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지난 1월 이철경 평론가의 평론집 “심해를 유영하는 시어”가 발간됐다. 그간 시 전문계간지에 실렸던 글과 한국일보, 머니투데이 등 신문사에 정기적으로 써왔던 글들을 추린 이번 신작은 이철경 평론가의 첫 평론집이다. 2011년 목포문학상 평론 본상을 시작으로 2012년 포엠포엠 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데뷔한 그는 데뷔 이후 세 시집,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 “한정판 인생”을 펴내는 등 시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심해를 유영하는 시어”는 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으며 1부에서는 정한용 시집 “거짓말의 탄생”을 비롯해 19개의 시집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14개의 시를 해설한다. 이어지는 3부에서는 시인과 한국시집의 해설을 담고 있는데, 김형효, 손종수, 이호준 시인과의 인터뷰를 담아 동료의 시선에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내다볼 수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시인과 현대시 전망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현대시의 앞날을 내다보고 지나온 궤적을 살핀다. 특히 4부 맨 끝에 미당 서정주를 언급하며 친일문학상 폐지 여론에 대한 이철경 자신의 생각을 비추고 있으며 이는 바로 앞에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글을 쓴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철경 평론가는 “시인이란 종족은 현실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자들”이라고 이야기하며 시를 쓴다는 행위와 그것을 업으로 삼는 시인, 그리고 가난과 궁핍에 관해 쓴다. 그러니까 가난을 원하지는 않지만 “가난이 밤도둑처럼 들어와 평생을 동고동락하다 보면”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계속해서 시를 쓰고, 시에 관해 쓰는 이유에 대해 이철경 평론가는 “한때는 모두가 가난하고 허기의 시대를 관통할 때 그나마 시인의 업이 빛나던 날도 있었겠지요. 대다수가 현실에 타협하고 불의에 눈감는 시절에도 누군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들의 영역까지 분개하며 싸웠을 시인들을 생각하면 시인의 면류관을 쓴 작자들은 위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후술한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 제한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간 작품에만 의존하여 소통해온 작가와 독자에게 이철경의 평론집 “심해를 유영하는 시어”가 주요한 매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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