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송희 에디터 

무더운 여름이 다녀간 것도 잠시,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거리의 옷차림 역시 달라진 선선한 계절. 가을을 맞아 문예지들도 가을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저마다 색색의 빛깔로 찾아온 문예지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문학동네 가을호”

올여름 숏컷으로 상징되는 ‘남현 밈’을 둘러싼 논란은 올림픽 선수도 피해가지 않았다. 안산 선수이 숏컷과 세월호 뱃지 등을 놓고 ‘페미니스트이므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백래시에 놀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백래시는 비단 올림픽 기간에 갑작스레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간 페미니즘 도서나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남긴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무언가를 집기 위한 집게 손 이미지를 차용한 여러 기업에서 줄지어 사과문을 내놓았다. 

일련의 현상들을 두고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김건형 작가는 “백래시는 정동적 자원과 정치적 자원으로 작동하며 권력을 창출한다.”며 “남성청년의 백래시를 서둘러 대변하려는 시도”는 “구조적 증상이라고 해서 정당화될 수는 없는 욕망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하는 한편 문화계와 문학계의 퀴어-페미니즘 구도를 다시금 주목했다. 

권두언에서 그는 “문학은 살아 있기에 계속해서 변한다.”며 퀴어 페미니즘으로 인해 변한 문학을 해석하고 고민하고 나아가 다양한 쾌락과 휴식의 장으로 모두 초대할 것을 공언했다. 이번 “문학동네 가을호”는 ‘움직이는 형식들’을 주제로 많은 교란과 오염의 계기를 마련한다. 

‘시선’ 코너에서는 안보윤 소설가가 계급, 세대, 젠더를 교차하며 지금의 백래시와 혐오를 구성하고 있는 체계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또한, ‘특집’ 코너에서는 ‘움직이는 형식들’을 주제로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퀴어 페미니즘 문학을 계기로 더욱 다종다양하게 변져가는 ‘형식들’을 깊이 읽는 방법과 그 즐거움에 대한 글들 모았다.이밖에도 CRITICAL POINT에서는 ‘퀴어-몸의 철학사’라는 관점에서 철으로서의 퀴어 이론을 다루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퀴어-페미니즘을 조명한다. 

“오늘의 문예비평 가을호”

가을을 두고 여행의 계절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 19 시대의 거리두기는 여전하다. 요근래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먼저 머리에 떠오를만큼 친숙해진 단어 ‘거리두기’는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오늘의 문예비평” 가을호는 이러한 거리두기를 문학 비평에도 적용한 특집을 구성했다. “오늘의 문예비평”은 지역 문예지라는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재의 SF, 퀴어문학 등에 관한 비평 담론을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다시한번 점검해보고 새롭게 논의하는 공론장을 제공한다. 

‘특집’ 코너에서는 허윤 작가가 퀴어와 페미니즘 담론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수식어를 실상 “정치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만 지적되어 왔음을 비평한다. 허윤 작가의 ‘퀴어들 의 밤’에서는 엘리트 남성-이성애자-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한국문학의 보편적 주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당사자성 논리를 비틀어보는 한편 앞으로 퀴어문학이 나가야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특집’ 코너의 또 한 꼭지를 장식한 한설 작가는 그간 퀴어문학과 관련해 제출된 비평, 특히 김봉곤 사태를 전후해 제출된 지평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이외에도 “오늘의 문예비평”의 꼭지 중 하나인 ‘문화비평’에서는 황미요조 작가의 ‘윤여정, 미국 내 아시안 웨이브, 젠더’를 통해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윤여정에 대한 미국 내 언론과 비평의 반응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시대 공감’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들이 부딪히는 이 시대의 주요한 논제 중 하나인 ‘채식’에 대한 생각을 다루는 등 현 시대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요소들에 관해 논의해본다.
 

“대산문화 가을호”

대산문화재단이 발행하는 문예교양지 “대산문화”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유튜브가 삼킨 책의 미래’라는 특집을 준비했다. ‘영상의 시대’라는 말로 표현해도 무색할 만큼의 시대를 살아노는 근래 젊은 세대들에게는 활자매체 보다는 영상매체가 더욱 친숙하다. 일각에서는 유뷰브의 발달로 책의 미래가 한층 어두워졌다고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까?

“대산문화”의 ‘특집’ 코너에서 금준경 기자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온 ‘유튜브 세대’에 주목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TV를 한번씩 손으로 문지른다는 얘기를 부모들로부터 많이 듣는다.”며 가장 많이 접하는 ‘퍼스트 스크린’이 스마트폰인 아이들은 TV도 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금준경 기자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요즘 아이들’의 정보습득 방법과 유튜브의 특성, 영상 세대를 바라보는 자세 등 유튜브 시대 전반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또다른 ‘특집’ 기고문인 김겨울 작가의 ‘유튜브가 바다라면 뛰어드는 수밖에 – 영상과 활자 사이’에서는 “애초에 책을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책이 좋은 매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랍거나 대단한 정보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유튜브가 대세인 상황에서 여전히 책이 멋짐을 이야기하려면 유튜브로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실제로 유튜브이기도 한 그의 실제 경험담과 함께 유뷰브 시대에서 책을 이야기하는 또다른 방법을 접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김성우 작가의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향한 여정’, 서현숙 작가의 ‘청소년 독서의 현장에서 – 오늘 읽는다고 내일이 달라질까’가 ‘특집’ 기고문으로 실려있다.

“시인수첩 가을호”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 대신 이 계절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시편들로 가득한 문예지도 있다. 2021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된 “시인수첩”은 그 이름에 걸맞게 시인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자효, 김백겸, 원동우, 김륭, 이은규, 김익경, 전영관, 김복희. 이지아, 박이레, 조해주, 조은영의 신작시와 송일호, 양진호의 시에세이 등은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휴식과도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의 시 한 편. “시인수첩”의 편집동인 이인철 시인은 권두언에서 “내비게이션이 있는 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등대지기처럼 그래도 등대는 존재해야 한다고 밤이면 불을 밝히는 것처럼 우리는 시를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세상의 불을 밝혀줄 시 한 편을 찾는 독자라면 이 가을, 문예지 “시인수첩”을 추천한다.

“자음과모음 가을호”

이번호로 50호를 맞은 “자음과모음 가을호”의 특집 제목은 ‘50/50’다. 이는 문학에서 ‘지은이’의 자리가 50퍼센트라면 ‘읽은이’의 몫이 50퍼센라는 의미가 함께 담겼다. 이에 걸맞게 구독서비스를 비롯해 오늘날 독자의 경험과 감각이라는 주제가 모아졌다.

독자들의 자리 반을 내어 둔 “자음가과모음” ‘특집’ 코너에서는 게스트 에디터로 읽은이 김효연, 박혜빈, 이한나, 최리외가 초정되었다. 이들과 문보영, 서정배, 슬릭, 김해주, 김경년, 김혜경, 술담화, 해피문데이 등이 함께하는 ‘자기-쓰기’, ‘국경을 넘는 여자(들)’, ‘혼숨독(혼자 읽긴 아쉬워서, 숨어 읽긴 아까워서 해보는 독서 이야기)’, ‘구독하는 마음’ 등의 대담과 글이 실렸다.

이밖에도 “자음과모음 가을호”에는 강민영, 염승숙, 이원석, 최제훈의 소설과 김겨울, 박연준, 배진우, 오은경, 유이우, 이문경, 이유운의 신작 소설이 담겨있다. 또한, 기록’ 코너에서는 통권 50호에 이르기까지 “자음과모음”에 대한 기억을 담아 역대 편집위원인 최정우 평론가, 배상민 소설가, 박인성 평론가와 현 편집위원인 노태훈 평론가가가 자음과모음을 만들며 있었던 일과 생각을 회상했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

“창작과 비평 가을호”는 발간과 동시에 초판 1만부가 판매되며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과 함께 2쇄 제작에 돌입했다. 이번 가을호에서 특히 뜨거운 관심을 받은 대목은 도올 김용옥과 백낙청, 두 석학의 만남이다. 이들은 동학사상의 현재적 의의 짚은 특별좌담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역사학자‧원광대 총장 박맹수 세 사람의 특별좌담 ‘다시 동학을 찾아 오늘의 길을 묻다’는 동학 연구에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김용옥 『동경대전』(통나무 2021)의 출간을 계기로 기획됐다. 이번 좌담은 동학의 현재적 의의는 물론이고 동학이 철저하게 대결했던 서학, 한국사상사에 깃든 민본 개념과 민주주의의 관계, 근대의 위력과 폭력성, 원불교 등 개벽종교의 현재, 동학과 촛불혁명의 상관성 등을 실천적으로 탐구했다. 
 
특별좌담은 유튜브 채널 TV창비와 도올TV에도 공개됐다. 지난달 7일~10일 올라온 총 4편의 영상은 한주도 되지 않아 누적조회수 1만 9천을 달성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이번 좌담에서 이루어진 만남을 통해 문예지 독자층의 저변도 유튜브 시청자층, 인문학 핵심 독자층 등으로 더욱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학과 사회 가을호”

독서의 계절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문예지를 찾고 있다면 “문학과 사회 가을호”를 추천한다. 황인숙, 김중일, 강성은, 이제니, 김승일, 임지은, 임유영, 이기리, 김민식의 시편들과 이장욱, 정용준, 김멜라, 천선란의 소설이 실린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서는 문예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형식 속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여러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리뷰 코너에서는 백은선의 “도움받는 기분”, 김연덕의 “재와 사랑의 미래”,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등 10작품의 신작 시집과 소설을 다채롭게 만나보고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렇듯 한권의 문예지로 이 계절의 문학을 만끽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문학과 사회 가을호”를 통해 그 바람을 이뤄볼 수 있겠다.

 

“학산문학 가을호”

가을을 맞아 더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찾아 헤매는 독자라면 “학산문학 가을호”가 있다. ‘신진 비평의 현장들’로 ‘기획특집’ 코너를 꾸린 이번 “학산문학”에서는 김정현, 전영규, 이지은, 이수향 평론가의 새로운 비평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시, 소설, 수필, 통화, 동시 등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학산문학”은 인천의 지역 문예지로 20년째 그 전통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 편식하는 책 읽기가 아닌 ‘골고루 책 읽기’를 지향하는 독자라면 “학산문학 가을호”가 도움이 될 것이다. 

“릿터 8/9월호”,“10월 11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어울리는 “릿터 8/9월호”의 주제는 ‘성장할 수 있을까’이다. ‘성장’을 키워드로 모인 글들은 각각이 생각하는 성장과 우리 사회에서의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그중 박준규 교수의 ‘치료적 자아를 통한 성장 - 무드경제와 한국사회’에서는 ‘감정 관리가 노동 계급 성인기의 새로운 통화가 되었으며 치료를 통한 자아 변형이 곧 성장으로 등치된다’는 무드경제 개념을 소개하고 감정이 능력이자 자본이 되는 사회를 조명한다. 

책 “커밍 업 쇼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그의 비평에서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개인의 감정 관리는 새로운 성장 지표로 인식되’며 이는 사회적 지원과 안전망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나를 바꾸는 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개인을 표상한다고 지적한다. 일련의 비평문은 코로나 19와 거리두기로 파편화된 삶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대안을 상상해보게끔 한다.

10월 11월호 

우리에게 익숙한 페패르 표지로 잡은 릿터의 커버스토리는 밈이 지나각 자리다. 젊은 세대의 의사소통 방식이 밈 화 되고 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면 오늘날 우리 존재는 밈이라는 집이라는 릿터는 밈을 통해 우리가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읽고자 한다. 다층적으로 밈의 소비 방식과 정치적 사용 및 선점까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문제들로 가득하다. 

“악스트 9/10월호”

가을의 “악스트” 커버를 장식한 작가는 “위저드 베이커리”, “네 이웃의 식탁”,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등의 작품을 낸 구병모 작가다. 김멜라 작가와 함께한 대담 ‘그게 더 강하고 용기가 필요한 세계관 같아요’에서는 구병모 작가의 소설 세계를 담을 수 있는 다섯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평소 구병모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이번 기회에 구병모 작가 스스로가 말하는 그의 작품 세계와 김멜라 작가가 독자의 입장엣더 바라보는 구병모 작가의 작품 세계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포지션

계간시 전문지 포지션은 블라인드 시 읽기를 하고 있다. 시인의 이름을 배제된 상태에서 작품을 읽고 평하는 방식이다. 특정 문학단체나 패권을 가진 일부에 편승하지 않고 순수하게 시만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작가의 삶과 방식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시만을 평가하자는 것이 유효한가에 대한 논의를 건너뛰더라도 이러한 행위 자체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무산시인의 특집 조명 역시 만나 볼 수 있다.  

문학수첩
문학수첩은 특집호 “문학이라는 최소한의 덕목 문학 출판 문단권력의 저항”을 통해 그간 있어왔던 문학권력논쟁과 최근에 있던 예술원사태를 짚어본다. 문학상 문제부터 익히 문학계에 된 문제들을 짚고 환기함으로써 그 문제를 살피고 있다. 가을에 읽기에는 다소 무거울 수 도 있지만 이연식의 문학이 생각하는 미술의 힘과 문학과 철학에 정지은과 복도훈의 철학적 사고는 가을로 하여금 우리에게 사유의 세계로 인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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