ‘금은돌의 예술 산책’이다. 
금은돌의 평론은 딱딱한 논문 형식에서 벗어나 장르의 한계에서 자유롭다. 뒤샹의 시선으로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경성의 고급 백화점을 상상한다. 김수영 시인의 번역을 자코메티적 발견이라고 칭하는 것은 시인이자 화가로 활동한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구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봄날’에 등장하는 벚꽃을 국가 권력 구조의 개혁으로 해석하고 광장이라는 개념에서 유튜브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사고는 매우 신선하다. 
설 연휴 동안 금은돌이 주최하는 전시회를 감상하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자유로워질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말 못할 아픈 현실, 혼자가 아니야

세 번째 책은 걷는사람 시인선 윤석정 시인의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다.
시인은 4부에 걸쳐서 아픔에 대해 노래한다. 돌아가신 아빠의 무덤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그리고, 할머니를 이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 시들에서 어른들은 허한 마음을 가졌다.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한 어른들은 가장 많은 것을 잃었고, 생활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의 아픔을 연민한다. 
정희성 시인은 윤석정의 시를 “교가 없다. 재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그의 시가 진중하고 솔직하게 현실의 무게를 털어놓기에, 우리는 더욱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로 더욱 힘들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설에 윤석정의 시로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희망은 없다. 하지만 절망도 없다. 

네 번째 책은 창비에서 출간한 이산하 시인의 ‘악의 평범성’이다.
이산하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는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한라산’으로 제주 4.3 사건을 노래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촛불 혁명, 제주 예멘 난민 문제,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 나치 수용소를 다룬 작품을 담았다.
사회적 모순에 집중하는 시인의 힘을 “세상은 강자가 약해져야 바뀌는 게 아니라 약자가 강해져야 바뀐다”고 설명하는 그의 시 세계는 강자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나치수용소에서 해방된 여성들이 바르는 립스틱으로 자유를 외치고, 투신자살한 시신을 불상에 비유하며 불합리한 세상 속에 대항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시집의 제목인 ‘악의 평범성’은 총 3편이다. 첫 번째 시는 광주 항쟁과 세월호 사태를 조롱하는 인터넷 댓글들, 두 번째 시는 나치 친위대장의 발언, 세 번째 시는 경주와 포항 지진 속 마지막까지 남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악이 평범하기에 더욱 악랄하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사회 문제는 끊이지 않고, 세상은 녹록치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희망보다 절망하지 않을 힘이 아닐까. 이산하의 시와 함께 역사와 현실을 마주해보자.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기에

다섯 번째 책은 b판시선에서 출간한 정세훈 시인의 ‘동면’이다.
소년노동자로 공장에서 일했던 시인 정세훈은 4부에 걸쳐 겨울과 봄으로 나누어 노동자의 삶을 그려낸다. 그는 부모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폐지를 주우며 리어카를 끄는 노파의 모습을 조명한다. 힘든 겨울의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봄이 오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녹물 스며드는 자리에서 새로이 자라는 아기 개나리’와 ‘칼바람을 이겨낸 새싹 틔움’이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 이성현은 시집 제목인 ‘동면’을 두고 절망적인 상황 속 잠재된 새로운 힘이라 해석한다. 제목처럼 시들은 얼어붙은 노동자들에게 찾아올 봄을 기대하며 그들의 시선을 담아냈다. 
2월, 겨울이다. 우리에게 봄이 오기 전, 노동자의 겨울을 담아낸 시를 읽어보자. 

우리나라 역사, 우리가 제일 잘 알아야죠

마지막 책은 페이퍼로드에서 출간한 이문영 작가의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다.
우리나라 고대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왜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할까? 이문영 작가는 ‘가짜 역사’에서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침을 제공한다. 
역사학을 전공한 이문영 작가는 유사 역사학와 사이버 역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한국의 고대사는 중국과 일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중국의 역사로 치환되어서는 안되며, 중국의 전통사가가 규정한 한계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고조선 시대부터 발해의 통일까지, 학교에서 가르칠 때 선택받지 못한 역사를 소개한다. 단군신화부터 의자왕과 삼천 궁녀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까지 우리 머릿속 적은 분량의 역사를 풍부하게 넓혀준다. 
이번 설 연휴에 고대사를 정복해서 이제 더 이상 엉터리 역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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