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송희 에디터]
[사진 = 한송희 에디터]

코로나 팬데믹이 사회를 잠식한 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는 시간을 지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고, 문학은 앞다투어 코로나 팬데믹을 주제로 아포칼립스의 사회를 표현한다. 

지난 1월 출간된 b판시선의 하종오 시집 ‘세계적 대유행’으로 코로나 19 팬데믹을 문학이라는 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대문학 추천으로 데뷔한 후, 10년 넘도록 20여 권의 연작 시집을 발표한 하종오의 이번 연작 시집은 54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인간의 욕망으로 교란된 지구에서 등장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인간의 욕망으로 제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시집에서 풀어나간다. 

표제작인 ‘세계적 대유행’을 비롯하여 ‘거리 두기’, ‘긴급재난지원금’, ‘마스크’, ‘비대면’과 같은 시들의 제목은 팬데믹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또한, 코로나가 지배하는 사회의 문제들, 예로 중국의 의사 이원량과 봉쇄조치 등을 언급하며 코로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것임을 역설한다. 국가주의적 자만심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지구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적 메시지를 통해 전달한다. 

이 시집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지구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일종으로, 지구의 언어에 집중하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인은 이러한 메시지를 ‘밀접’이라는 시의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모여서 함께 잘 살기를 금지하는 것 같고/ 흩어져서 각자 겨우 살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라는 시구를 통해 드러낸다. 

또 하나의 메시지는 ‘지구 상에서 과연 인류가 가장 우월한 존재인가?’이다. ‘긴급재난지원금 3’에서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자연과 국가 중 무엇이 강한지를 나는 생각해보기로 했다”와 ‘숙주 2’에 등장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당신과 나를 동일한 인간으로 볼 것”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가진 편견과 사유를 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종오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사태는 인류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시적 화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코로나가 인간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인간이 취해왔던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영국, 독일,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들 속 코로나의 양상과 인식을 담으며 “우리가 가장 가슴 아프게 보아야 할 것을 그렸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사회가 변화해야 할 점에 대한 질문에 “인간의 우월성을 사유하지 못하는 인간 이외의 모든 종이 사유하는 인간을 몰락시킬 수 있다는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에 인간은 겸허하게 인간이 아닌 것들과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사회, 하종오 시인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류와 자연의 연결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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