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 크라우드펀딩 출판과 집단지성활동에 대한 고찰 

지난달 28일 사단법인 한국출판학회가 진행하고 텀블벅이 후원한 ‘크라우드펀딩출판과 집단지성활동’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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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책 토론회에선 최근 스타트업 및 예술창작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투자, 후원 등을 목적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금을 모으는 행위)’이 문학계에 미치는 영향과 현황과 독립출판 문화 확산, 관련 정책 등을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정대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장, 김서령 소설가(폴앤니나 대표) 등 문학계 저명 인사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크라우드펀딩 출판 및 관련 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독립 출판·등단 문화 활성화와 인식 변화(발제: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

[사진 =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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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제를 맡은 본지 이민우 대표는 ‘출판과 크라우드펀딩’을 주제로 ▲독립문예지 및 독립출판 문화 ▲국내 문학공모(등단) 현황 ▲문학계 크라우드펀딩의 대표 사례: 텀블벅 ▲기술 발전에 따른 개인출판과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에 대한 담론을 폈다.

이 대표는 독립문예지, 독립출판 문화와 관련해 “출판자본 주도형 출판물들은 이전만큼 힘을 갖지 못한다는 게 문학계 정설”이라며 “독립문예지를 통한 독립출판 문화가 새롭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 등단 문화의 변화도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올라운드 문예지인 ‘TOYBOX(토이박스)’의 텀블벅(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문학예술위의 요청으로 작가지망생 8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10명 중 2명은 독립문예지나 웹진으로 데뷔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8명은 기존 문예지에서 등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이는 독립문예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에 따르면 예비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데뷔 매체는 대형문예지(38.02%), 중앙일간지(27.96%) 등으로 여전히 기성 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립전문지 및 웹기반 매체에 대한 선호도는 도합 19.22%로, 중소문예지(8.32%)·지방일간지(4.61%)보다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데뷔 매체와 등단 방식에 대한 기존 문학계의 기성적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의 분야별 펀딩 비중만 살펴봐도 문학·에세이(42.09%)가 가장 많았다. 실용취미(25.71%), 잡지(13.28%), 그림책(9.89%), 아트북(7.06%), 번역(1.98%)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본지가 현직 작가들을 대상으로 상세 인터뷰를 진행한 바에 따르면, 기존 등단·출판 문화의 기저에는 문단 내 성추행, 청탁비리, 등단장사, 차별대우 등 악습이 엄존한다는 인식이 독립출판과 독립 매체를 통한 등단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실제로 중앙일간지(신춘문예지 등)를 기피하는 이유를 조사해보니 ▲심사자 및 운영자에 대한 불신(44.14%) ▲공정성 미약(18.92%) ▲독자들과의 연결 미약(14.41%) 등이 주된 문제로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립잡지와 웹기반의 플랫폼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번 조사에 응한 105명의 작가들 중 42%(44명)가 ‘독자들과 접촉면이 넓어서 좋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민우 대표는 “즉, 텀블벅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넘어 독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이 대표는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독립출판을 통해 여성, 소수, 약자의 서사(敍事)에 초점을 맞춘 창작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순기능이라고 짚었다. 

 

출판 생태계와 크라우드펀딩(발제: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사진 =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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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행된 두 번째 발제는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 교수의 발표를 통해 출판업계와 크라우드펀딩의 공생적 생태계와 그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병훈 교수는 “크라우드펀딩이 출판의 확장인지, 출판의 혁명적 진화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면서 “크라우드펀딩 출판 활성화는 플랫폼 환경에서의 작가와 독자 중심의 출판활동으로서 커뮤니티 예술 활동에 속한다”라고 서두를 열었다.

공 교수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출판은 하나의 새로운 출판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월에만 총 354건의 출판 프로젝트가 제안됐으며, 펀딩으로 모인 금액은 총 11억여 원에 후원 인원도 약 4만2752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상세 개념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공 교수는 “크라우드펀딩 출판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가와 독자 중심의 출판활동”이라며 “전통적 출판사 중심의 가치사슬 활동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특징적 현상들을 드러낸다”고 명시했다.

또 그는 “크라우드펀딩 환경에서 작가와 독자들은 ‘클러스터(cluster)’ 커뮤니티에 기반한 창조적 예술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크라우드펀딩 출판에서 문학 분야가 42%로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크라우드펀딩 출판은 기본적으로 ‘공유 경제적 투자’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불특정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지원하는 ‘집단지성’의 표출 방식으로도 분석된다. 이는 특히 미래 출판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는 ‘텀블벅(2010)’, ‘와디즈(2012)’, ‘다음 스토리펀딩(2014~2018)’ 등이 있으며, 이들 모두 고유 색채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 교수는 “크라우드펀딩 출판에서는 전통적인 출판 방식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현상들이 발견된다”며 ▲한 권의 책으로 제본되지 않은 포스터, 엽서 등 ‘낱장 책’ 선호 ▲전자책(PDF)·종이책 공동 판매 ▲NGO(민간조직) 등 커뮤니티 중심의 독립출판 활동 및 독립서점의 참여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잡지 영업술 활성화 ▲책의 복합상품화 ▲도서비 배송 일상화 등을 예로 들며 크라우드펀딩으로 인한 출판문화의 변화를 세세히 짚었다.

크라우드펀딩 기반으로 제작된 출판물은 현재 서점에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3월 제안된 총 354건의 출판 프로젝트 중에서 펀딩이 이뤄진 283종 가운데 92종(33%)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문학에세이(43.5%)와 잡지(31.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PDF(문서파일) 전자책으로만 판매되는 상품 27종을 비롯해 종이책과 PDF로 병행 출간된 8종은 모두 서점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오프라인 판매 중심의 서점에선 온라인 유통에 최적화된 PDF 전자책과 수요·공급 구조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 교수는 “(크라우드펀딩 기반 출판물의) 서점 유통을 꺼리는 이유로는 기성 출판사가 펀딩의 주체가 아닌 경우 유통방법이 없거나, 소량 부수 제작으로 인해 전국유통이 힘들거나,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크라우드펀딩 출판물과 서점 유통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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