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고에 직면한 문화예술 및 콘텐츠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긴급생계지원 예산을 760억 원가량 추가 편성했다. 공연, 콘텐츠 등 미디어 기반의 특정 분야에 예산 추경이 집중된 반면, 작문(作文) 창작 활동을 하는 문학인들에 대한 추가 지원은 전면 배제됐다. 

이에 문학계에선 피상적 인식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을 쏟아낸다. 작가의 수익구조를 원고료나 인세 정도로 국한해 단정 짓고, 집필 창작은 외부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폐쇄적 예술분야라는 편견이 짙게 깔린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 논리와 현실의 괴리. 그 사각지대에 방치된 문학인들의 시름과 고통은 연일 깊어지는 실정이다.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작가들이 어떤 지원을 바라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인들 입장에서는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다른 예술 분야들은 프리랜서 재난지원금이 경기도는 벌써 4차까지 나오고 있어요. 제가 아는 음악 하시는 분은 4차까지 지원금을 받았는데 문학인은 전혀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당연히 큰 차별로 느껴질 수 있죠.”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월간 정여울’,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등의 저서와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으로 잘 알려진 정여울 작가 역시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한 문학인으로서 정부의 이번 추가 긴급지원 정책에 대해 이같이 짚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 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는 그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면서도, 그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계에 ‘분야 차별’이라는 비수(匕首)까지 날아 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 작가는 ‘문화예술 생태계 회복 정책의 대상에서 왜 문학인(작가)들만 소외돼야 하는 지’에 대한 회의 섞인 물음을 던졌다. 

“문학인도 예술인이고, 항상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는데 어째서 아무런 지원이 없는가에 대한 박탈감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조사하고 다른 예술가들과 같은 지원을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기엔 문학 작가들도 엄연히 창작을 통한 예술 배태에 매진하며 국내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대중 접근성’이라는 얕은 잣대에 따라 문학인들이 국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전제된다. 

이는 또 정부의 이번 예산집행 계획이 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친 실증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졸속 행정과, 나아가 우리나라 공직 사회에 만연한 편의주의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그마치 혈세 수백억 원의 거액을 집행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본질적 문제 해결보다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본지 취재(기사: [문학인 코로나 특집] 코로나19 시대 문인들은 왜 생존에 위협을 받는가.)에서 문체부 담당자가 “추가로 예산이 편성된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공연 예술계와 비교해가며 추가로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구해도 기재부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문학계가 코로나 19로 피해를 본다는 이유의 논지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삭감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 측의 예산 편성 요청에도 예산 담당 부처인 기재부는 ‘분야별 상대성’을 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정 작가는 “조사해서 돈을 쓰는 것보다도 다른 예술가들과 차별하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인 지원책이 아닌가 싶다”면서 “어쩌면 문학은 다른 예술 분야와 다르게 타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잠재의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문학은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문학만 안 줄 수가 있나”라며 정부 지원책에 엄존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이후 문학인들 역시 취재 및 대외 활동에서 제약이 생기면서 그에 따른 수입도 대폭 줄었다. 대다수의 작가들은 인세나 원고료만으론 생계 유지가 녹록지 않아 오프라인 중심의 소통 행사 병행은 필수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방역 지침에 따라 취소되는 게 다반사인 실정이다.    

정 작가는 “코로나로 취재의 어려움 때문에 원래 쓰려던 책을 못 쓰거나, 강연과 북 토크 같은 대외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수입이 줄어든 작가가 많다”며 “보통은 집필을 위해 취재를 외국에서 하기도 하고 여행해서 하기도 하는데 공간 이동의 제약이 커지니까 취재의 제약이 있다. 그래서 취재가 부족해서 원래 쓰려던 소설을 못 쓰는 등 계획대로 안 되는 게 많다”고 토로했다.

문학 작가에게 있어 독자들과의 소통은 집필에 못지 않은 불가분 관계에 있다. 문학적 교감은 물론, 출간 저서나 작가 개인의 철학과 감성을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장(場)이기 때문이다. 강연, ‘북 토크(책 간담회)’, 출간 기념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각종 행사 제한 및 집합 금지로 인해 독자들과의 만남조차 어려워졌다. 출간 기념행사 등이 온라인 방송으로 대체되거나 5인 이하 소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축약되는 가운데, 문학계에선 난맥상이 표출되고 있다.  

라디오 방송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행사에 익숙한 정 작가는 언택트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 기획 중심의 행사를 진행해오면서 그나마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했다.  

“저는 이전에 온라인 행사를 많이 해서 빨리 적응했어요. 온라인 행사도 한계가 있겠지만 거리에 상관없이 외국에서도 들을 수 있고, 많이 아프시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힘들지 않게 집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장점인 것 같아요. 저는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행사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온라인 강연을 더 많이 기획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그도 오프라인 독자 소통을 지향하거나 온라인 행사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 작가들의 경우 고충이 크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런데 온라인을 안 좋아하는 작가분들, 특히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온라인 행사를 불편해하실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오죠. 모두가 이처럼 온라인 행사를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적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죠.”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회 현상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그 여파는 ‘코로나 블루’로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채 주먹 악수를 하는 사람들, 테이블마다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식당들, 밤 10시면 인적이 드문 밤거리. 이렇듯 돌변한 사회 면면에서 사람들은 심리적 동요와 무기력증을 느낀다. 문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정여울 작가는 지방이나 외국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면서 집필하는 창작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그런 프로그램들이 대거 축소되거나 취소돼 원래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생긴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블루를 체험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사진 = 정여울 작가 제공]
[사진 = 정여울 작가 제공]

“코로나 블루가 일반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창작하는 분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되죠. 예를 들어 5년 전에 구상했던 소설인데, 그때는 마스크를 다 안 쓰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 소설을 거의 완성하고 탈고 중인데 상황이 바뀌어서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야 하는 변화가 있는 거예요. 이처럼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소설 내용과 설정이 달라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코로나 블루가 작가들에게 특별히 더 많이 왔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다 겪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비슷하게 겪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듯 팬데믹의 후폭풍 속에서도 정 작가는 꿋꿋하게 일에 매진하겠다며 의욕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이야말로 코로나로 파생된 난제들을 극복하는 동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이야기의 힘과 글쓰기 힘이 저에게 아직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만약에 글쓰기를 안 했으면 우울감을 견디는 게 어려웠을 것 같다”며 “글쓰기를 계속하고,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독자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면서 코로나와 상관없이 글쓰기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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