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이 에디터
사진=한송이 에디터

 

흔히 3월에 접어들면 봄이 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꽃샘추위와 일교차로 3월을 완연한 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하지 않나 싶다. 게다가 새로이 시작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나 비로소 봄을 맞이하려는 3월은 그래서 준비의 달이다. 여기 8권의 문예지가 있다. 계간 미스터리, 릿터, 포엠포엠, 창작과 비평, 시인수첩, 문학동네, 그리고 악스트까지. 준비와 적응의 달 3월, 문예지로 한 해의 문학 여정을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보는 것은 어떨까? 


 

 

1. 계간 미스터리 2021년 봄호 (69호)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삶을 더 선명하게 밝히는 추리소설의 세계

어둠과 죽음보다는 희망과 따뜻한 삶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계절이 돌아왔다. 추리소설을 생각하면 어둡고 은밀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지만, 계간 미스터리에 수록된 추리소설들은 계속해서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역설적으로 삶을 더 선명하게 밝히고자 한다. 이에 대해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한이는 “추리 소설은 죽음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계간 미스터리에서는 특집 ”직업으로서의 추리소설가 “코너를 통해 한국의 추리소설가 20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왜 추리소설을 쓰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추리소설가로 돈은 얼마나 버는가? “와 같은 생계 질문까지. 독자로서 추리소설가에게 궁금했던 점은 물론, 소설가가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까지 시원하게 긁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별세한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와 12월 별세한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을 세세하게 리뷰하여 비록 작가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들은 남아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스한 봄에 읽는 숨 막히는 추리소설은 그 어느 계절보다 더 짜릿한 감정을 선사한다.

 

2. Littor(릿터) 2021년 2/3월호 (28호)

문학의 눈으로 유튜브 세상 바라보기

민음사에서 펴낸 릿한 문예지 “Littor”가 봄호를 펴냈다. 9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릿터는 커버스토리에서 “유튜브 내러티브”를 다룬만큼 커버도 이에 걸맞게 유튜브에서 한창 자주 다뤄지는 콘텐츠들을 나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는 소주제 “이슈”까지 이어져 강유미ASMR, 민음사tv 등 여러 유튜브 문화에 대해 다루는 한편 장민지의 “유튜브의 세계, 서브채널의 슈퍼 리얼리티 서사”와 같은 분석도 빼놓지 않는다.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잘 알려진 장류진 작가의 단편 소설 “너의 사과”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소설 “지코라“이다. 특히 민음사는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쏜살문고로 기획하여 선보인 바 있다. 매번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독자를 찾아가는 릿터가 이번에도 유튜브와 문학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자신 있게 내보였다. 

 

 

3. 포엠포엠 2021년 봄호 (89호)

봄을 맞이하는 여러 시詩선

이제는 추억의 만화가 된 “공포의 외인구단“. 그 속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를 한 주인공 까치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포엠포엠의 46회 줌인 인터뷰는 일명 까치 아빠, 만화가 이현세이다. 문학전문지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이현세의 떨림이 종이에서 손을 타고 전해졌다. 문화예술계의 인사를 모시고 하는 줌인 인터뷰는 이제 포엠포엠의 자랑이자 시그니처 코너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김예강 시인과의 만남과 시 전문 문예지 다운 15편의 신작 시가 인상적인 가운데, 봄에 어울리는 시들도 간간이 보인다. 특히 김현수 작가의 ”춘몽“이 그러한데, ”눈이 왔다/입춘을 지나 우수가 내리고/경칩은 울고 춘분이 밝았는데/오늘은 눈이 오고 있었다”라는 부분에서 우리가 마주한 3월의 정취가 흠뻑 느껴졌다. 

 

 

4. 창작과 비평 2021년 봄호 (191호)
    
창작과 비평, 50번째 봄을 맞이하다.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계간 창작과 비평이 어김없이 봄호로 독자를 찾았다. 특집 ”미국 분열 이후의 세계, 어떻게 대응할까”에서는 미중의 관계와 한반도의 남북을 깊이 있게 다루어 문학과 사회의 연결점을 짚어낸다. 강세환, 고명재, 송경동, 황인숙 시인의 시가 실렸고, 2019년 창비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 박상영의 단편 소설 “요즘 애들“이 수록되었다. 여러 문예지 중 유독 창비는 구성이 탄탄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금호에서도 총 15개의 소주제로 밀도 있는 구성을 택하고 있으며 오늘의 비평을 지적하는 여러 흐름에도 불구하고 11개의 촌평을 실어 여전히 문학비평이 가지는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제 19회 대산대학문학상 발표도 창비 봄호를 통해 발표된다고 하니, 봄을 맞이하여 문학을 둘러싼 세계와 새로운 작가들의 탄생을 목도하고 싶다면 창비를 선택하자.

 

 

5. 시인수첩 2021년 봄호 (68호)

새로 단장한 시인수첩

모든 게 새로이 시작하는 3월인 만큼, 마찬가지로 새 출발을 한 문예지 “시인수첩 “을 소개하려고 한다. 문학수첩에서 운영하던 “시인수첩”은 올해 여우난골에 편입하여 독립하였다. 김병호 편집자를 비롯한 여섯 명의 편집 동인은 “다시 쓰는 창간사 “를 통해 “시인으로서 시와 독자만을 바라보는 계간지이면서도 시단과 평단의 관심과 기대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문예지가 되고자 합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그런 “시인수첩 “이 소주제 ‘시인 대 시인’의 첫 주자로 선택한 시인은 최보윤과 황인찬 시인이다. “시인수첩”은 젊은 두 시인을 모신 것에 대해 앞으로 시인수첩이 나아갈 바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두 시인을 찾은 것이라 썼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교통사고로 영면한 고 김희준 시인의 이야기를 어머니 강재남 시인에게 듣는 “영원한 첫, 시집“ 코너를 통해 김희준 시인을 추모하고 다시 한 번 기릴 수 있었다.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나는 계절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생명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길 바란다. 

 

 

6. 계간 문학동네 2021년 봄호 (106호)
    
박완서, 페미니즘 그리고 젊은 작가상

‘봄’과 잘 어울리는 작가는 누구일까? 문학동네가 금호 선택한 작가는 박완서이다. 특집 “박완서와 나 “에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박완서 작가를 다룬다. 특집에는 이미상, 이혜령 조은, 그리고 강화길이 참여했으며 자신의 문학과 박완서를 엮거나 박완서의 문학에 대해 글로 쓰며 2021년의 봄을 장식하고 있다. 또 하나의 구성에서는 김영희 김은희 오세란 김건형이 모여 페미니즘과 청소년 독서에 대해 다뤘다. 그들은 “페미니즘과 청소년 독서 교육 현장”이라는 글을 통해 몇 년 사이 화두로 떠오른 청소년 독서와 페미니즘에 관한 심도 있는 담론에 독자를 초대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신간을 출간한 박솔뫼 작가의 단편 소설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서이제 ”#바보상자“ 등이 수록되어있으며 제12회 젊은 작가상 발표 및 수상 소감도 전한다.

 

 


7. 악스트(Axt) 2021 3/4월호 (35호) 
    
어제의 문학도 오늘의 문학처럼 소중하게


2021년 봄을 맞이하여 출간된 악스트의 금호 커버를 장식한 작가는 “비행운“,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김애란이다. 커버스토리는 김애란과 김유진이 함께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글을 통해 김애란 작가의 근황과 여전히 지닌 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초기작에 낙관과 긍정에서 오는 따뜻함이 있었다면 지금은 삶에서 느끼는 실망과 회의, 의심을 지나고 나서 간직하게 된 한 줄의 따뜻함이 있어요.“
악스트가 다른 문예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정전을 다룬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가지고 왔다. 길고 복잡한 이름 덕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봄호에 선택한 것은 봄이 새 출발의 계절임과 동시에 도전의 계절이기 때문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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