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지난 12월 16일, 김동하 작가의 장편소설 “독대”가 출간되었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독대”는 어머니가 떠난 후 집의 내부를 부수고 다시 짓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살피고 성장해나간다.

일용직과 비정규직에 종사하며 글쓰기를 이어가던 김동하 작가는 201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이후 2016년 첫 장편인 “운석사냥꾼”을, 그리고 2020년에는 “피아노가 울리면”을 펴냈다.

김동하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서 우리는 소년의 눈으로 어른을 볼 수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일들이 어른을 거쳐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고 느끼는 것도 화자인 ‘나’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년의 눈에는 집을 리모델링하는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마치 집 나간 어머니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 같은 대공사는 소년의 반항심을 돋울 뿐, 가족의 부재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안방을 부수기에 앞서 머뭇대는 아버지를 보며 비로소 아버지의 심정과 이 거대한 공사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사촌 형 효주와의 관계 또한 아이와 어른의 시선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작중 소년과 가까운 인물로 설정된 사촌 형은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소년의 방황을 한 발 멀리서 지켜본다. 이른바 롤모델인 효주를 보며 자신의 유약함을 질책하는 소년은 형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하고 행동을 따라 하며 제법 다 큰 흉내를 낸다. 그러나 그런 형에게도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깨달은 소년은 나이 듦의 불완전성에 대해 생각한다.

소설 ”독대“는 독자로 하여금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게 끌어내면서도 다 커버린 나와 소년을 같은 선상에 두게끔 유도한다. 또한, 소년의 아버지가 집 전체를 무너트렸다가 다시 짓지 않고 방을 옮겨 다니면서 재건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암시하는듯하다.

-나는 해머를 들었다. 부엌이 아니라 아빠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런 속을 알 턱이 없는 아빠는 뻑뻑 담배만 피웠다. 해머를 들고 아빠에게 다가갔다. “또 뭘 부수면 돼?“
본문 중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