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음 시인, “시인들의 노동착취로 이룬 문예지는 지원금을 반납해야” 주장
-시와반시, “어려운 형편상, 상호 간 동의하에 돕는 관계일 뿐 강제는 아냐”
-문예위와 소통위 측, “노동력 착취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게 우선”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시와반시의 편집위원이었던 희음(문희정) 시인이 2021년 문예지 발간지원사업에 시와반시가 선정된 것에 반발하며 시와반시 측이 무임금 노동 착취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예지 지원기금이 작가들에게 정확하게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과 함께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 동인지 시스템에서 시작된 문예지들이 이제는 창간 멤버와 별도로 편집위원 체재를 갖추며 무급 노동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예지발간지원사업은 문학 창작 활동의 중요한 토대인 문예지의 원고료 지원을 통해 작가들의 기초적인 창작 여건 마련하는 데 있다.

희음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문희정 시인의 SNS(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따르면 2018년 시와반시의 편집위원이었던 희음 시인은 사례비 없이 3차례에 걸쳐 약 300페이지가 넘는 원고의 교정 업무를 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희음 시인은 시와반시 측의 편집위원 제안에 수락한 이후, 계간지의 원고 교정 업무를 줬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시와반시 측에서 교정 업무가 아주 간단한 업무라는 것을 강조했으며, 이를 거부하면 편집위원 자리 수락에 대한 번복 행위로 이어질까 봐 선뜻 그만두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편집위원으로 노동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거부하면 이후 청탁은 물론 해당 문예지나 문단에서 청탁 및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어 “(시와반시 측은) ‘임금’의 o자도 꺼내지 않는 상황이었다. 세 번을 일하고 그만두게 된 것도 임금을 주지 않아서였다기보다는 단순히 일이 너무 힘들어서였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석 달에 한 번 저의 소중한 며칠을 이 일에 매달려야 하나 싶은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희음 시인이 이것을 노동 착취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 최근 노동권,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슈가 활발히 담론화되고, 또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프리랜서 편집자 일을 하나둘 하게 되면서 문학계에서 관례로 편집위원들에게 노동착취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희음 시인은 “이런 식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하였던 관행을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에 공론화를 하게 됐다”며 “지금도 여전히 이런 구조 속에서 자신의 노동을 무상으로 착취당하는 이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 역시 제 발언을 추동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희음 시인의 공론화를 지지하는 A시인는 뉴스페이퍼의 취재에서 “2년 전 다른 시인분들과 함께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원고료를 못 받을 뻔했다. 먼저 시와반시 측으로 원고료를 달라고 전화를 해야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입금된다”고 공감을 표했다.

문학계의 오랜 관행 때문일까. 일부 작가들은 무임금으로 일하면서 혹여나 다른 계간지에 청탁을 받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갑을관계에 놓여있다고 어려움을 표출했다.

희음 시인은 “이런 관행을 알고 있었고 이 관행에 자신이 쓰임을 당하기도 했지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자신의 안일함 때문에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는 작가분이 있으셨다. 이는 시와반시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예지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며 “시와반시를 비롯한 이런 문예지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문학판 내에서의 반성과 성찰의 움직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환 필자”라는 시스템을 통해 원고료 없이 시 제공을 요청받기도 했다며, 이를 수락한 경우에는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희음 시인은 이러한 관행에 대한 반성의 첫발이 노동력 착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와반시에 대한 ‘국가지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희음 시인은 “공론화를 하는 것은 문학계 내 노동착취 문화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부당한 관행들에 대해 시와반시가 지원금 반납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자발적 의지가 있는 곳이라 여기지 않기에 아르코 측의 공식적인 지원 선정 취소 처분이 내려지길 요구한다. 법적 보상이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이제 와 받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와반시 측은 적자가 나는 문예지의 수익 구조상 해당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지원금이 나오는 원고료 외에 임금 지급은 어려운 형편이라고 반박했다.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시와반시 관계자는 “우리 출신 시인들 중심으로 책을 함께 만드는 선한 뜻에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식으로 편집 등을 서로 돕는 것이다. 또 잡지의 주관으로서 노동을 강요하거나 억지로 시킨 적이 없는데 스스로 돕기 위해 한 것을 노동착취로 표현한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코 지원사업 관련해서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으로 100% 원고료로 지원하게 되어 있어 다른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고 원고료로 다 지원했다. (위의 주장과 같이) 원고료를 받지 못한 건은 2년 전 지원금의 미달로 인해 누락된 건으로 자부담으로 뒤늦게 지급했다”고 일축했다.


해당 문예지의 속사정을 묻는 뉴스페이퍼의 취재에 시와반시의 책임편집자는 “문학계 속사정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문예지의 환경을 보면 독서인구가 많지도 않고 마니아 층만 구독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을 기대하긴 어렵다. 일일이 임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메이저가 아닌 이상 문예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시인은 시와반시 측에 페이에 관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당시 교정 업무를 보는 동안 힘들면 말을 해야 했다. 이제 와서 모지를 위해서 도와준 것에 대해 노동력 착취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쓰니 황당했다”라고 반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1년도 문예지발간지원사업에 시와반시를 선정한 바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대훈 부장은 “현재 안건이 접수되어 현장소통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사실 여부를 따져본 이후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는 예술 현장의 의견 청취 및 제도개선이 필요한 안건을 상정하고 공론화의 절차를 통해 문제 해결이 필요한 사항을 다룬다.

현장소통소위원회 김대현위원은 ”사안 자체는 인지가 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제안이 올라온 것은 확인했고, 아직은 사실관계 파악을 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차후 회의 일정에 맞춰 논의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시와 반시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에는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문예위 관계자는 2차 가해 논란이 된 문예지 "문학선" 역시 문예지 지원금 회수 요청이 있었다. 당시 문예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사태"를 언급하며 문예위가 직접 예술단체와 예술인을 제재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끊었던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이와 관련된 사과문을 내보내고 예술인들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문예지들과 이들로 이루어진 현 문학생태계의 한계가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이 생태계에 놓여 있는 작가와 문예지 그리고 문단에서 생겨난 위계에 의한 층위 역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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