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과 사회현실에 온몸으로 맞선 저항시인이자 자연과의 교감을 빼어난 서정시로 보여준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1941~1999)의 삶과 시 세계를 기리는 2021 죽형 조태일 문학축전이 오는 9월 11일(토) 오후 3시 곡성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작년 행사 사진
작년 행사 사진

 

곡성군(군수 유근기)과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이사장 박석무) 주최로 조태일 시인의 22주기(양력 9월 7일)를 맞아 ‘우리의 하늘, 우리의 땅’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조 시인의 대표시 <국토서시>를 한경숙 시인의 낭송으로 시작된다. 이효복(광주) 시인은 추모시 <조태일 시인>에서 “맨발로 그 발바닥이 다 헐도록 당신은/꽃무릇으로 울음 울군요”라며 조태일 시인을 노래하고, 강경아(여수), 최기종(목포) 시인도 시낭송 무대에 오른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명정 휘호를 쓰기도 한 죽전 송홍범(목포) 서예가는 조 시인의 대표시 <국토서시>를 거필 퍼포먼스로 보여주며, 문단 후배인 이승철(서울) 시인이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다. 이 시인은 1979년 서울 중구 오장동 ‘시인사’ 사무실에 양성우 시인과 동행했는데, 그때 양 시인이 “저 사람이 날 시인으로 만들어 준 내 두목”이라고 말했다며 생전 조태일 시인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밖에도 죽형 조태일 시인 22주기 추모 시화전이 조태일시문학기념관 일대에서 열린다. 조태일 시인 대표시와 추모시, 이대흠, 손택수, 박남준 등 조태일문학상 수상시인 작품을 비롯해 치열하게 시대정신을 담아냈던 조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전국 시인들의 시 50여 편이 상설 전시된다.

한편 제3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걷는사람 간)을 펴낸 박남준 시인이 선정됐다. 

이번 조태일문학상에는 공모와 추천을 통해 접수된 120여 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됐다. 예심에는 이승철, 박순원, 손택수 시인이, 본심에는 이상국, 강형철, 신덕룡 시인이 참여했으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천만 원, 부상을 시상한다.

심사위원회는 “박남준 시인은 그동안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과 리듬으로 형상화하여, 우리 서정시의 영역을 가꾸고 확산해온 시인”이라며, 그의 시는 “소소한 것들에게서 큰 울림을 이끌어내고, 또 그것에 비추어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번 시집은 그 긴장을 한 걸음 더 끌고 간다. 이는 대상을 보는 눈이 한층 더 깊어졌다는 사실과 이 시집에 수록된 많은 시편이 길 위에서 쓰였다는 것과 연관된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세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향해 시를 밀고 나가는 시인을 만났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한편 박남준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결코 기웃거리는 시인이 되지 말라는 조태일 선생님의 말씀 오래도록 되새기며 살았다. 80년대 사회운동단체의 실무자로서, 새만금의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에서, 생명평화탁발 순례에서, 4대강 운하 사업을 막아내기 위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순례에서,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인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해 시인으로는 못났으나 영혼이 부끄러운 시인이 되지 않으려 했다. 삶에 최선을 다한 후 간절하게 바라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몸은 비록 생로병사의 도저한 순리를 비껴갈 수는 없겠으나 죽는 날까지 꼿꼿한 시인 정신을 놓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박남준 시인은 1984년 시전문지 『시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중독자』,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적막』,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등과, 산문집으로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스님, 메리크리스마스』, 『박남준 산방일기』,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 등을 펴냈다. 천상병시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참석인원을 50명 이내로 제한하는 등 행사 규모를 축소하고 단계별 사회적 거리 두기 정부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된다.

 조태일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969년 <시인>지를 창간한 이래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박남준 시인 등을 발굴했다.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 7일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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