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송희 에디터]
[사진 = 한송희 에디터]

최근 뉴스페이퍼는 2000년 문학동네 시 부문 신인상으로 데뷔해 21년 동안 5개의 시집을 낸 이영주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영주 작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입 기반이 무너져내린 문학 예술인들을 위해 정부가 소액이나마 꾸준한 지원책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영주 작가는 이번 코로나 때문에 계속 미뤄지거나, 아예 폐강되는 외부 강의들이 늘면서 생계유지가 곤란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로 인해 한동안 빚을 지게 된 동료 문인들도 대단히 많았다고 씁쓸한 목소리로 근황을 전했다.

코로나 시국인 만큼 오히려 책 소비가 늘었을 텐데, 이영주 작가는 왜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것일까?

"누구나 알만한 몇몇 유명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문인들은 세간의 인식처럼 원고료만으론 삶을 영위할 수 없어요. 그보다는 여러 단체에서 주관하는 시·소설 문학 강의들이 주된 수입원이죠."

이영주 작가는 명지대와 한양여대 문창과 강의도 맡고 있지만, 그마저도 정교수가 아니라 방학 때마다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부족한 생활비는 외부 문학 강의들과 그 외 여러 문인들이 모여 독자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비정기적인 문학행사들로 충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 외부 강의는 정해진 최소 수강 인원이 채워져야만 비로소 개설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매번 성공적으로 강의를 여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자리만 잘 잡으면 일정한 강의 루틴이 생겨 고정적인 수입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수강생이 모이지 않아 폐강되거나 한 달씩 개강이 미뤄지다가 그대로 흐지부지되는 강의들이 하나둘 늘었다. 그나마 버티던 강의들도 대면행사 제한과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자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한 번 강의 패턴이 깨지면 그 타격은 다음 분기까지 이어진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사진 = 뉴스페이퍼 db]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도서관들이 문을 닫게 됐을 때 당연히 문학강의나 관련 행사들도 다 취소됐죠. 가장 큰 문제는 강의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되면 예산이 다시 배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기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재집행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이제 도서관 관련 일자리는 당분간 다 없어진 셈입니다."

이처럼 생계가 곤란해져도 문학인들은 코로나19 예술인 지원정책으로부터 수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집합금지 및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연 및 전시가 취소되어 피해를 본 예술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행사의 취소로 수입이 감소했음을 증명하여 피해 금액을 산출할 수 있는 공연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대다수 문학인들은 여러 외부 강의들로 먹고사는 프리랜서인 만큼 수익 구조가 복잡하고, 줄어든 수입을 증명하기도 훨씬 더 까다롭다. 언제나 고용 불안 상태에 놓인 `슈퍼 을` 입장에선 수입증명 서류를 발급해달란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비정규직(프리랜서)이란 신분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은 셈이다.

"문학인들의 수입원을 출간 인세로만 규정하지 말고 현실적인 기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처럼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피해가 아무리 커도 보상받을 길이 없잖아요. 문학인들의 기본적인 생활 토대를 받쳐줄 수 있도록 소액이나마 꾸준한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문학인들에게 목돈을 지급하는 지원금 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각 지역재단이나 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창작 지원금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많고, 모든 문학인에게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긴장과 불안 때문에 창작활동에도 큰 타격이 있었어요. 전반적인 생계가 위협받으면 글쓰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죠.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안정감과 여유를 가져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잖아요. 도서구입비라도 지원된다면 조금 더 글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워요."

코로나바이러스는 생계활동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까지 막아섰다. 코로나 초기에는 아예 불가능했고, 그나마 올해 들어서 나름대로 소통 시스템이 마련돼 온라인 소통이라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이뤄진 행사들은 필연적으로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섬세한 문학작품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직접 마주 볼 수 없으니 약간의 오해가 생길 수 있죠. 충분히 대화할 수도 없고요. 또 화상 카메라를 안 켠 분들과는 한 번도 못 본 채로 끝나게 되죠. 그래서 독자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아요."

코로나 사태는 작품 소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영주 작가는 재난에 대한 상상력, 바이러스, 기후 위기, 생태 문제를 넘어서 바이러스를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관련된 아포칼립스까지 조금씩 작품 세계관이 확장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글 쓰는 일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어요. 창작활동 없이는 ‘나의 존재 의미’도 없으니까요. 저는 무슨 이유로든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요. 그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견디면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앞으로 내가 써야 할 무언가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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